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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뉴스 인 뉴스 <239> 숲가꾸기의 역사

중앙일보 2014.04.03 00:01 경제 11면 지면보기
구희령 기자
이번 주 토요일은 식목일입니다. 50여 년 동안 법정 공휴일로 지정했을 만큼 4월 5일 ‘나무 심는 날’은 의미가 깊었습니다. 국토의 약 3분의 2가 산이지만 대한민국 건국 당시 대부분은 ‘민둥산’이었습니다. 6·25 전쟁 중에도 조림사업 계획을 세울 정도로 숲 가꾸기에 힘쓴 결과, 현재 우리 산림의 피복률(나무가 땅을 덮고 있는 비율)은 100%에 가깝습니다. 대한민국 숲 가꾸기의 역사를 살펴봅니다.


"산에 나무라곤 없었다" → 산림 피복률 100%로 상전벽해
식목일 첫 제정은 1910년 4월 5일
67년 산림청 설립, '치산녹화' 드라이브
유한킴벌리 30년동안 5000만 그루 넘게 심어

과거 우리 숲이 황폐화했던 이유는 다양합니다. 일제 강점기의 수탈, 해방 이후 인구의 증가, 6·25 전쟁으로 인한 피해, 전후 복구를 위한 자재 수요의 증가, 정부의 산림 관리 실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민둥산으로 변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연료로 쓰기 위해 마구잡이로 나무를 베어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마을 주변의 산만 황폐해졌지만 점점 그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나무가 사라지자 나무 뿌리와 풀까지 베어 땔감으로 썼다고 합니다. 훗날 무연탄 등이 보급되면서 비로소 나무 베는 일이 줄어들었지요. 나무를 땔감으로 쓰던 1900년대 우리나라의 사진을 보면 헐벗은 산이 눈에 띕니다. “부산에서 경성(서울)까지 가는데 산에 나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는 외국 여행객의 기록도 남아있습니다.



조선시대 성종이 밭을 간 날에서 유래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은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을 강하게 추진했다. 고인이 79년 식목일에 경기도 성남시 하산운 동산에서 맏딸 박근혜 현 대통령(왼쪽)과 함께 나무를 심고 있다. [중앙포토]


 식목일은 1910년 4월5일 순종이 친히 나무를 심으면서 시작됐습니다. 신라가 삼국통일을 한 날, 조선시대 성종이 동대문 밖 선농단에 제사를 올리고 밭을 간 날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경술국치 이후인 이듬해부터 일제가 4월3일로 변경합니다. 히로히토 일왕의 생일과 겹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광복 이후에야 다시 4월5일로 바꿀 수 있었습니다. 47년에는 10년 안에 나랏돈을 들여 나무를 심고 이미 있는 숲을 보호하자는 계획이 수립됐습니다. 이듬해에는 나무 한 그루를 베어낼 때마다 다섯 그루를 심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지요. 1949년에는 식목일을 공휴일로 지정했습니다. 그리고 390만6000㏊ 규모의 민유림을 조성하는 10개년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이듬해 6·25 전쟁이 터져 제대로 실행할 수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51년 말 전쟁 상황이 좀 나아지는 듯싶자 정부는 산림 현황을 조사하고 ‘민유림 조림 5개년 계획’ ‘단기속성녹화조림 3개년 계획’ ‘생울타리 조성 5개년 계획’ 등을 세웁니다. 생울타리 조성 계획이 뭐냐고요. 농가에서 자꾸 나뭇가지를 잘라다가 울타리를 세우는 것을 막기 위해 아예 울타리처럼 쓸 수 있는 나무(측백나무·탱자나무·향나무 등)를 심게 하겠다는 생각이었죠. 단기속성녹화조림은 빨리 자라는 싸리나무·상수리나무·아까시나무 등을 심어 토양을 보호하고 땔감으로도 쓰려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전쟁 중에 정부가 종자를 살 돈조차 대지 못할 형편이라 사업은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휴전 이후에는 60년대 중반까지 땔감으로 쓸 나무를 심는 ‘연료림 조성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했습니다.



