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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일본펀드 … 한국 증시 덕 보려나

중앙일보 2014.04.02 00:01 경제 8면 지면보기


일본 증시는 지난해 역사적인 상승세를 기록했다. 닛케이225지수가 1년 새 57% 올랐다. 정부가 앞장서서 지출을 늘리고 돈줄을 푸는 ‘아베노믹스’ 덕분이었다.

일본 소비세 인상 영향
올 들어 수익률 9.7% 하락, 일본펀드 환매 고민 커져
일본으로 갔던 글로벌 자금, 한국 U턴 기대감은 높아



 그런데 해가 바뀌고 나선 분위기가 달라졌다. 하루 2~3%씩 폭락·폭등하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반복되고 있다. 한때 1만6000 선을 넘었던 닛케이225지수는 최근 1만4000 선을 겨우 지키고 있다. 일본 펀드도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해 45.3%의 수익을 냈던 일본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9.7% 뒷걸음질 쳤다.



 안 그래도 불안한 일본 증시에 또 하나의 악재가 등장했다. 1일 시작된 소비세 인상(5%→8%)이다. 소비세는 한국의 부가가치세(10%)와 같은 세금이다. 물건을 살 때마다 물건값의 일정 비율을 세금으로 낸다. 정부는 걷은 세금을 모두 복지예산에 투입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세금을 더 걷는다는 데 좋아할 사람은 없다. 당장 일본경제에 미칠 충격이 만만치 않을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소비세는 1989년 4월 처음 도입됐다. 당시 세율은 3%에 불과했지만 충격은 컸다. 소비세 도입 직전인 89년 1분기 6.1%였던 경제성장률은 도입 이후 4%대로 주저앉았다. 당시 일본경제가 호황이었는데도 회복에는 반년이 넘게 걸렸다. 97년 세율 인상(3%→5%) 때는 후유증이 더 심했다. 3.3%(97년 1분기)였던 성장률은 4월 소비세 인상 이후인 2분기 1.3%로 급락했다. 다음해에는 아시아 금융위기까지 겹치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번에도 전망은 비관적이다. 일본의 민간싱크탱크인 일본종합연구소(JRI)는 소비세 인상 때문에 올해 성장률이 1.4%포인트 낮아질거라고 예측했다. 세율 인상이 제품가격 인상을 불러 4월 물가상승률이 3%를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성장이 둔화되는데 주가가 상승할 리 없다. 한양증권 임동락 연구원은 “소비세 인상이 가계 구매력 감소→소비 위축→기업 실적 부진→증시 하락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제 일본 펀드를 환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일본증시에서 차익을 충분히 실현한 데다 소비세 인상과 재정적자 확대 등 악재가 많다. 수익이 어느 정도 난 펀드는 환매하고 새로운 투자처를 알아보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웃나라 일본의 증세는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친다. 단기적으로는 일본 증시 부진이 한국 증시엔 약이 될 거란 전망이다. 일본을 빠져나온 외국인 투자금 중 일부가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신영증권 김재홍 자산전략팀장은 “한국과 일본은 경쟁관계에 있는 기업이 많다. 외국인들이 주가상승 매력이 떨어진 일본기업 대신 가격 메리트가 큰 한국기업의 주식을 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소니를 팔고 삼성전자 비중을 늘리거나, 도요타를 팔고 현대차를 사는 식이다. 일종의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얻는 셈이다.



 다만 “이웃집에 불이 났는데 우리집이라고 멀쩡하겠느냐”고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아이엠투자증권 임노중 투자전략팀장은 “한국 입장에서 일본은 넷째로 큰 수출시장”이라며 “일본 경기침체가 계속될 경우 우리 수출기업들도 타격을 입게 된다”고 말했다. 또 소비세 인상으로 내수 위축과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심각해질 경우 일본 정부가 추가 부양책을 들고나올 수 있다.



동양증권 민병규 연구원은 “일본이 새로운 경기부양책을 편다면 ‘엔저(低) 현상’이 심해져 국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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