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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 다 파는 오픈마켓

중앙일보 2014.03.29 01:03 종합 17면 지면보기
11번가가 9900만원에 판매한 경비행기 ‘제니스 스톨 CH-750’.


② 러시아에서 제작된 1500만원대 ‘로모소노프 스프링 티세트’. ③ 옥션에서 판매 중인 운석. ④ 영화 트랜스포머 3의 ‘옵티머스 프라임’ 프라모델. ⑤ 에어로콥터사의 레저용 헬리콥터 ‘AK1-3’. ⑥ 3471만원짜리 브레게 시계. [사진 각 업체]
“있어야 할 건 다 있고요. 없을 건 없답니다.” 가수 조영남씨가 그의 노래 ‘화개장터’에서 시장을 묘사한 말이다. 21세기 ‘화개장터’는 다름아닌 오픈마켓이다. 수천만원에서 1억원에 달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다양한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3억원 경비행기, 3471만원 시계 … 10년 전 발견된 운석 경매까지



 오픈마켓 옥션에는 최근 운석이 경매 상품으로 올라왔다. 진주에서 발견된 운석의 가격이 최대 1억원이라는 소식과 함께 운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판매자가 등장한 것이다. 가로·세로 5cm 크기 운석의 경매 시작 가격은 1500만원으로, 판매자가 10년 전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계곡에서 가져온 것이다. 현재 감정 중인 이 돌이 진짜 운석으로 밝혀지면 가격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쇼핑몰이 그간 내놓은 제품 중 가장 고가는 항공기다. 현대H몰이 2012년 세계적인 베스트셀링 모델인 체코의 유로스타 시리즈 파생 기종 ‘하모니 프리미엄 풀옵션’을 3억1900만원에 팔았다. ‘CTLS 프리미엄’은 경량 항공기 자격증 취득 과정을 포함해 2억4900만원이었고, ‘유로스타 프리미엄(EV-97 Eurostar SLW)’은 1억2900만원, 헬리콥터형 경비행기 ‘자이로플레인’은 8900만원이었다. 굴착기 등 중장비도 고가에 팔린다. 공간의 한계로 전문 매장을 내기 어려운 업체들이 온라인 몰에 판로를 개척한 결과다.



 11번가도 같은 해 9900만원짜리 ‘나만의 맞춤 경비행기’로 눈길을 끌었다. 국내 항공업체 도원항공이 제작한 ‘제니스 스톨 CH-750’은 실제로 한 대가 판매되기도 했다. 경비행기 구매를 부담스러워 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1회 체험권도 판매했는데, ‘10만원에 경비행기를 탑승할 수 있다’는 홍보 문구에 40명의 소비자가 1회 체험권을 샀다. 같은 해 10월 우크라이나 헬기 전문제조사인 ‘에어로콥터의 AK1-3’도 온라인 몰에 등장했다. 9월 최대 이륙중량 600kg 이하 헬기가 경량 항공기로 분류돼 레저활동에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국내 항공 레저 동호인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이색·고가상품 판매가 오픈마켓의 마케팅 전략 성격이 강했다. 온라인 몰의 존재감을 알리는 차원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프라인 시장의 큰손들이 온라인 쇼핑몰로 이동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지난 1월 경남 통영에 사는 김연준씨는 현대H몰에서 1050만원짜리 스탠딩 스피커를 구매했다. 영국 왕실 납품 브랜드로 유명한 린(LINN) 제품이다. 김씨는 “홈시어터를 꾸미는 게 평생의 꿈이었다”며 “오프라인 몰에서 구할 수 없는 제품을 온라인에서 찾아 바로 샀다”고 말했다.



 지난 2~3월 두 달 동안엔 3471만원인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브레게 남성용 시계 3개가 11번가에서 판매됐다. 정품 인증 여부나 제품의 질에 대한 의심 때문에 백화점 명품관에서만 판매되던 고급 시계가 판매 채널을 확대한 셈이다. 독일의 명품 카메라인 ‘라이카 M9-P 에르메스 에디션’은 2990만원에 판매 중이다. 티켓몬스터는 지난달 나이키의 파라노만 BTWF에디션 농구화를 399만원에 팔았다. 한국에 단 2족뿐이고 전 세계 80족 한정으로 생산된 이 제품이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구매자가 등장했다.



 매니어층을 노린 제품들은 가격에 상관없이 꾸준하게 판매된다. 영화 ‘트랜스포머3’에 등장하는 로봇 ‘옵티머스 프라임’을 20인치로 축소한 프라모델은 11번가에서 현재 1514만7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전 세계 500대 한정판으로, 트랜스포머 시리즈 제작사인 하스브로(Hasbro)사의 작품이다. 차(茶) 애호가들이 갖고 싶어 하는 ‘로모소노프 스프링 티세트’는 운반을 위해 5중 안전포장을 하고, 배송업체가 아닌 본사 차량으로 직접 배송하는 상품으로 유명하다. 18세기 러시아 표트르 대제의 딸이 만든 브랜드로 러시아 황실 전용 티세트로 사용됐다. 예술작품으로 인정받아 영국 대영박물관과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등에서도 전시 중인 이 티세트의 국내 판매 제품의 가격은 1020만원이다.



 반면에 일반 매장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온라인 쇼핑몰에는 없는 것들도 있다. 주류·담배·의약품·살아있는 생물(개나 도마뱀 등 애완동물)·시력보정용 안경 등은 법적인 이유로 오픈마켓을 통해 판매할 수 없다.



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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