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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예수, 신의 아들인가 사회혁명가인가

중앙일보 2014.03.29 00:27 종합 23면 지면보기
기독교도였다 이슬람교에 귀의한 저자는 예수를 사회혁명가라고 말한다. 그림은 발랑탱 드 불로뉴가 1618년 그린 ‘성전에서 환전꾼을 쫓아내는 그리스도’. [중앙포토]


젤롯

레자 아슬란 지음

민경식 옮김

와이즈베리, 420쪽

1만6500원




지난 수백 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 전기(傳記) 집필에 도전했다. 미국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1743~1826)도 『나사렛 예수의 삶과 도덕』(1820)을 썼다. 신약성경에 나오는 모든 기적, 예수의 부활, 예수의 신성(神性)에 대한 내용은 모두 빼버린 책이었다.



 『나사렛 예수의 삶과 도덕』을 비롯해 거의 모든 예수의 전기는 논란을 일으킨다. 캘리포니아대(리버사이드) 레자 아슬란 교수(문예창작)의 『젤롯(Zealot)』도 지난해 여름 미국을 뜨겁게 달궜다. 아마존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책 내용보다 그가 무슬림이기 때문에 논란이 가열됐다. 그는 신정(神政)을 피해 미국으로 온 이란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15세에 복음주의 기독교를 믿게 됐으나 회의를 느끼고 방황하다 이슬람으로 다시 귀의했다.



 아슬란 교수 자신이 인정하듯, 『젤롯』에 새로운 주장은 없다. 한마디로 말한다면 예수가 대외적으로는 로마의 제국주의와 맞서 싸운 빈농 출신의 독립운동가이며, 내부적으로는 친(親)로마 보수주의자들과 싸운 사회 혁명가라는 것이다. 예수 혁명 이념의 핵심인 ‘하느님의 나라’는 신(神)이 직접 통치하는 이 땅의 나라를 의미했다.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돌리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라”에서 ‘하느님의 것’이란 어떤 정신적인 게 아니다. ‘하느님의 것’은 유대 지방을 말한다. ‘유대는 독립해야 한다’는 메시지라고 아슬란 교수는 주장한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의 명령은 유대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었다. 로마는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예수는 문맹이었고 베들레햄이 아니라 나사렛에서 태어났다. 예수는 교회를 설립하지 않았으며 기독교라는 새로운 종교를 창시할 생각도 없었다. 그는 열정적인 유대교인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들에 대해 초대 기독교회사를 연구하는 사학자·종교학자뿐만 아니라 상당수 신학자들이 동의한다. 지극히 복잡한 이들의 연구 성과를 일반인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집약·요약했다는 데에 『젤롯』의 강점이 있다. 물론 단순화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의 영문판 부제는 ‘나사렛 예수의 삶과 시대(The Life and Times of Jesus of Nazareth)’다. 예수 시대 유대 지방의 사회상을 자세히 재현한 것도 장점이다.



 흥미로운 점은 『젤롯』에 대해 ‘순진하다. 신약성서의 내용을 지나치게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는 비판도 있다는 점이다. 이는 어쩌면 아슬란 교수가 이슬람 신자이며 이슬람은 예수를 선지자로 인정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예수에게 좀더 친밀하게 다가가기 위해 『젤롯』을 저술했다는 아슬란 교수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인간 예수’는 ‘하느님의 아들 예수’만큼이나 강렬하며, 카리스마 넘치며, 찬양할 만한 존재다.”



 『젤롯』은 상당수 정통 그리스도교인들의 분노를 샀다. 하지만 아슬란 교수는 ‘『젤롯』 덕분에 신앙을 되찾았다’는 기독교인들의 팬레터도 받았다고 한다.



김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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