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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값 44% 내려라" vs "공책보다 싸진다"

중앙일보 2014.03.28 00:22 종합 16면 지면보기
교과서 가격조정명령 발동에 대한 발행사 간담회가 27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렸다. 김인호 한국검인정교과서협회 특별대책위원장이 “교과서 가격이 정상화될 때까지 모든 발행 및 공급을 중단한다”고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황근식 아침나라 대표, 김 위원장, 권준구 지학사 대표. [뉴스1]


교육부가 올해 새로 발간된 교과서의 가격을 출판사 희망가보다 대폭 낮추는 조정명령을 발동했다. 출판사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교과서 발행·공급 중단에 이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혀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교육부, 사상 첫 조정명령 발동
출판사, 발행 중단 이어 법적 대응



 교육부는 27일 올해 출간된 교과서 171개에 대해 처음으로 가격 조정명령을 내렸다. 초등 3~4년 교과서는 출판사의 희망가격인 평균 6891원에서 34.8% 인하된 4493원으로, 고교는 9991원에서 44.4% 내린 5560원으로 조정하게 했다. 교육부 심은석 교육정책실장은 “교과서 가격이 급등해 두 차례 조정을 권고했지만 출판사들이 응하지 않아 조정명령을 내렸다”며 “2011년 회계법인에서 조사한 교과서 단가에 3년 물가상승률을 적용해 인하 폭을 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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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이명박 정부가 교과서 가격 자율제를 도입하면서 출판사들이 판형을 확대하거나 인쇄 품질을 높이면서 제작 원가가 상승했다. 하지만 2011년 대비 올해 출판사 희망가격이 2.5배나 오르자 교육부는 지난 2월 관련 규정을 바꿔 강제 인하가 가능하도록 했다. 규정 개정 후 한 달여 만에 조정명령을 내린 것이다. 교육부 조재익 교과서기획과장은 “많이 팔리면 단가를 낮춰야 하는데 예상 발행부수를 실제보다 27만 부나 적게 추산한 출판사도 있다”며 “조정명령권이 없던 지난해 교육부가 4953원을 권고했으나 출판사들이 7846원으로 결정하는 등 과도하게 값을 올려왔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일부 출판사가 교과서 채택 로비를 했다는 의혹도 조사할 방침이다. 심 실장은 “교과서 가격상한제 등 근본 대책을 연구할 것”이라며 “교과서 채택 불공정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법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출판사들은 “교과서 출판생태계를 파괴하는 조치”라며 교과서 발행·공급 중단에 이어 조정명령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행정소송을 내기로 했다. 90개 출판사를 대표해 한국검인정교과서 특별대책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하고 “정부가 가격 자율화 정책을 밀어붙이더니 1월 학교에 공급된 교과서에 대해 2월 규정을 바꿔 가며 가격을 절반 정도로 낮추도록 하고 있다”며 “이의신청은 물론이고 소급 적용에 대해 대응에 나서겠다”고 했다. 황근식 특별위 간사는 “교육부가 인하하라는 가격은 아무것도 안 쓰여 있는 공책보다도 쌀 뿐 아니라 EBS 교재에 비해서도 터무니없이 낮다”며 “내년엔 학교에 교과서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조 과장은 “조정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발행 정지나 검정 합격 취소를 할 수 있다”며 “고의나 중과실로 교과서를 적기 공급하지 않으면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고 공정거래법 위반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탁·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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