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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세계 5대 패션쇼? 갈 길 먼 서울패션위크

중앙일보 2014.04.03 00:18 종합 29면 지면보기
지난달 21일의 ‘서울패션위크 개막 패션쇼’. [사진 서울패션위크]


강승민
문화스포츠섹션부문 기자
“대한민국 최고 디자이너들의 비즈니스 행사이자 정상급 디자이너 패션쇼…국내 최대의 컬렉션…패션산업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꽃 중의 꽃.”



 지난달 26일 막을 내린 서울패션위크(SFW) 홈페이지엔 주최 측이 올린 이런 상찬이 올려져 있었다. “뉴욕·파리·런던·밀라노에 이은 세계 5대 패션위크로의 도약”이라는 의욕충만한 글귀도 눈길을 끈다.



 그런데 행사는 잘됐을까. 외형은 괜찮다.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SFW엔 6일간 5만여 명이 다녀갔다. 해외 유명 패션쇼 못지않게 121개 디자이너·브랜드가 참여했다. 실속은 있었을까. 지난 주말까지 SFW가 잠정집계한 총 주문금액은 140만 달러(약 14억8000만원)다. 참여업체 한 곳당 1223만원꼴로 상품을 팔았을 뿐이다.



 패션위크는 따끈한 신상품을 바이어에게 선보이고 어떻게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생존경쟁의 장이다. SFW에 참여한 한 디자이너는 “SFW는 참여에 의의를 두는 행사”라고 했다. 브랜드 소개서에 참가경력을 한 줄 적어내기 위해서란다. 그는 “초청된 해외 바이어 대부분은 거의 빈손으로 온다. 상품 구입에 쓸 예산은 해외 4대 컬렉션에서 이미 바닥났기 때문이다. 일부는 ‘SFW가 항공료·숙박비를 다 대주니 서울이나 한번 가보자’는 마음으로 들른다더라”고 했다. 해외 4대 컬렉션은 1~2월에 열린다. 2월 말이면 주요 판매처는 주문을 모두 끝낸다. 한두 달이나 늦게 열리는 SFW는 바이어 입장에선 선도 떨어지는 물건을 파는 시장인 셈이다. 비즈니스 행사라 표방했지만 성적표가 초라한 이유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10월 SFW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광장 패션쇼에 모델로 섰다. ‘SFW는 시민 축제’라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올해 SFW는 시민 축제로도 실패했다. ‘패션 메카’라는 동대문 상인들은 “우리가 SFW와 무슨 상관이냐”며 행사의 주변인으로 대접받는 신세를 푸념했다. 무료 초대권이 기본이던 SFW 입장권을 두고는 암표 전쟁이 벌어졌다. VIP 고객 혹은 프레스·바이어용으로 배포된 티켓은 인터넷에서 1만5000~5만원에 거래됐다. 바이어나 일반 시민의 참여 열기가 높아서도 아니었다. 구매자는 주로 패션 모델·디자이너 지망생들이었다.



 올해로 15년째인 서울패션위크는 한때 도쿄패션위크가 벤치마크할 정도로 각광받기도 했다. 하나 요즘엔, 예전만큼 관심도 패기도 보기 힘들다. 정작 패션이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는 창조경제가 온통 화두인 세상인데 말이다. 그사이 중국 베이징·상하이와 홍콩, 싱가포르, 일본 도쿄 등 아시아 각국은 자국의 패션행사를 키우기 위해 전력질주하고 있다.



강승민 문화스포츠섹션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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