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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해병 아들에게 보내는 엄마의 편지

중앙일보 2014.04.03 00:02 6면 지면보기



군에서 제2의 꿈 키우는 아들 든든

최고 멋진 해병대원 아들 승환에게.



 오늘도 엄마는 아침에 눈을 뜨며 습관처럼 혼잣말로 기도했다. ‘오늘 하루도 우리 아들 무사히 훈련 마치고 평안한 마음 갖도록 도와주세요’라고.



 지난달 살짝 꽃샘추위가 오는가 싶더니 여기 천안은 벌써 봄 내음이 물씬 풍긴다. 천안북일고 교정에는 벚꽃이 활짝 피기 시작했다. 아들이 있는 포항의 봄 소식은 이곳보다 더 빠르겠지.



 엄마는 널 군대 보낸 뒤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에서 새로운 관심을 갖게 됐어. 무엇보다 날씨에 민감해진 것 같아. 너무 추우면 혹시 네가 발가락·손가락에 동상이 걸리지 않을까, 무더운 여름이면 고질병인 아토피가 도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엄마의 노파심을 뒤로한 채 힘든 군생활을 모두 이겨내고 의젓한 상병 계급장을 단 네 모습을 보면 대견스럽기만 하다.



 2012년 11월 해병대에 입대했으니 어느덧 1년5개월의 세월이 흘렀구나. 대학에 입학하고 한 학기를 마친 20세에 입대를, 그것도 훈련과 군기가 세다고 소문난 해병대에 가겠다고 했을 때 아빠와 할머니는 “왜 굳이 군생활을 힘들게 하려고 하느냐”며 엄청 반대했었지. 그때 너는 “어차피 군대에 가려면 일찍, ‘빡세게’ 하고 싶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어. 엄마는 너의 그 모습을 보고 마음속으로는 걱정이 되면서도 반대를 하지 않았어 왠지 아니. 엄마에게는 오래전부터 ‘승환이는 어떤 일이라도 잘 해낼 거야’라는 믿음이 있었거든. 또 마음속 한쪽에는 너에 대한 ‘엄마의 미안함’도 자리 잡고 있었어.



 승환아. 너는 중학교 때까지 전교 10등 안에 들고 전교 회장을 할 정도로 공부 잘하고 리더십 있는 아이였다. 중학생 때 아산시가 지역 학생 20명을 뽑아 보름 동안 미국 미시간주립대 캠프에 보내주는 행사에 다녀온 것도 기억나지. 그런데 네가 고교에 입학할 즈음 아빠 사업의 부도로 생활이 어려워졌지. 이후 네 학교 성적이 떨어지는 것을 지켜본 엄마의 마음에는 늘 미안한 마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결국 네가 어릴 적 꿈이었던 정치인을 포기하고 전문대를 선택했을 때 엄마의 가슴은 무너지듯 아팠다. 그런데 ‘제대 후 서울 동대문시장에 디자이너 패션 숍을 열겠다’며 고된 군생활에서도 짬짬이 제2의 꿈을 키우고 있는 너를 보면서 엄마의 아픔은 기쁨과 기대로 바뀌었다. 매달 보내고 있는 ‘GQ’ ‘아레나’ 같은 남성 패션 잡지와 관련 책들 잘 보고 있지? 네가 입대한 후 매달 꼬박꼬박 2~3권씩 보냈으니 이제 패션 전문가가 다 됐겠네.



 아들아.



 엄마가 너의 7주 훈련기간에 단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썼던 편지 노트 기억하니? 자대 배치 후 편지 노트를 처음 받아 읽고 소대장을 비롯한 모든 대원이 눈물을 흘렸다는 얘기를 들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제대일(8월 25일)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그동안 무사히 지낸 것에 감사하고 앞으로 남은 말년 생활 절대로 자만하지 말고 겸허한 자세로 임하길 바란다. 선임이나 후임을 대하는 데 있어 부끄럽지 않고 당당한 해병대원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해. 남은 5개월 군생활이 네 청춘을 불사를 수 있는 인생 최고의 시간이라 여기고 잘 마무리하길 바란다.



 중요한 당부 한 가지. 네가 새로운 인생 목표로 세운 디자이너 패션 숍에 대해 나름 구체적인 실천 계획을 세워 제대했으면 좋겠어. 엄마·아빠가 힘껏 도와줄게.



 날마다 보고 싶어 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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