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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통독 경험 공유” … 메르켈 "나도 통일 산물"

중앙일보 2014.03.28 00:47 종합 4면 지면보기
박근혜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한·독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퇴장하려 하자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기념사진을 찍자며 부르고 있다. [변선구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6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통일에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14년지기 친구이자 분단의 아픈 역사를 공유한 국가의 정상 간 의기가 투합했다.

한반도 통일 협력 의기투합
"독일 과거사 반성해 유럽통합"
메르켈, 일본의 역사왜곡 비판



 박 대통령은 이날 메르켈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독일 베를린의 연방 총리실 청사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과 독일은 냉전 당시에 분단이란 아픈 경험을 공유하는 특별한 유대감을 갖고 있다”며 “독일은 이미 통일을 넘어 통합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우리에겐 한반도 평화통일의 모델”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한반도 통일시대를 열기 위해 독일과 사회 통합, 경제 통합 및 국제 협력 등 분야별로 다면적 통일 협력 체계를 구축해 독일의 통일과 통합 경험을 효과적으로 공유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통일부와 독일 내무부 간 한·독 통일자문위원회 활동 내실화 ▶통일 경제정책 협력 네트워크 구성 ▶독일 통일 과정의 외교적 경험·전략을 공유하기 위한 한·독 통일외교협력자문위원회 구성 등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올해가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지 25주년이 되는 해인데, 이번 방문에서 통일 독일의 모습을 보면서 통일 한국의 비전을 세워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수십 년간 독일은 통일을 경험했고 아쉽게도 한반도는 분단 상황을 계속 경험하고 있다”며 “우리가 한국에서 통일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 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한반도에서 통일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해 드리는 건 의무”라고도 했다.



 그는 “북한의 핵 상황이 평화적으로 해결되길 바라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 대해서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과 관련해서도 “독일 통일은 정말 행운이자 대박이다. 저 역시 통일의 산물”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메르켈 총리는 동독 출신의 첫 여성 총리다. 1954년 옛 서독의 함부르크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동독 지역으로 이주했다. 1989년 동독 민주화를 주도한 동독 시민단체 ‘민주주의 새출발’ 대변인으로 활약하며 정치적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2005년 11월 총리 자리에 올랐다.



 메르켈 총리는 ‘통일 준비’의 중요성에 대해 조언했다. “(통일이 되면) 다른 삶을 산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 사람들에게 개방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경제적으로 준비를 많이 하면 통일이 수월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 통일 염원이 크다고 들었다”며 “그를 위한 마음의 준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에 대해서도 공감했다. 박 대통령은 회담 후 만찬에서 “독일은 철저하게 과거사를 인정하고 반성해서 역내 주변국들의 신뢰를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통일을 이뤘을 뿐 아니라 유럽연합(EU) 핵심 국가로 부상했다”며 “이러한 독일의 노력은 동북아 평화 협력의 질서를 함께 만들어가야 할 동북아 3국(한·중·일) 모두에 귀감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메르켈 총리는 “과거 잘못을 저지른 독일이 다른 나라에 무엇이라고 할 입장은 아니지만 용기 있는 행동을 통해 과거사를 청산할 수 있으며 앞을 바라보고 미래를 구상해야 한다”며 “유럽 통합이 가능했던 것은 과거사를 청산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를 두고 일본 아베 정권의 그릇된 과거사 인식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두 정상은 2000년 10월 한나라당 의원과 기민당 당수로서 독일에서 만나 첫 인연을 맺었다. 이번 회담은 두 사람의 다섯 번째 만남이자 박 대통령 취임 후로는 지난해 러시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에 이어 두 번째다. 같은 이공계 출신의 여성 정치인이란 공통점도 있다.



 ◆‘히든 챔피언’ 양성 경험도 공유=한·독 정상회담에선 교역·투자 확대를 비롯한 경제 분야의 실질 협력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두 정상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혜택의 균형적인 확산을 위한 노력 ▶투자 확대 ▶중소기업 협력 프레임 구축 및 중소기업 간 교류·협력의 장 마련 ▶독일의 ‘일·학습 병행제’의 한국 정착을 위한 직업교육훈련 분야 협력 등에 합의했다. 특히 한국 중소기업이 독일의 ‘히든챔피언(규모는 작지만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지배하는 우량 강소기업)’을 배울 수 있도록 양국 중소기업 간 교류·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글로벌 히든챔피언은 세계에 2700여 개가 있다. 그중 절반 정도가 독일 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유럽 재정위기가 고조됐을 때 독일 경제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베를린=신용호 기자, 허진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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