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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피아·민간협회 먹이사슬이 규제 키워

중앙일보 2014.04.02 01:05 종합 6면 지면보기
소리 없이 이어지는 관료들의 협회 진출 관행은 정부 주도 경제발전 과정에서 시작됐다. 개발연대로 불리는 1960~70년대 정부가 경제정책을 수립하고 자원을 배분하던 시절에는 민관협력 체제가 필수적이었다. 퇴직 관료들은 이 틈을 파고들어 협회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정부에서 쌓은 행정지식과 탄탄한 기획력을 앞세워 협회 운영을 주도하고 정책을 민간에 전달하는 정부 주도 경제개발의 전도사 역할을 했다.


협회에 계약·인증 독점권 주고
관료들 퇴직 후에도 '신의 직장'

 경제 발전에 따라 협회는 무역·자동차·기계·석유·섬유·화학에서 건설·주택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분야에서 만들어졌다. 산피아·국피아는 이 과정에서 거미줄처럼 영역을 넓혀갈 수 있었다.



 그러나 개발연대가 막을 내리면서 이런 관행은 경제와 산업에 적지 않은 왜곡 현상을 불러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관료들이 자격·조달·시험·계약 관련 인증을 협회만 할 수 있게 해놓은 결과 각종 협회는 독점적 규제를 틀어쥐고 있다”며 “규제가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 것은 정부부처와 산하 협회 간 먹이사슬 구조가 형성돼 있는 탓도 크다”고 지적했다.



 독점적 규제 기관의 성격을 갖게 된 협회 역시 조직의 방패박이로 힘 있는 전직 관료의 낙하산 인사를 당연시하기도 한다. 퇴직 관료들에게는 협회가 자연스럽게 ‘신의 직장’이 되는 구조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산업부 관료들이 옛 상공부 출신 모임인 상우회를 중심으로 끈끈하게 묶여 있는 것도 이런 구조와 무관치 않다. 이들이 현직에 있을 때는 승진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하다. 직급이 뭐였느냐에 따라 퇴직 후 진출할 수 있는 공기업이나 협회의 ‘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협회가 규제의 온상이 되면서 공무원의 또 다른 철밥통이 되지 않게 하려면 협회장이나 상근부회장, 임원의 선임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세종=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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