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과잉 지출 막아 개인 재정상태에 파란불 켜세요

중앙일보 2014.04.03 00:02 15면 지면보기



주부 인생 성공전략 ⑦ 체크카드

신용카드 시대는 가고 체크카드 시대가 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13년 지급결제 동향’에 따르면 체크카드 발급 장수는 지난해 말 기준 1억701만 장, 국민 1인당 2.2장이다.



전체 발급 장수가 신용카드(1억202만 장, 1인당 2.1장)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여기에 지난 1월 카드 고객정보 유출에 따른 카드 해지와 신규 발급 감소 등으로 1~2월에 신용카드가 300만 장가량 줄었다. 이에 따라 체크카드와 신용카드의 장수 격차는 더 벌어졌을 것이다.



 알뜰소비 풍조 확산과 소득공제 확대 혜택 같은 다양한 요인이 소비자로 하여금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를 뽑아들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체크카드는 주로 소액결제 업종에서, 신용카드는 비교적 결제 금액이 큰 업종에서 주로 사용되는 추세”라며 “신용카드 혜택이 크게 축소되고 고객정보 유출 영향으로 카드사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당분간 체크카드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장단점을 비교해 보자.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소소한 혜택이 있는 건 사실이다. 유류비·커피값·영화표 할인 등은 신용카드에서 빠지지 않는 서비스다. 할부 기능은 신용카드의 최고 매력이다. 60만원짜리 물건도 12개월 무이자 할부로 구입하면 매달 5만원만 결제하면 되니 별생각 없이 신용카드를 긁게 된다. 현찰이 없어도 지출 능력보다 더 많은 소비를 할 수 있다는 것, 달콤한 유혹이다.



 반면에 체크카드는 신용카드에 비하면 무미건조하다. 불편한 점도 많다. 무엇보다 일단 신용카드에 비해 할인 혜택이 적다. 할부 기능은 물론 없다. 비싼 물건을 사려면 돈을 모아 한번에 결제해야 한다. 간혹 뿌리치기 힘든 강력한 ‘지름신’이 등장하는 경우 체크카드로 큰돈을 쓰게 되면 오랫동안 청빈생활을 강요받는다. 통장 잔액이 체크카드 한도이기 때문이다. 통장에 돈이 없으면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을 참아야만 한다.



 체크카드는 어쩌면 소비활동을 불편하게 만드는 존재일 수 있다. 반면에 신용카드는 가진 돈을 마음껏 쓰고 미래의 소비도 앞당겨 해결해 주는 더 없이 좋은 친구다. 그런데 이 같은 돈 사용의 불편함이 바로 체크카드의 장점이 된다.



 신용카드의 할인 혜택이란 것도 일정 기간을 지난 후 따져보면 소탐대실이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경우가 체크카드보다 더 많은 돈을 쓰게 하기 때문이다. 할인 혜택으로 매번 100원, 500원의 푼돈을 아낄 수 있을지 몰라도 신용카드는 결과적으론 지나친 소비를 하게 만든다. 그러다 보면 본의 아니게 빚을 지게 되고, 개인의 재정상태에도 빨간불이 켜진다. 신용카드의 본질은 과잉지출과 빚이다. 대한민국이 부채 공화국이 된 것도 신용카드가 한몫했다.



 할부도 마찬가지다. 체크카드를 사용하면 당장 사고 싶은 물건을 살 수 없어 아쉽지만 그 물건이 불요불급한 건지, 충동구매는 아닌지 되돌아보게 한다. 이러는 동안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다. 나중에 저축한 돈으로 사고 싶었던 물건을 사더라도 할부구매보다 구입 시점은 늦어졌지만 숙고 과정을 거친 만큼 소비 만족도는 더 높아지게 된다. 최근 체크카드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소비자들이 이런 체크카드의 매력에 눈을 떴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출통제로 굳은 돈을 저축해 가계재정을 선순환 구조로 가져갈 수 있는 건 사람들이 잘 모르는 체크카드의 최대 이점이다. 지출통제는 단순히 저축만을 늘릴 때보다 저금의 실질 수익률을 훨씬 높이는 효과가 있다. 지출을 10% 줄일 때 어떤 결과가 생기는지 살펴보자. 월 400만원을 받는 사람이 이 중 25%인 100만원을 저축하고 나머지를 지출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지출을 10% 줄여 저축을 늘리면 저금은 100만원에서 130만원으로 늘어난다. 단순계산으로만 따져도 연간 저금이 1560만원으로 지출을 줄이기 전보다 360만원 늘었다. 저축의 실질 수익률이 30%나 높아진 것이다.



 요즘처럼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수익률을 단 1%를 올리는 것도 힘겹다. 연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펀드도 부지기수다. 연간 10%만 수익률을 올려도 대박이라며 큰소리를 친다. 체크카드의 지출통제 효과를 이용하면 그렇게 애쓰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짜릿한 수익을 맛볼 수 있다.



 서명수 재테크칼럼니스트



서명수 재테크칼럼니스트   2010년부터 중앙일보 경제섹션에 매주 실린 재산리모델링 코너를 맡아 200건이 넘는 지면상담을 진행했다. 최근엔 중앙일보 이코노미스트에 ‘은퇴성공학’을 주제로 연재물을 기고하고 있다. 중앙일보 경제부와 중앙경제 증권부 등을 거친 경제 전문기자출신이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