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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기자의 자연, 그 비밀] '모세의 기적' 어디 가고 … 덜 열린 진도 바닷길 왜

중앙일보 2014.04.03 00:07 종합 18면 지면보기
진도에서 매년 봄에 열리는 ‘신비의 바닷길 축제’는 국내외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중앙포토]
‘모세의 기적’으로 불리는 전남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가 2일 막을 내렸다. 평소 진도군 고군면 회동리와 의신면 모도리 사이 약 2.8㎞의 바닷길이 40m 폭으로 열리곤 했지만 올해는 완전히 열리지 않았다. 바닷길 중간 부분은 여전히 무릎 높이까지 물에 잠겨 있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시간·계절 따라 조석 물 높이 달라
멀어졌다 가까워지는 달 영향도

결론부터 얘기하면 조석(潮汐)과 계절이 일치하지 않은 탓이다. 이번보다 지난 1월 3일과 2월 1일, 3월 3일에 바닷물이 더 많이 빠졌다. 하지만 그때는 추운 겨울 오전 5~6시였다. 축제를 열기엔 적절치 않은 때였다. 진도군 측은 물은 덜 빠지지만 추위가 가신 3월 말에 축제를 열 수밖에 없었다.



언제 축제를 열어야 할지 예측할 수 있는 것은 바닷물이 드나드는 조석의 과학 덕분이다. 조석은 바닷물을 끌어당기는 달과 태양의 인력(引力), 즉 기조력(起潮力) 때문에 생긴다. 기조력은 지구·달·태양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바닷물이 차오른 만조와 바닷물이 빠진 간조는 보통 하루 두 번씩 일어난다. 지구의 자전으로 달이 한반도 바로 위에 왔을 때는 달의 인력 때문에, 그리고 달이 지구 반대편에 있을 때는 원심력 때문에 바닷물이 모여들어 만조가 생긴다.



조석 시간은 일정하지 않고 하루에 50분씩 늦어진다. 지구가 자전을 하는 사이 달이 지구 주위를 조금씩 공전하기 때문이다. 한반도 위에 다시 달이 오려면 지구가 360도에다 13도를 더 돌아야 한다.



바닷물의 높이, 즉 조위(潮位)는 한 달을 주기로 바뀐다. 바닷물이 많이 들어오고 많이 빠지는 것은 보름달이 뜰 무렵과 그믐 때, 즉 사리 때다. 상현·하현달이 뜰 때는 조위 변화가 적은데, 이때를 조금이라고 한다. 사리 때는 지구·달·태양이 일직선상에 있어 달과 태양의 기조력이 합쳐진다. 반면 조금 때는 달과 태양이 직각으로 위치해 달과 태양의 기조력이 분산된다. 달보다 멀리 떨어져 있는 태양의 기조력은 달의 46% 정도다.



진도의 바닷길이 사리 때마다 열린다면 한 번에 1~5일씩 1년에 24번까지도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도 매번 바닷길이 활짝 열리지 않는 것은 조위를 결정하는 요소, 즉 분조(分潮)가 20개 정도나 있기 때문이다.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도 206일을 주기로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는데 이것도 조위에 영향을 미치는 분조 중 하나다.



조위를 정확히 예측하려면 각 분조를 따로따로 예측한 다음 같은 시간에 맞춰 합산을 해봐야 한다. 국립해양조사원은 이런 원리로 전국 연안의 조석 시간과 조위를 담은 조석표를 매년 발간한다. 진도뿐만 아니라 무창포·제부도·변산반도 등지에서도 언제 바닷길이 열리는지 이를 통해 알 수 있다. 오랜 관측과 경험, 분석 능력이 쌓이면 ‘바닷물이 열리는 기적’도 내다볼 수 있는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조수간만의 차가 크다고 바닷길이 열리는 것은 아니다. 모래가 퇴적됐든, 산이 가라앉았든 바다 밑에 높은 지형이 있어야 한다. 흔히 음력 7월 보름 ‘백중사리’ 때 바닷물이 가장 많이 들어온다고 알고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조석표를 보면 2007~2014년 연중 바닷물이 가장 높았던 때와 백중사리가 겹친 경우는 2007년과 올해 두 번뿐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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