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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역 부근 무단 횡단 여전 … 엘리베이터 '있으나 마나'

중앙일보 2014.04.03 00:02 5면 지면보기
천안역 동부광장 앞 도로. 시민단체의 횡단보도 설치 요구에도 불구하고 천안시가 지하상가로 이어지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했지만 무단 횡단은 계속되고 있다. 프리랜서 진수학

도로교통공단 횡단 사고 다발지역 분석



도로교통공단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천안지역에서는 모두 2461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62명이 숨졌다. 세종시를 제외한 충남 15개 시·군 교통사고 총 8134건의 30%가 넘고 사망자 수는 15%에 이른다. 사망자 가운데 28명은 보행 중 차량에 부딪혀 숨졌다. 이 중 15명이 도로를 횡단하다 사망했다. 사고 현황과 천안 시내 무단 횡단 다발지역을 집중 취재했다.



강태우 기자



지난달 26일 오전 1시. 천안시 성정동 인쇄창사거리 부근에서 35세 여성이 차에 치여 숨졌다. 동창들과 함께 술을 마신 정모(45)씨가 차를 몰고 집에 가던 중 도로를 건너던 한 여성을 미처 보지 못해 치고 달아났다. 피해 여성은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정씨는 지인의 집에 숨어 있다가 사고 발생 11시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2012년 보행 중 교통사고로 희생된 천안 시민 28명 가운데 15명이 무단 횡단을 포함해 도로를 건너다 목숨을 잃었다. 이중 9명은 횡단보도에서, 2명은 인도에서, 2명은 차도에서 사망했다.



 앞에서 예로 든 교통사고는 음주운전과 무단 횡단이 함께 초래한 비극이다. 음주운전 못지 않게 위험한 행동이 무단 횡단이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 분석 시스템에 따르면 천안 도심권에서 무단 횡단으로 교통사고가 빈발하는 지점은 4곳이다. 구상골 사거리(성정동), 천안역 부근(대흥동), 터미널 인근(신부동), 교보생명 사거리(원성동) 부근에서 무단 횡단이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4개 지점 모두 원도심에 있다. 2010~2012년 지점별 무단 횡단 사고 건수를 보면 구상골 사거리 4건, 천안역 부근 5건, 터미널 인근 4건, 교보생명 사거리 7건 등 총 20건이다. 희생자는 2명이다.



교통사고 사망 절반 이상 도로 횡단



천안에서 무단 횡단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 천안역 동부광장 앞 도로다. 2008년 한 시민단체가 천안시청과 천안동남경찰서에 횡단보도 설치를 요구했다. 하지만 해당 기관들의 판단 착오로 2억원이 넘는 예산만 낭비한 채 무단 횡단은 아직까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횡단보도가 아닌 지하상가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것이 문제였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지 3년이 지났지만 동부광장 앞 왕복 4차로 도로를 무단 횡단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길을 건너는 게 불편하기 때문이다.



 1일 오후 2시, 천안역 동부광장 앞 왕복 4차로 도로. 버스에서 내린 학생·주부·직장인 등이 도로 건너편으로 무단 횡단한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수시로 차량들 사이를 요리조리 헤치며 도로를 가로지른다. 무단 횡단하는 사람이 30여 분 동안 100명을 넘었다. 양쪽 지하상가 계단 벽에 붙은 무단 횡단 금지 표지판이 무색했다. 그나마 낡아 제 구실도 못한다.



 인도에는 무단 횡단을 막고 노인과 장애인 등 보행 약자를 위해 가동하는 엘리베이터가 있다. 천안시가 2억65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설치했다. 하지만 이를 이용하는 시민은 거의 없다. 무단 횡단이 개선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지하도 이용을 불편해 하는 보행자가 많기 때문이다. 천안시와 천안동남경찰서는 사고 위험성이 높다며 횡단보도가 아닌 지하도를 이용하도록 했다.





"횡단보도 설치 권고에도 엘리베이터만 설치”



천안아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2008년 3월 이 일대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무단 횡단을 막기 위해 횡단보도 설치를 제안했다. 경실련은 횡단보도 설치가 교통정체를 유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시간대별 교통량과 보행자 수, 무단 횡단 현황, 횡단보도 설치 유무 등 보행 환경 설문조사까지 실시해 그 결과를 천안시에 전달했다. 국가인권위도 2009년 10월 횡단보도 설치를 권고했다. 현장 조사를 통해 결정한 인권위의 권고에도 천안시와 천안동남경찰서는 횡단보도 설치가 아닌 지하상가를 통해 가는 엘리베이터를 인도 양쪽에 설치했다. 이후 지금까지 무단 횡단을 막을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정병인 경실련 사무국장은 “인권위의 횡단보도 설치 권고에도 불구하고 천안시가 수억원의 예산을 들여 이용하지도 않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며 “예산만 낭비한 채 수시로 발생하는 무단 횡단을 예방하는 데는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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