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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교황님의 고해성사

중앙일보 2014.04.03 00:14 종합 31면 지면보기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사제에게 고해성사를 하는 보도사진에 오랫동안 멈춰 있었다. 그러나 생각은 달려갔다. 몇 년 전 사제였던 동생에게 집에서 고해성사를 한 적이 있다. 엄마 기일이면 동생이 가정미사를 집전했는데 그때까지 고해성사를 하지 않아서였다. 당시 사제의 훈계를 들으며 결심한 건 ‘다시는 동생한테 고해성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후엔 ‘슬라이딩’을 해서라도 가정미사 전까지 고해성사를 마치곤 했다. 그러나 2년 전 동생이 유명을 달리한 뒤엔 그마저도 게을러졌다. 교황은 ‘항상 죄를 뉘우치고 고백하는 신자들의 의무’를 강조했다. 내가 건성건성 넘긴 ‘반드시 해야 할 기본적인 일’이 무엇인지 교황은 몸소 알려주셨다.



 교황의 고해성사에 언론은 ‘파격’이라고 했다. 그 행간에선 교황처럼 높은 분이 평사제 앞에 무릎을 꿇은 모습에 대한 생경함이 읽힌다. 그러나 가톨릭에서 성사는 사제를 통해야 하니 교황이라도 평사제 앞에 무릎을 꿇은 건 ‘파격’이랄 수 없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지위 혹은 직함이 높은 사람은 ‘반드시 해야 할 기본적인 일’을 안 하며 살거나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언젠가 일선 경찰관에게 취재를 하는데 그가 물었다. “논설위원도 취재를 하나요?” 당연히 언론인은 누구나 취재를 한다. 한데 이런 반응은 그 후에도 종종 이어졌다. 이에 독자들은 언론이 제대로 취재하지 않고 보도한다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정말 제대로 취재하지 않는 언론인들이 있어 의심을 받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론에 대한 불신은 이런 기본에 대한 불신에서 기인한 것이고.



  요즘 ‘황제 노역’으로 촉발된 사법 불신도 기본에 대한 불신일 수 있다. 재판이란 불법을 응징함으로써 사회 질서를 유지하고 사회 갈등을 봉합하는 것으로, 법관의 판결에 사회구성원 모두 ‘공평함’을 수긍할 수 있어야 이 기능이 발현된다. 판결이 법조문을 교묘하게 비틀어 사람에 따라 유불리를 가른다는 의심을 받게 되면 사법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판사가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은 ‘공평함’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반추해보는 일일 것이다. 한데 이번 사태는 이런 신뢰가 무너졌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이 와중에 전국수석부장판사회의를 열어 정한 벌금노역제도 권고안 등의 개선안을 보니 판사들은 여전히 법규정 안에 매몰돼 진정 자신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사법신뢰는 회복될까?



 교황 사진으로 시작된 생각은 우리가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큰 재앙인지 깨닫는 지점에서 일단 멈췄다.



양선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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