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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코스피 2000 안착, 숫자 셋에 달렸다

중앙일보 2014.04.03 00:01 경제 2면 지면보기
2일 외환은행 본점 전광판. [뉴스1]


증시에도 봄이 오는 걸까. 코스피 지수가 어느덧 2000선 턱밑까지 올라섰다. 2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27포인트(0.26%) 오른 1997.25로 거래를 마쳤다. 당장의 관심은 ‘2000 고지’에 안착할 수 있을지다. 일단 안정적으로 머물러야 이를 디딤돌 삼아 1900~2050을 오가는 지루한 박스권도 탈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의 전망은 아지랑이처럼 어지럽게 나부낀다. 변덕스러운 봄 날씨처럼 나라 안팎으로 변수가 워낙 많아서다. 다만 흐름을 가늠해볼 잣대는 있다. 전문가들이 ‘봄의 전령사’ 역할을 할 핵심 지표로 꼽는 건 삼성전자, 중국 그리고 환율이다. 어렵고 복잡하다면 숫자 세 개만 기억하자. 7.5%(중국 1분기 성장률), 8조4000억원(삼성전자 1분기 실적), 1050원(달러당 원화 가치)이 그것이다.



8조4000억



시총 20% 달하는 삼성전자, 8일 1분기 잠정실적 발표

영업이익 8조4000억 넘으면 외국인 투자 자극할 호재




외국인은 2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6거래일 연속 순매수했다. 주식을 산 금액이 판 금액보다 1조5000억원 많았다. 그런데 이 중 6500억원은 삼성전자를 사는 데 쓰였다. 이 덕분에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달 26일 이후 8.8%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2.9%)을 훌쩍 넘어선다. 오랜만에 지수를 견인하는 ‘대장주’의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코스피 시가총액의 20%를 차지한다. 삼성전자의 실적은 외국인들에게 사실상 한국 경제 성적표로 여겨진다. 2007년 이후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의 시각이 바뀔 때마다 코스피는 변곡점을 맞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순익의 절반이 삼성전자 몫이다.



 연초 이후 코스피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온 것도 새해 벽두부터 터져나온 삼성전자 ‘어닝쇼크’의 영향이 컸다. 연초 글로벌 시장이 불안하게 움직였던 근본 원인은 선진국 경기의 회복세에도 신흥국 경기는 급속히 둔화하는 상황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당초 기대했던 ‘선진국 경제 회복→신흥국 수출 증가’의 선순환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핵심 고리 격인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은 그 방증으로 읽혔다. 한국 등 신흥시장에서 대규모로 자금이 빠져나간 원인이다.



 결국 2000선 안착의 키를 쥔 건 외국인이고, 귀환의 관건은 기업 실적에 대한 확신을 줄 수 있느냐다. 분수령은 8일 나올 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 실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눈높이는 상당히 낮아져 있다. 지난해 말 증권가가 전망한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평균 9조70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어닝쇼크 이후 크게 낮아져 현재는 8조4000억원 선까지 내려온 상태다. 실제 실적이 이 수준으로 나온다면 삼성전자의 주가와 코스피의 흐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8조48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하고 있는 우리투자증권 이세철 연구원은 “실적 악화 우려는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예상이 빗나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8조4000억원에 못 미친다면 코스피의 2000선 안착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지난해 1분기 수준인 8조8000억원에 육박하거나 넘어선다면 이른바 ‘역(逆)성장’ 우려를 덜면서 주가도 상승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커진다. 삼성증권 김용구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주가가 박스권을 탈출한다면 코스피 전반에 파급효과를 내며 지수도 한 단계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7.5



중국 1분기 성장 16일 발표 … 7.5%가 고용시장 안정선

한국 최대 수출국, 경기 둔화 우려 씻어야 코스피 힘 얻어




지난해 이후 중국은 코스피의 박스권 탈출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최대 수출 시장의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식으면서 국내 대형주들이 영 힘을 쓰지 못했다.



 올 들어서는 걱정이 더 커졌다. 중국 경제가 금융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이곳저곳에서 나오면서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가 ‘중국 기업 연쇄 파산→회사채 시장 붕괴→당국 통제 불능→금융 시스템 마비’다. 지난달 초부터 중국에서 부도를 내는 기업들이 하나 둘 생겨나자 코스피가 크게 휘청인 것도 이런 걱정에서였다.



