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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알면 공부에 큰 도움 … 모든 과목 성적 쑥쑥 올랐어요"

중앙일보 2014.04.03 00:02 4면 지면보기
한자 신동 신동민군이 자신이 좋아하는 이황의 호 ‘퇴계’가 씌어 있는 한지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프리랜서 진수학

[우리 학교 스타] 전국 최연소로 한자 '사범' 자격증 딴 온양동신초 신동민군



온양동신초 6학년 신동민(12)군에게는 ‘한자 신동’ ‘한자 영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신군은 지난 2월 22일 한자급수자격검정에서 전국 최연소로

‘사범’ 자격증을 취득했다. 사범은 대한검정회에서 인정하는 최상위 수준의 자격증이다. 신군은 이 자격증을 갖고 있는 유일한 초등생이다. 신군은 한자 공부 덕분에 학교 과목 공부에도 재미를 붙였다고 말했다.



조영민 기자



신군이 본격적으로 한자를 공부하기 시작한 건 3학년 때다. 부모의 권유로 집 근처에 있는 학원인 성균관학당에서 한자를 배웠다.



 “사실 처음부터 한자에 재미를 붙인 건 아니에요. 복잡하고 어려우며 학교 공부에도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신군의 이런 생각은 오래 가지 않았다. 학원에서 한자를 배우면서 부수를 찾고 뜻을 풀이하다 흥미를 느낀 신군은 입문 1년 만인 2011년 준1급 자격증을 최연소로 따는 기록을 세웠고 2012년에는 1급, 지난해에는 준사범 자격증을 취득했다. 한자급수자격시험 단계는 8급부터 사범까지다. 사범 바로 아래 단계인 준사범 자격증을 딴 초등생은 10여 명에 불과하다.



 “학원 선생님이 한자를 재미있게 가르쳐 주신 게 큰 도움이 됐죠. 한자어 하나를 설명할 때도 중국의 흥미로운 역사를 곁들여 해주시니까 이해하기 쉬웠어요. 자격증을 하나씩 딸 때마다 성취감을 느꼈고 더 큰 목표가 생겼죠.”



"단 10분이라도 집중해서 공부”



사범 자격증까지 취득하며 한자 신동이라고 불리는 신군이지만 그의 일과를 보면 또래와 다를 바 없다. 특별히 스마트폰을 멀리하지도 않고 종일 책만 붙잡고 있지도 않는다. 공부시간도 여느 아이들과 비슷하다.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집에서 좋아하는 게임을 한다. 굳이 다른 점이라면 공부할 때와 놀 때를 분명히 가린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게임도 좋아하고 컴퓨터 게임도 즐겨요. 밖에서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것도 좋아하죠. 하지만 공부할 때만큼은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아요. 단 10분이라도 집중해서 하죠. 한자를 배우면서 집중력이 많이 향상된 것 같아요.”



 한자 자격시험을 준비할 땐 한번 책상 앞에 앉으면 8시간 이상 공부한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다. 단지 한자 공부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자격시험을 모두 마쳐 학교 공부에만 신경을 쓰는 신군은 요즘엔 길어야 2~3시간 정도 책상 앞에 앉는다. 이마저도 재미없거나 싫증나면 10분이든 30분이든 책을 덮고 자유시간을 보낸다. 학교 공부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공부가 재미없다는 게 아니에요. 한자 자격시험은 주어진 기간에 공부해 성과를 이뤄야 하지만 학교 공부는 그렇지 않잖아요. 지치지 않고 꾸준히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신군은 한자를 배우면서 자신만의 공부 비법을 터득한 듯 보였다. 한자를 많이 알면서부터 학교 성적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



 “한자를 알면 학교 공부에 정말 큰 도움이 돼요. 영어와 수학을 제외하면 전 과목에 한자가 쓰이죠. 예를 들면 과학 용어 중 침식작용(浸蝕作用)이나 양서류(兩棲類) 등은 한자를 아니까 그 뜻을 이해하기가 쉽죠. 한자를 배우고 나서 모든 과목에서 성적이 많이 올랐어요.”



 신군에게 꿈과 진로를 물으니 “아직은 없다”고 대답했다. 초등생이기 때문에 원대한 꿈을 정해 거기에 맞춰 지내는 것보다는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내며 꿈도 계획성 있게 세워 잘 준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오늘보다는 내일을 더 재미있고 의미있게 보내고 싶어요. 제가 진정으로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어떤 쪽인지 고민한 뒤 천천히 꿈을 정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성균관학당, 인재의 요람으로



신군이 한자에 재미를 느끼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송경옥 성균관학당 원장의 탁월한 지도력이 한몫했다. 송 원장은 아이들에게 한자를 가르칠 때 중국 역사 같은 옛이야기를 곁들인다. 흥미로운 수업 방식이 한자에 재미를 붙이게 한다. 지난해에는 송 원장이 가르친 아이들 중 4명이 준사범 자격시험에 합격했다.



 간혹 아이를 맡기면서 ‘한문이라는 과목을 배워서 어디에 도움이 될까’라고 걱정하는 부모도 있단다. 하지만 그때마다 송 원장은 한문을 배우면 다른 과목 공부에도 분명 효과가 있다고 설득한다.



 “한문을 배우면 동민이처럼 모든 과목의 낱말 뜻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자녀들에게 한학을 꼭 가르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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