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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사각 갇힌 이웃 없게 … 마당발 1700명 뛴다

중앙일보 2014.03.28 01:04 종합 20면 지면보기
단칸방에 살며 암 수술 뒤 치매로 고생하는 주민(오른쪽)의 집을 ‘좋은 이웃들’이 찾았다. 그는 외지에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수급자 혜택을 받지 못한다. 전주의 요구르트·우유 배달원, 사회복지사, 통·반장 등 1700여 명으로 구성된 좋은 이웃들은 복지 사각지대를 찾아다닌다. [사진 전주시]


낡은 슬레이트집 단칸방에 사는 김모(69·전북 전주시 효자동)씨는 4년 전 위암 수술을 받았다. 최근에는 치매증세까지 보이고 있다.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대소변도 받아내야 할 정도다. 혼자서는 밥을 떠먹을 수도 없어 부인(59)이 늘 곁에 붙어 있어야만 한다. 온갖 수발을 들던 부인마저 지난해 무릎 연골 수술을 받아 힘든 일을 못 한다.

전주 집배원·주부·통장 등
소외층 챙기고 긴급지원 도와
광주서도 민간 네트워크 구축



 김씨는 사정이 이처럼 어려운데도 외지에 사는 아들·딸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을 받지 못한다. 주변의 도움을 받지만 한 달에 30여만원씩 들어가는 기저귀값을 충당하기도 버겁다. 26일 김씨의 집을 찾은 사회복지사·통장 등은 딱한 사정 얘기를 듣고 “생필품과 기저귀·세제·화장지 등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김씨의 집을 방문한 이들은 ‘좋은 이웃들’이다. 전주시가 김씨처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의 가정을 돕기 위해 지난 20일 발족했다. 좋은 이웃들은 매일 동네를 드나드는 우편집배원과 요구르트·우유 배달원, 도시락 배달 자원 봉사자, 주부 환경감시단, 통장·부녀회장 등 1700여 명으로 구성됐다. 지역에서 주변 사정을 잘 알아 각 분야 ‘마당발’로 통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정부·지자체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 그물망의 핵심 고리 역할을 하게 된다. 홀로 사는 할아버지·할머니 등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건강에 이상이 없는지를 살핀다. 위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곧바로 주민센터에 연락해 사회복지사 등이 출동해 병원·유관기관으로 모시게 된다. 또 단전·단수 가구나 복지급여 탈락 가구 등을 찾아내 긴급지원을 돕고 민간후원의 길도 터준다.



 전주시는 좋은 이웃들을 통해 발굴한 경제적 위기 가정에는 3개월 생계비(4인 기준 월 108만원)를 비롯해 의료비(최대 300만원), 주거비(매월 39만원), 교육비(수업료 등), 장례 보조비(75만원), 해산비(50만원) 등을 지원한다.



 광주광역시도 복지사각지대 제로화를 목표로 ‘긴급구조 지원센터’를 운영한다. 지원센터에는 지자체와 의료기관·복지시설 등 민간지원센터, 자살예방센터, 경찰, 119 등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민관 네트워크를 구축해 상시적으로 취약계층을 점검하고 긴급복지 활동을 펼친다. 또 채무힐링센터를 활성화해 서민들의 채무조정·대출과 일자리·건강 상담을 지원한다.



 광주시는 형편이 어려운 기초생활수급자가 실제 도움을 주지 못하는 부양 의무자 때문에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수급액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된 경우 최대한 구제해줄 계획이다. 긴급복지지원은 생계비 기준을 완화해 최저생계비(120%→150%), 금융재산 기준(300만→500만원)을 상향 조정한다.



 최연주 광주시 복지건강국장은 “최근 생활고로 생명을 잃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해 안타깝다”며 “기초생활수급자 기준을 완화하고 긴급지원센터를 설치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겠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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