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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 성과 중심 임금 개편 해야 하나

중앙일보 2014.03.29 00:49 종합 28면 지면보기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최근 고용노동부가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을 내놓았다. 근속 기간에 따라 임금 차이가 벌어지는 연공급(年功給·호봉제)을 줄이며 성과급 비중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한 직장에 오래 근무할수록, 즉 호봉이 높을수록 임금을 올리기보다 각자의 능력과 업무에 따라 임금을 주자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두 노총은 “고령자 임금을 깎아 사측의 이윤을 유지해 주려는 편향적인 내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을 둘러싼 찬반 목소리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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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고용, 기업경쟁력 위해 반드시 해야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지난해 대법원의 통상임금 확대 판결이 있었다.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소위 정년 60세 연장 법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지금의 임금체계로는 이 두 가지 사안을 실현하기 힘들다. 정년 60세 연장과 통상임금 확대는 기업에 엄청난 인건비 부담을 안겨 결국 고용시장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임금체계는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 상승하는 연공급이다. 생산직의 경우 30년 재직하면 성과와 상관없이 신입사원보다 약 3.3배의 임금을 받는 시스템이다. 이런 임금체계를 바꾸지 않으면 국가경제와 기업경영의 지속적인 성장과 경쟁력 향상을 기대하기 힘들다. 정년 60세 법안 실행과 함께 임금체계 개편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은 개정안 조문에도 적시되어 있다. 이달 19일 고용노동부가 발간 배포한 ‘합리적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도 법조문에 따른 후속조치다. 기존 연공급(호봉제)의 연공성을 줄이고 성과에 연동된 직무·성과급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노사 간의 이견은 크다. 경영계는 생산성과 성과에 연동된 임금체계가 필요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꼽는다. ▶정년 60세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끼인 세대 구제 ▶기업 내부의 세대 간 갈등 완화 ▶정년연장으로 인한 청년 실업 증가 우려 불식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기업 성장을 가능케 하는 노사 상생 등이다.



 반면 노동계는 근로자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수단에 불과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의 주장처럼 성과연동 임금체계가 도입되면 고연령 근로자의 임금이 단기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 그러나 정년 연장으로 인한 근로자 개인의 생애 총임금이 확 늘어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미쓰비시 전기, 후지쓰, NEC와 같은 일본 기업에선 생산성과 성과 연동 임금체계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근로자에겐 일시적으로 감소된 임금을 회복시킬 뿐 아니라 종신고용을 실현시켜 줬다.



 정년 연장과 임금체계 개편이 사회적 이슈가 된 국가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뿐이다. 유독 한국과 일본에서만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성과를 중시하는 서구 국가와 달리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적으로 오르는 호봉제를 시행해 왔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1998년 정년 60세 법안을 시행하기 20년 전부터 노사가 호봉제 폐지와 같은 생산성과 성과에 연동된 임금체계로의 개편을 추진했다. 그 결과 기업의 경쟁력은 지속적으로 강해졌다. 일본 근로자들은 60세(2006년부터 65세)까지 안정적 고용 보장과 함께 기존보다 더 많은 생애 총임금을 받고 있다. 오죽하면 노조위원장들이 “옛날의 호봉제로 돌아갈 생각은 전혀 없다”고 하겠는가.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의 설문에 따르면 근로자들도 호봉제는 폐기해야 할 임금체계라고 인식하고 있다.



 생산성과 성과를 중시하는 임금체계는 노사 어느 일방에게 혜택이 가는 정책이 아니다. 기업에는 지속적 성장과 경쟁력 향상을, 근로자에게는 평생고용에 맞먹는 고용안정과 공정한 임금을 보장하게 된다. 이게 노사상생의 미래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무한경쟁 내몰면서 성과는 안 오를 것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
옛말에 ‘사흘 굶어 도둑질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사람에게 먹고 사는 문제는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먹고 사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의식이 풍족하면 예절을 알고 광에서 인심 나기 때문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진리라고 할 만하다. 매슬로의 욕구발전 5단계설도 서구적 언어로 이러한 진리를 설파한 것이다. 먹고, 자고 하는 등의 생리적 욕구가 해결되면 안전, 인정, 자아실현 등과 같은 욕구가 생긴다는 것이다.



 일도 그렇다. 노동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의 대가로 임금을 받는다. 극단적으로 임금을 받기 위해 노동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고용과 그 고용의 안정은 노동자에게 매우 사활적인 중요성을 갖는다. 해고는 사회적 살인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온다.



 주어진 조건에서 최대 이윤 획득을 목표로 하는 기업인과 경영학자에게 어떻게 하면 노동자에게 효과적으로 일을 시킬 것인가는 가장 중요한 관심사이자 최대의 골칫거리였다. 그래서 여러 가지 실험이 진행됐고, 이른바 동기부여 이론도 나왔다. 생산을 통제해 생산된 물건만큼 임금을 주기도 했고(개수임금), 노동시간을 통제해 시간단위 임금이 나오기도 했다. 성과목표를 주어 관리했으나 얼마 안 가서 노동자들에 의해 거부됐다. 노동자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몰 뿐 아니라 성과에 기여한 만큼 주는 것이 아니라 항상 미리 계산된 이윤목표 달성을 위해 성취하기 어려운 과도한 목표를 설정한다는 것이다. 즉 생산량이 늘어나면 생산단가가 떨어져 임금총량의 상승은 어렵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시도는 기술혁신에 따라 대량생산 시스템, 다품종 소량 유연생산 체제, 그리고 지식기반·정보화 사회로 바뀌면서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됐다.



 각 경제주체에게 임금에 대한 관심과 강조점은 다르다. 각자 처한 입장이 다르므로 당연한 일이다. ▶기본급과 수당 등 임금구성은 어떻게 할지 ▶기본급을 근속으로 결정할 것인지 ▶일(직무)의 중요성(가치)으로 할 것인지 ▶능력 또는 성과로 할 것인가(임금체계) 같은 고려사항이 등장한다. 중요한 것은 기업으로선 임금수준을 총액인건비 안에서 관리하며, 나아가 생산성과 연계된 단위당 노동비용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임금에 관한 모든 쟁점은 노동과정, 기술적 조건, 시장조건, 경영철학, 조직문화, 노사관계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을 간과한다.



 100여 년간의 경영학 연구에서 성과주의의 효과는 끝내 입증되지 못했다. 성과를 높이려면 성과와 보수의 관계를 끊어야 한다는 다수의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조직의 미래에 대한 확고한 비전과 고용안정 보장, 노사 화합과 일체감 조성으로 직무만족을 높이고, 노동의 자기 주도성을 실현하는 것이 성과 향상의 첩경이다. 성과 향상과 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무늬만 연봉제란 말이 있듯이 수십 년간 정부와 기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과주의가 우리 사회에 정착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임금은 물론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시스템, 대등한 노사 상생의 문화, 사회안전망 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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