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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복의 세계 속의 한국] 독일 통일의 교훈

중앙일보 2014.04.03 00:21 종합 28면 지면보기
“통일은 대박”이라는 대통령의 말이 나오고 통일에 관한 기획기사들이 언론에 봇물을 이루고 있다. 대통령의 드레스덴 구상이 발표된 후 독일의 통일정책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잘 알다시피 한반도와 독일은 1945년이란 연도만 같을 뿐 그 분단의 성격이 전혀 다르다. 독일은 너무 강해서 승전국들이 강제로 찢어놓은 것이고 한반도는 너무 약해서 미국과 소련이 제멋대로 반으로 갈라버린 것이다. 독일에서는 동서 전쟁이 없었지만 한반도에서는 남북전쟁이 벌어져 아직도 증오와 불신이 팽배해 있다.



양쪽의 가장 큰 차이는 분단과 통일에 대한 두 나라의 국민정서이다. 한반도는 신라가 당나라를 몰아내고 완전한 삼국통일을 이룩한 676년부터 1945년까지 1269년간 통일국가였지만 독일통일의 역사는 불과 74년뿐이다. 즉 프랑크왕국이 843년 베르됭조약에 의해 오늘의 독일과 프랑스로 갈라진 뒤, 프랑스가 통일국가를 이룬 데 비해 독일은 천년이 넘도록 수십 개의 크고 작은 나라로 나뉘어 있다가 1871년 비스마르크에 의해 비로소 통일이 되었던 것이다.



오랜 분단국가로 살던 정서는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아 독일인들에게 독일이란 국가가 사이버개념이라는 사람도 있다. 자연 독일인들에겐 자기가 사는 고향, 출신 주가 중요하지, 다른 주는 같은 독일인데도 남의 나라나 다름없다. 그러니 현 대통령과 총리 모두 동독 출신인 것도 바로 이런 정서 때문이다. 독일인들에겐 통일에 대한 애절한 갈망보다는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라는 정서가 강해 동서 독일의 관계는 감정적·민족적이라기보다 현실적·합리적·실리적 관계였다. 매우 독특한 정서다.



이에 비해 한반도의 통일은 민족의 숙원이자 ‘성스러운’ 의무이고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제로 인식하다 보니 통일문제를 감정적·민족적으로 다루게 되고 남북한 모두 통일달성을 헌법에까지 명시하고 있다. 이는 명시된 ‘통일정책’을 세우지 않고도 인권과 인도주의 차원에서 현실적으로 동서교류에 접근했던 독일이 먼저 통일된 것과 큰 차이가 있다. 우리에게 통일은 대박이자 미래를 위해 꼭 이루어야 할 민족의 숙원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민족을 내세운 감정이나 무슨 대단한 통일정책보다는 이성적이며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욱 도움이 된다는 것이 독일 통일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다.



이원복 덕성여대 석좌교수



◆약력 : 독일 뮌스터대 디자인학부, 현 문화융성위원회 위원, 전 만화애니메이션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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