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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정지 중에도 … 이통사들 서로 손가락질

중앙일보 2014.04.02 00:01 경제 6면 지면보기


불법 보조금 경쟁으로 영업정지 징계를 받고 있는 이동통신사들이 불법행위를 공동으로 감시하고 자정하겠다고 나선 첫날부터 상호비방전을 벌였다. 보조금 경쟁이 잠잠해진 틈을 타 예약 가입자를 모집하거나 편법으로 기기변경을 유도하는 사례들도 나타났다.

감시단 뜬 첫날 비방전 가열
"갤S5 등 최신폰 사전 예약 받는다"
본사 직영 대리점 녹취록·서류 공개
분실 신고해 바꾸는 방법도 안내



 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1일 “이통3사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참여하는 공동시장감시단이 활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통3사와 KTOA에서 각각 2명씩 총 8명이 참여하는 감시단은 다음 달 19일까지 이어지는 영업정지 기간 동안 이통업계의 불법행위를 감시하기로 했다. 영업정지 기간에 신규가입자를 예약 모집하는 등 영업정지 명령 위반행위에 대해 상호 검증하고 해당 이통사에 자율시정을 통보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20일 3사의 임원들이 발표한 통신시장 안정화를 위한 공동선언의 후속조치였다.



 그러나 감시단이 출범한 이날, 이통사들은 자율시정보다는 ‘상호비방’에 힘을 쏟았다. 특히 5일 영업재개를 앞둔 LG유플러스와 5일부터 45일간 영업정지가 시작되는 SK텔레콤 간 신경전이 극심했다. SK텔레콤과 KT는 “LG유플러스가 영업정지 기간인 지난달 말 갤럭시S5 등 최신 휴대전화를 걸고 사전예약 형태로 영업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두 회사가 제시한 증거자료에 따르면 불법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모두 이뤄졌다.



 서울·부산·대구 등에 위치한 LG유플러스 본사 직영 대리점에서 직원과 방문객이 나눈 대화의 녹취록과 방문객이 작성한 예약 서류 등이 공개됐다. 녹취록에는 “예약해두신 고객님들은 5만원 정도 추가할인을 해드린다”는 발언이 포함됐다. 또 휴대전화 개통 후 한 달 뒤 가입자 계좌에 현금을 입금해주는 ‘페이백’ 형태의 불법 보조금을 약속하는 문서도 공개됐다. 여기에는 24개월이 넘지 않았는데 경찰에 거짓으로 분실신고를 해서 기기를 바꿀 수 있도록 안내하는 내용도 있었다. SK텔레콤과 KT 측은 “LG유플러스 본사 차원에서 대규모 예약 모집이 이뤄졌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경쟁사가 동원한 아르바이트생이 직원에게 ‘예약 가입을 하게 해달라’고 유도한 함정 채증에 걸려든 것”이라며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자체 교육을 강화하고, 사전예약이 발견될 경우 모두 취소하겠다”고도 덧붙였다.



  LG유플러스와 함께 영업정지를 받고 있는 KT 측도 반발했다. KT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지역별로 ‘예약가입자’ 모집현황을 집계하고 예약자들에게 불법보조금도 한도보다 2~3배로 높였다”며 “LG유플러스가 갤럭시S5 예약모집을 한 이후 KT에 비해 LG유플러스의 가입자 감소분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비방전이 가열되자 현재 유일하게 신규가입자를 모집할 수 있는 SK텔레콤도 ‘페이백’ 형태로 보조금 한도를 초과한 불법영업을 했다는 증거자료도 나왔다. SK텔레콤 대리점에서 지난달 말 출고가 49만9900원인 베가 아이언을 산 가입자에게 현금 33만원을 입금해주기로 했다는 가입 계약서 등이었다. SK텔레콤은 “신규가입자를 받을 수 있는데 그런 불법을 지휘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통3사의 마케팅 담당자가 참여 중인 공동감시단은 진상조사는 시작하지도 못하고 손을 놓고 있었다. KTOA 측 관계자는 “아직 해당 사안에 대한 논의를 못했다”며 “공동감시단에서 해당 회사의 해명을 들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기업들이 서로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감시단으로선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어 실효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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