 하지만 공포감은 조금씩 무뎌져 가는 형국이다. 현상이 바뀐 것이라기보단 해석이 바뀌어서다. 신한금융투자 이경수 연구원은 “한계 기업의 파산은 중국 정부가 선제적인 구조조정 차원에서 용인한 것이며 당국의 통제력도 여전하다는 시각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둔화 우려도 어느새 경기 부양의 기대감으로 전환했다. 중국은 올 성장률 목표치를 7.5% 안팎으로 제시해 놓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 수치를 중국이 고용 시장의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해석한다. 그런데 경기 둔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 사이에서 올 성장률이 7%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중국에서 고용 시장 안정은 정치·사회적 안정과 직결되는 문제다. 중국 당국이 이를 방치하긴 어려울 것이란 해석이 힘을 얻는 이유다.



 그러자 악화된 경기 지표가 나오면 시장에선 더 강한 부양책이 나올 것이라며 은근히 반기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박성현 연구원은 “1분기에는 나쁜 지표가 증시에 나쁜 소식이었다면 2분기에는 오히려 나쁜 지표가 좋은 소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은 오는 16일 발표될 예정이다. ‘부양책’이란 변수가 생기면서 우리 증시의 득실 계산은 복잡해졌다. 만약 7.2% 아래로 떨어진다면 경기 둔화 걱정은 커지겠지만 그만큼 강한 부양책이 나올 가능성도 높아진다. 반대로 7.5%를 훌쩍 넘어선다면 경기 걱정은 덜겠지만 부양 기대감은 낮아진다. 가장 나쁜 상황은 그 사이의 어정쩡한 수치가 나오는 경우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신영증권 김선영 연구원은 “만약 7.3~7.4%가 된다면 경기 둔화 우려도 지속되고, 강한 부양책을 기대하기도 어려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1050



원-달러 환율 심리적 저지선 1050원 밑돌아야 증시 호전

외국인 환차손 걱정 덜어 매수 증가 … 수출 대책은 필요




최근 열흘 새 원화가치가 빠르게 상승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지난달 21일 1080.3원이었던 달러당 원화값은 2일 1056.6원까지 올랐다. 주식시장에서 ‘팔자’만 외치던 외국인들이 ‘사자’로 돌아서면서 원화의 몸값이 올라간 탓이다.



 하지만 주가를 밀어 올리기 위해선 원화값이 더 올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외국인들이 나중에 환차손을 볼 수 있다는 걱정 없이 주식을 살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 박소연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인 1050원을 돌파할 수 있을지 여부가 중요하다”며 “이번에도 1050원대에서 횡보한다면 개인과 기관의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증시가 다시 박스권에 갇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화값이 1050원대를 뚫고 올라갔던 때는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8월(1049.3원)이 마지막이다. 당시 한국 경제는 꽤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 경기가 호황기에 접어들면서 국내 기업들의 실적도 덩달아 좋아지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원화가치는 달러당 1600원까지 폭락했다. 이후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하고 있다. 원화가치가 오를 만하면 중국의 경기 둔화, 테이퍼링 우려 같은 악재가 터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신흥국을 떠나 안전한 선진국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수출이 지난 3년간 연 5500억 달러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는 점도 환율이 정체된 원인으로 꼽힌다. 유진투자증권 박형중 투자전략팀장은 “추가적인 원화 강세는 경제성장과 수출 증가, 주가 상승이 맞물려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기초체력을 길러 자연스레 원화가치가 올라가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 매력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펀더멘털이 받쳐주지 않는 원화가치 상승은 오히려 수출기업들엔 독이 된다. 수출품 가격 상승으로 경쟁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환율에 민감한 기업이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와 현대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당시 “환차손만 약 7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업체와 가격경쟁을 벌이는 자동차 업종은 더 민감하다. KTB투자증권 김형민 연구원은 “현대차는 매출의 25%, 기아차는 40%가 수출에서 나온다”며 “수출 물량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원화가치만 올라간다면 이익의 상당 부분이 환차손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조민근·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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