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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인 면모 드러내고 싶었는데 선재가 찾아왔어요”

중앙선데이 2014.03.29 02:48 368호 6면 지면보기
“내가 왜 네 선생이야?”
“왜냐면요. 제가 선생님이랑 처음 만났을 때 그렇게 정해졌어요. 운명적으로. 선생님께선 제 연주를 더 듣겠다고 했고, 저랑 같이 연주도 해주셨어요. 그날 다시 태어났어요. 제 영혼이 거듭난 거죠.”

JTBC 드라마 ‘밀회’의 천재 피아니스트 유아인


그러니까 이 순간이었다. 때론 냉혈할 정도로 완벽해 보이는 재벌가 예술재단 실장 오혜원(김희애)의 가면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이. 사랑 앞에서 좌고우면하지 않고 돌진하는 이 아름다운 청년에게 버틸 재간이란 없다. JTBC 월화드라마 ‘밀회’에서 주인공 혜원은 스무 살 연하의 천재 피아니스트와 위태로운 사랑에 빠지면서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다. 그 치명적인 대상은 선재라는 맞춤옷을 입은 배우 유아인(28)이다.

선재의 대사처럼 유아인도 거듭난 것일까. 줄곧 좋은 배우였지만 ‘한 방’이 없었던 그가 ‘밀회’에선 뭔가 달라졌다. 그의 순진무구한 눈빛과 저돌성이 각종 비리와 협잡으로 얼룩진 클래식계의 이면과 대비되며 더 도드라져 보인다. 24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이전 작품을 욕보일 순 없지만 ‘밀회’의 대본을 받고 나서 ‘드디어 왔어’라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유아인이 저렇게도 연기할 수 있구나, 저런 매력도 있구나. 단지 허세나 겉멋만 든 놈이 아니구나라고 시청자들이 더 넓은 시각으로 봐줄 수 있는 드라마를 만난 기분”이라고도 했다.

지난 10여 년간 유아인은 청춘의 표상이었다. 열일곱의 나이에 드라마 ‘반올림’으로 데뷔, 무수한 청춘을 연기해 왔다. 그중에서도 전매특허는 코끝을 찡그리는 철이 덜 든 반항아 캐릭터. 영화 ‘깡철이’나 ‘완득이’처럼 유아인은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고, 혈기를 주체하지 못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고뭉치였다. 그래서 일단은 어퍼컷을 날리고 보는 펄떡이는 생동감이 이 배우의 대체불가능한 매력이었다.

‘밀회’의 이선재는 여전히 청춘의 한복판에 서 있으나 그 속내는 더 복잡해졌다. 예민하고 섬세하며 불온한 감성이 포개졌다. 시대의 금기나 허례허식 따윈 가뿐히 넘어서 내 규칙대로 살겠다는 예술가적 기질을 발산하는 것이다. 예컨대 피아노를 치는 장면은 정말로 그 곡을 해석하고 연주하는 것처럼 보인다.

“연기를 하는 것인데도 카타르시스를 느꼈어요. 배우도 아티스트잖아요. 음악이든 뭐든 예술적인 면모를 내 몸과 감성으로 아주 예민하게 드러내는 연기를 하고 싶었는데, 선재가 제게 온 거죠. 그동안 거칠고 싸움박질만 하는 연기를 많이 했잖아요.”

그의 이런 연기가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것은 트위터나 각종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연기 철학이나 정치적 소신을 조리 있게 발언해온 배경과도 이어진다. 기자간담회에서 김희애는 유아인에 대해 “고민도 많이 하고 자아도 강한 사람이다. 20대 때 벌써 저러면 30대, 40대는 얼마나 멋진 사람이 될까. 진짜 배우를 넘어 오피니언 리더가 될 것 같다”고 ‘특급 칭찬’을 하기도 했다. 유아인은 또래 남자 배우 사이에서 자신의 강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다른 걸 두려워하지 않는 거요. 배우인데도 사람들은 튀는 거, 개성 있는 것을 싫어해요. 그러면 순위경쟁에서 밀려난다고 생각하죠. 물론 저도 너무 두렵고 겁이 나고 걱정하며 살아요. 하지만 나를 잃진 말아야지, 배우로서 나만의 색깔을 가져야지 늘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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