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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는 지금] "경기장에서 목숨 잃을 뻔"…누군가의 희생으로 얻은 교훈

온라인 중앙일보 2014.04.02 16:33
[사진 유튜브 캡처]




 

지난달 30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 하나가 SNS에 퍼지며 네티즌의 주목을 받았다. 이날 펼쳐진 우크라이나 국내 축구리그 장면이었다.



1부리그 FC 드니프로와 FC 디나모 키예프전. 무승부로 팽팽한 접전을 이어가던 중 공중에 떠오른 공을 향해 두 선수가 동시에 뛰어들었다. 올레흐 후세프(디나포 키예프)와 골키퍼 데니스 보이코(드니프로)였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이 크게 부딪혔고 후세프는 머리가 뒤로 꺾인 채 그라운드에 떨어졌다.



한 선수가 후세프를 향해 재빠르게 달려왔다. 상대팀인 야바 칸카바다. 그는 기도 확보를 위해 후세프의 입 안에 손가락을 넣었다. 의식을 잃은 환자는 본능적으로 턱을 세게 다무는 경향이 있어 자칫 잘못했다간 칸카바의 손가락도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칸카바는 손가락이 물려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뒤이어 달려온 다른 두 선수도 후세프를 살리기 위해 힘썼다. 신속한 응급처치 덕에 후세프는 일어날 수 있었다.



이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본 우리나라 네티즌들은 14년 전을 떠올렸다.



프로야구 선수 임수혁은 2000년 4월 LG와의 경기 중 2루에서 쓰러져 이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2010년 사망했다. 당시 주변 선수들은 당황한 듯 보였고, 의료진은 간호사 단 한 명뿐이었다. 임수혁은 사고 후 가장 중요하다는 5분의 시간을 이렇다 할 응급처치도 받지 못한 채 병원에 옮겨졌다. 이 과정에서 산소호흡이 중단됐고 이후 뇌사 상태로 10년 동안 투병 생활을 해야했다. 미비한 응급처치 시스템이 가져온 불미스런 일이었다.



프로축구 신영록은 2011년 5월 대구 FC와의 경기에서 부정맥으로 경기 중 쓰러졌다. 트레이너의 심폐소생술을 거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50일 만에 의식을 되찾았지만 거동이 불편해 지금도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가슴 아픈 기억이지만 이는 한국 스포츠의 응급처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한국프로야구연맹(KBO)는 사고 이후 모든 구장에 의료진과 구급차를 의무적으로 배치했으며 자동 제세동기 비치를 권고했다. 대한축구협회는 경기장 내 특수 구급차 1대와 의료진 3명(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를 의무 대기하도록 했다. 선수 및 스태프를 대상으로 교육도 이어졌다.



효과는 눈으로 보였다.



지난해 9월 프로축구 전북과 인천의 경기 중 박희도(전북)는 볼 경합을 하던 중 뒷머리를 그라운드에 세게 부딪히며 넘어졌고 의식을 잃었다. 대기 중이던 의료진이 그라운드로 뛰어들어 응급처치를 실시했다. 당시 박희도는 눈이 풀렸고 혀가 안으로 말려 들어가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의료진은 혀를 붙잡고 호흡을 유도하기 위해 가슴 압박을 했고 다행히 1분 만에 의식이 돌아왔다.



이후 11월엔 FC 서울의 몰리나가 경기 중 헤딩 경합을 하다 머리를 부딪히며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었다. 이정호(부산)가 몰리나의 머리를 뒤로 젖혔고, 김진규(서울)는 혀를 붙잡아 기도를 확보했다. 나머지 선수들은 몰리나의 몸을 주물렀다. 몰리나는 5분 만에 회복할 수 있었다.



한 네티즌은 “운동 경기 중 이런 장면을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얻은 교훈이지만 늦게라도 응급처치 시스템이 강화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임수혁·신영록 선수의 사고는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얻은 교훈’이라…. 문득 K리그 시상식을 숙연케 했던 몰리나의 수상 소감이 떠오른다. “축구를 하다 경기장에서 목숨을 잃을 뻔 했습니다. 이 상을 경기 중 목숨을 잃거나 병마와 싸우는 선수들에게 바칩니다.”



유혜은 기자 yhe111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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