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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흔들리는 중국 경제, 어디로 가나

중앙일보 2014.04.03 00:17 종합 29면 지면보기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중국 경제가 불안하다. 10%를 넘나들던 성장률이 7%대로 떨어진 지 3년째다. 그 7%도 불안하다고 한다. 그림자 금융 등 금융부문에 누적된 리스크가 일시에 터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이런 성장둔화와 금융불안의 배후에는 중국 정부가 있다. 시장이 실물경제 동향보다는 정부의 경기부양 여부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표가 나빠지면 오히려 주가가 오르는 기현상도 그 때문이다. 정부가 열쇠를 쥐고 있다는 얘기다.



 지금 시진핑-리커창 정부는 정권의 명운을 걸고 두 개의 대담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이른바 ‘성장전략의 전환’과 “시장이 자원배분을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결의다.



 첫 번째, 성장전략의 전환이란 수출과 투자가 주도하던 초(超)고도성장 구조를 민간소비 등 내수가 이끄는 안정적 성장구조로 바꾸겠다는 얘기다. 그 핵심은 일시적인 소비부양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소비가 확대될 수 있는 경제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그런데 소비가 성장에 더 많이 기여하려면 소득분배의 구조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투자를 담당하는 기업보다 소비를 담당하는 가계의 소득이 더 많이 늘어나야 한다는 얘기다. 중국은 아예 “국민소득의 분배 중에서 가계소득과 임금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인다”는 목표까지 정해놓고 이런 분배구조의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지난 4년간 매년 14%씩 인상한 것이나, 임금 단체협상 체결 비율을 2015년까지 전체의 80%로 높이겠다고 선언한 것도 그 일환이다.



 문제는 이런 생산비용 증가가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점이다. 중국 투자의 3분의 2를 점하는 민간고정자본투자의 증가율은 2011년 30% 내외에서 지난 1~2월에는 21.5%로 떨어졌다. 빠른 비용상승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들은 동남아로 밀려나고 있다. 이런 투자감속의 결과가 10%대에서 7%대로의 성장률 둔화다. 성장률 하락이 바로 분배구조 전환의 대가요 비용이었던 셈이다.



 두 번째, 시장이 자원배분을 결정토록 한다는 결의는 지난해 공산당 18기 3중전회에서 등장했다. 중국은 1990년대 들어 이미 대부분의 상품가격을 자유화한 바 있다. 하지만 가격이 시장의 유일한 신호는 아니다. 경쟁과 리스크도 시장을 움직이는 중요한 속성이다. 그런데 그동안 중국은 경쟁에서 도태된 기업들을 정치적으로 연명시키고, 금융부문의 리스크를 국유은행 시스템 속에서 은폐해 왔다.



 이번에 중국이 새삼 시장의 ‘결정적’ 작용을 강조한 의미는 경쟁과 리스크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도태 대상 기업의 실명까지 공개하면서 과잉설비 구조조정의 고삐를 죄고 있다. 경쟁에서 탈락한 기업은 시장에서 나가라는 것이다. 금융부문에서도 그림자 금융 상품이나 회사채의 디폴트를 막기보다는, 오히려 더 많은 디폴트가 나올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정부는 손을 뗄 테니 리스크를 스스로 책임지라는 뜻이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구조조정 칼바람에 투자는 더욱 위축되고, 그림자 금융의 불안은 신용체계 전반을 흔들고 있다. 몇 차례 신용경색 사태가 있었고, 자금조달 비용도 높아졌다. 심지어 중국발 금융위기론까지 회자된다.



 최근 중국의 성장둔화와 금융불안은 중국이 추진하는 장기적 전환에 따른 대가라는 점에서 간단히 정리될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쉽게 물러설 수 없고, 결국 2014년에도 중국 경제의 불안은 지속될 것이다.



 그렇다면 성장률이 더 떨어질 수도 있을까? 그렇다. 지난 3월 전인대의 업무보고에서 리커창 총리는 7.5% 성장목표를 제시하면서 “성장은 결국 고용을 위한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뒤집어보면 고용이 유지되는 한 7%의 성장률에 굳이 집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다. 2년간의 성장률 둔화에도 불구하고 그간 중국의 고용상황은 양호했다. 신규 고용은 오히려 늘어났다. 성장률의 추가적 둔화를 수용할 공간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금융불안은 좀 더 지켜볼 대목이다. 금융 패닉이 언제 촉발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빈발하는 디폴트가 주로 민영기업에 집중되고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뒤집어 말하면 중국이 과연 국유기업의 디폴트마저 허용할 것이냐가 향후 중국 금융불안의 향방과 중국 정부의 개혁의지를 가늠케 해 줄 시금석이다.



 원래 성장 둔화와 금융 불안을 감내하는 경제정책은 누구도 환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가 전략전환과 구조조정을 고집하는 이유는 그것이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한 장기 비전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피할 수 없는 선택인 셈이다.



 사실 정부가 시장에 제공해야 할 진정한 서비스는 눈앞의 현안과 애로를 풀어주는 것만이 아니라, 때로는 시장이 고통과 불안을 기꺼이 감수하도록 이끄는 비전을 제시하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개발연대나 외환위기 때 한국인들이 기꺼이 근검했던 이유도 정부의 약속과 비전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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