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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풍부 박진영 재능 발굴 양현석 눈물 펑펑 유희열

중앙선데이 2014.03.29 03:30 368호 21면 지면보기
샘김이 지난주에 노래 실력까지 대폭발하면서 SBS ‘K팝스타3’는 한층 흥미진진해졌다. 오디션 쇼가 가장 재미있어지는 때는 “더 이상 떨어질 사람이 없는데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 때다. 지금이 딱 그렇다. 버나드박, 권진아, 샘김, 짜리몽땅 누구 하나 보내기엔 아쉽다. 지난주에 떨어진 한희준을 보면서도 괜히 억울해졌다.

컬처#: ‘K팝스타3’가 흥미진진한 이유는

더구나 정통 발라드파 버나드박의 천부적인 목소리, 권진아의 팔색조 변신 매력, 샘김의 천재적인 기타 실력과 리듬감, 같은 반 여고생이라고는 믿기 힘든 짜리몽땅의 재기발랄한 화음 등 시청자의 취향에 맞춰 응원할 수 있다. 여태까지 오디션 프로그램 중 슈퍼스타 K 시즌2(허각, 존박, 장재인, 강승윤)에 이어 가장 다양하고 경쟁적인 재능의 톱 4인 듯하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다른 사람의 뛰어난 재능을 발견하는 기쁨, 그들의 성장을 보는 기쁨, 그리고 그들의 기쁨을 보며 내가 받는 기쁨이 크다는 걸 알게 된다. 내 옆 사람들이 큰 재주가 있다면 일단 부러움과 질투가 앞설 텐데, 이들은 남이라 그런 걸까 아니면 어린 친구들이라서 그런 걸까. 아무튼 괜히 맹자님이 ‘천하의 영재를 얻어 교육시키는 일’이 무려 군자의 세 가지 기쁨 중 하나라고 한 게 아닐 거라는 느낌마저 받는다. 볼 때마다 엄마 미소 아빠 미소를 나도 모르게 짓고 있으니 말이다.

슈스케가 시즌5에 시들해지면서 이제 좁은 땅에서 실력자들은 나올 만큼 다 나온 게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K팝스타를 보면서 그런 생각은 접기로 했다. 이 쇼에는 영향력 있는 제작자들이 심사를 보기 때문에 더 나은 실력의 친구들이 몰리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편적인 비교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굳이 슈스케의 지난 시즌과 K팝스타의 이번 시즌을 맞세워 놓고 보면 어느 쪽이 음악을 더 중심에 놓고 있느냐 하는 점과, 심사위원들의 캐릭터가 어디가 더 매력이 있느냐 하는 점에서 우위가 좌우되는 것 같다.

슈스케는 참가자의 라이프 스토리를 차별적인 내러티브로 내세웠지만 그것이 반복되면서 시청자들이 강요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거기다 지난 시즌에는 심사위원들이 자신들이 뽑아놓은 우승후보자들인데도 시청자가 선택한 박시환의 선전에 대해 이해가 안 간다며 대중과 맞서는 식의 감정표현으로 쇼에 몰입하기 힘들게 했다. 네티즌들이 늘 ‘오버’한다며 비꼬긴 하지만 참가자의 ‘빠’를 자처하며 감정을 드러내는 박진영이나 어쨌든 자신이 발견한 재능을 감싸려는 양현석의 태도가 ‘영재’를 발견하고 성장시키는 기쁨을 같이 누리는 시청자들에게 알게 모르게 더 공감하게 하도록 한다. 과정에서 탈락하는 아쉬움에 대한 공감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시즌에서 K팝스타가 확 달아오르기 시작한 변곡점은 새 심사위원 유희열이 떨어진 참가자를 위해 진심으로 눈물을 펑펑 쏟았을 때였다.

어떤 사람들은 인기투표식으로 변질되는 결과 때문에 전문가들이 실력만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그러려면 그냥 기획사의 오디션 장면을 보는 것이 더 나을 거다. 오디션 쇼의 핵심은 팬이 되어보고 싶고 심사위원도 돼보고 싶은 두 마음을 가진 시청자와의 공감이다. 완성품이 아니더라도, 좀 어설프더라도, 반하고 싶고 지지해주고 싶고 그걸 같이 느끼고 싶은 것이다. 사실 대중이 지지하는 스타들이란 그렇지 않은가.

어쨌든 그래서 그렇게 시청자로서 신나게 즐기는 쇼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가수와 지망생들에게는 이걸 보면서 죄책감도 분명 느낀다. 대중 앞에 발가벗겨지듯 자신을 드러내야 하고 일확천금을 놓고 싸우게 만드는 가혹한 경쟁 시스템 속에 뮤지션을 몰아넣고 잔인하게 바라보는 것 아닌가 싶은 거다. 사실 음악이란 게 시험 치듯, 달리기 하듯 순위를 매길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런 이들에게 너바나 출신 푸 파이터스의 데이브 그롤이 했다는 말을 전하면서 일말의 미안함을 슬쩍 던져버리고 싶다. “아메리칸 아이돌 오디션 보려고 8시간을 기다렸다가 겨우 ‘넌 글렀어’라는 소리를 듣지. 아이들은 그런 게 뮤지션이 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 그건 다음 세대의 음악을 망치는 거야. 음악을 하고 싶다면 말이야. 일단 허접한 악기를 사고 허름한 창고에서 허접한 노래들을 불러봐. 그러고 친구들을 불러모아서 신나게 연주해봐. 이건 평생 두 번 다시 경험 못할 행복한 시간이야. 그러다가 뮤지션이 되는 거야. 왜? 너바나가 그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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