 67년은 숲 가꾸기에 있어 역사적인 해입니다. 산림청이 생기고 역사상 가장 많이 나무를 심은 해이기 때문입니다. 이 한 해에만 45만4779㏊에 16억 그루의 나무를 심었습니다. 잣나무·삼나무 등 자재로 쓸 나무(42%)와 아까시나무·오리나무·상수리나무 등 연료로 쓸 나무(37%), 밤나무·감나무 등 유실수(13%)를 골고루 안배했습니다.



 73년 박정희 대통령은 손수익 당시 경기도지사를 산림청장으로 임명할 정도로 ‘치산녹화’ 드라이브를 겁니다. 소나무 싹이 죽는 것을 막기 위해 입산금지령을 내리고 이를 강력하게 단속하기 위해 산림청을 농림부 소속에서 내무부 소속으로 바꿀 정도였습니다. 농촌에는 나무 땔감 대신 쓸 연탄을 집중 보급했습니다. 74년 식목일을 전후한 4월 1~15일을 ‘국민식수기간’으로 정하고 나무를 심게 했습니다. 이듬해에는 3월 21일~4월 20일까지 한 달로 늘렸습니다. 소득증대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빨리 자라는 나무, 유실수 위주로 10개 종을 선정해 계획적으로 나무를 심었고요. 손 청장은 최장수 산림청장(5년8개월) 기록을 세우며 73년 세운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의 목표였던 100만㏊ 나무 심기를 4년이나 앞당겨 초과달성했습니다.



 목표를 일찍 달성하는 바람에 ‘제2차 치산녹화 10년 계획’을 79년에 다시 세웁니다. 속성으로 숲을 늘리다 보니 규모만 크고 질이 떨어진다는 반성도 따랐습니다. 10종류로 제한했던 나무를 21종으로 대폭 늘렸습니다. 다음 시기인 97년까지는 다시 78종으로 다양화했습니다. ‘국민식수기간’을 쉽고 고운 우리말인 ‘나무 심는 기간’으로 바꾼 것도 눈에 띄네요.



 98년에는 ‘숲 가꾸기 5개년 계획’이 등장합니다. 이제 ‘심는 정책’에서 ‘가꾸는 정책’으로 바꿀 만큼 산림이 어느 정도 갖춰진 것이지요. 2006년에는 식목일이 공휴일에서 기념일로 바뀌었고요. 식목일 날짜를 바꾸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봄철 평균기온이 12.3℃에서 13℃로 오른 만큼 3월로 당겨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2009년 3월 국무회의에서 “국가기념일로서 전통성이 있고 통일을 대비해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이 났답니다. 단 2010년부터는 지역별 기후를 고려해 집중적으로 나무를 심고 있습니다. 강원도와 경상북도에는 소나무·낙엽송·잣나무를, 남부해안과 제주 지역에는 편백·삼나무·가시나무류를 심는 식이지요. 기후변화 대책까지 고려해 2017년까지 ‘제5차 산림기본계획기간’ 동안 25만3000㏊의 숲을 늘릴 계획이라고 합니다.



매년 신혼부부 나무심기·여고생 숲 체험



지난달 29일 경기도 여주시 강천면에서 열린 ‘2014 신혼부부 나무심기’ 행사에서 신혼부부 600명과 유한킴벌리 임직원 등이 5년생 잣나무 1만2000그루를 심고 있다(왼쪽사진). ‘학교숲 운동’으로 푸르게 바뀐 경남 창원 남산중학교. [사진 유한킴벌리]


