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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불법파업 홍보관 만든 울산 북구

중앙일보 2014.04.02 16:37
‘용역이 부르면 보다 신속하게 달려가겠습니다’ ‘폭력경찰 울산에서 몰아내자!’



경찰을 비꼬고 규탄하는 이 문구(포스터)들이 전시된 곳은 거리 시위현장이나 강성 노동조합 사무실이 아니다. 울산 북구청이 운영하는 구립복지센터다. 울산 북구 연암동 오토밸리복지센터 4층(310㎡)에 지난 2월 문을 연 ‘울산노동역사관 1987’이 이런 선전물로 가득차 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에서 벌어졌던 ‘철탑 농성’ 사진도 걸려 있다. 버스시위대가 현대차 울산공장 펜스를 뜯어내고 현대차 보안요원, 경찰과 부딪혀 100여 명 부상자가 발생한 현장이다. 2010년 11월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가 공장을 점거한 사실도 연표에 기재돼 있다.



하지만 이같은 사실들이 ‘불법’이었다는 것을 알리는 문구는 어디에도 없다. 법원에서 관련자들이 구속되고, 벌금형을 선고받았다는 사실은 찾아볼 수 없다.



역사관은 울산 북구청이 만들었다. 설립에 세금 9300만원이 사용됐다. 구청은 역사관 운영을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에 맡겼다. 매년 6000만원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역사관을 운영하는 A(43ㆍ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간부)씨는 울산 버스시위대 사건 당시 언론사 기자를 폭행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되기도 했다. 또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 혐의로 고소돼 울산지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구청은 법을 기본으로 움직이는 지방자치단체다. 주민이 법을 어기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법적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그런 구청이 불법 행동을 홍보하는 전시관을 만든 걸 적절하다 할 수 있을까. 더구나 이 노동역사관이 들어선 건물엔 수영장과 헬스장, 예식장이 함께 있다. 특정 단체를 위해 만들어진 시설이 아니다. 중학생들이 노동역사관을 찾았다가 방명록에 글을 남기기도 한다.



북구청 측은 “울산이 산업수도로 불린 이면에는 노동자들의 노력이 있었다. 그것을 알리기 위해 역사관을 만든 것이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특정 노동단체에 운영을 맡기고, 법원에서 불법으로 규정된 행위들이 ‘노동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전시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뭐라 해명을 못하고 있다. 버스시위대 당시 현장에 투입된 한 경찰은 “노동역사관보다는 금속노조 불법파업 홍보관‘이라는 이름이 더 잘어울린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법 대신 이념에 사로잡힌 지자체가 안타까울 뿐이다.



차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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