 민둥산이 숲으로 변화한 것은 정부뿐 아니라 민간 단체와 기업의 노력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84년 시작해 올해로 30주년을 맞는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입니다. 펄프를 원료로 하는 화장지·기저귀 등이 주력 상품인 유한킴벌리가 이 캠페인을 시작했을 때 일시적인 이미지 개선 사업으로 그칠 것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유한킴벌리 내에서도 나무심기나 숲 가꾸기에 회의적인 일부 경영진이나 주주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당시만 해도 기업의 사회공헌이 보편화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말까지 이 캠페인을 통해 심은 나무가 4800만 그루입니다. 올해에는 5000만 그루를 넘어설 것이라고 합니다. 국민 1인당 1그루꼴로 나무를 심은 셈입니다. 실제로 국민이 나무 심는 데 참여하도록 하는 것도 캠페인의 한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매년 봄 유한킴벌리는 신혼부부를 숲으로 초청해 나무를 심습니다. 올해까지 약 1만9000명의 신혼부부가 나무를 심으며 새 인생을 출발했습니다. 88년부터 매년 여름 여고생을 대상으로 자연체험교육 그린캠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실제 숲에 들어가서 환경교육을 받고 문화·예술 분야 전문가와 만나는 이 프로그램에는 올여름까지 4000여 명의 학생이 참가합니다. 캠프에 참여했던 여고생이 여대생이 되어 그린캠프 자원 봉사자로 다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 캠페인은 84년부터 조성한 숲 보호기금을 재원으로 나무 심기 외에 솎아 베기, 가지치기, 거름주기 등 숲 가꾸기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나무 심기가 어느 정도 단계에 오른 98년 숲 가꾸기에 눈을 돌린 것처럼,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도 산을 벗어나 도시로 향합니다. 먼저 흙먼지가 날리는 운동장과 콘크리트 건물로 둘러싸인 학교에 숲을 가꾸는 ‘학교 숲 만들기’ 운동을 98년부터 생명의숲·산림청과 손잡고 본격적으로 펼쳤습니다. 전국 735개 학교에 87만2000㎡의 초록 공간이 생겨났습니다. 2005년부터 시민단체인 서울그린트러스트와 함께 동네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도시 숲 운동’도 하고 있습니다.



 숲 가꾸기는 해외로도 확장됐습니다. 유한킴벌리는 황사현상의 원인인 중국과 몽골의 사막화를 막기 위해 99년부터 해당 지역의 숲 복원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2003년 몽골 토진나르스 지역에서 시작한 ‘100만 그루 나무 심기’는 올해로 1000만 그루를 넘어서게 됩니다. 황폐해진 북한의 산림을 복구하기 위해서도 1285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습니다. 최근에는 ‘작은 숲 모여 큰 숲으로’라는 새로운 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해온 국내 나무 심기와 숲 가꾸기, 학교숲·마을숲 등을 연결해 숲과 사람이 공존하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국내의 작은 숲들이 모여 이룬 큰 숲이 북한의 황폐한 산까지 이어져서 한반도 생태계를 복원한다는 그림입니다.



 환경보호를 위한 해외 나무 심기와 더불어 국내 산림자원을 충당할 해외 산림자원 확보를 위한 ‘해외 숲 가꾸기’도 활발합니다. 지난해까지 13개국에 34개 업체가 진출해 31만4000㏊의 숲을 만들었습니다. 해외 숲 조성 사업의 수익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열대지역의 경우 나무가 우리나라보다 3~5배 빠르게 크는 데다 현재 우리나라가 목재 수요의 85%를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산림청에 따르면 2050년까지 해외에 100만㏊의 우리 숲을 조성할 예정입니다. 우선 2017년까지 해외 숲 25만㏊를 만들 계획입니다. 목재 자원 확보를 위한 숲(15만㏊)도 있지만 기후변화협약에 대비해 탄소배출권 확보를 위한 숲(5만㏊), 바이오디젤 등 바이오에너지 확보를 위한 숲(5만㏊) 등 미래환경에 대비한 숲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민둥산을 덮어서 수해를 막고 당장 땔 연료를 구하기 위해 심던 나무가 과일을 따고 목재를 개발해 돈을 벌기 위한 재원으로, 다시 기후변화 등 환경에 대비하고 바이오에너지를 마련하기 위한 새로운 자원으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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