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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때 흉한 산 감추려 심은 꽃이 …

중앙일보 2014.03.28 00:20 종합 20면 지면보기
지난 26일 서울 응봉산에 개나리가 활짝 피었다. 서울 낮 최고기온이 20도를 기록했던 날이다. 서울시는 응봉산을 비롯해 ‘봄꽃길’ 140곳을 선정했다. [뉴스1]


‘응봉산 근린공원, 여의도 동로와 서로, 국립현충원, 남산공원…’.

알고 가면 더 재미있는 봄꽃길
꽃놀이 명소 응봉산 개나리길
외국인들 볼까 1만 그루 심은 곳



 서울시가 봄에 산책하기 좋은 ‘봄꽃길’ 140곳을 선정해 27일 공개했다. 공원 안, 가로변, 하천변, 녹지 옆에 난 꽃길들이다.



 봄비가 지나간 3월 말 응봉산은 개나리꽃으로 노랗게 물들기 시작한다.



 개나리가 지천인 이곳은 원래 왕의 사냥터였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1335~1408)가 매사냥을 즐겼다. 응봉의 ‘응(鷹)’자는 매를 뜻한다. 한강을 끼고 자리 잡은 응봉산은 숲으로 우거진 낮은 산이었다. 한강 본류와 중랑천이 합류하는 곳이라 먹거리가 풍부해 유난히 꿩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응봉산이 ‘개나리산’으로 변모한 건 1987년께다.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시민아파트와 달동네가 철거되면서 도시 정비가 이뤄졌다. 하지만 돌산이던 응봉산은 보기에 흉했다. 녹화 사업을 다급히 추진하던 서울시는 병충해와 추위에 잘 견디는 개나리로 묘목을 정했다. 응봉산 전체에 1만 그루 가량을 심었다. 올림픽대로를 따라 김포공항에서 잠실 주경기장으로 향하던 외국 선수단이 돌산을 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개나리꽃이 절정에 이를 때면 올림픽대로 등 이 일대 도로는 노란꽃의 마술에 혹한 운전자들에 의해 순식간에 정체 구역이 된다. 응봉산은 1호선 국철(용산~회기) 응봉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걸린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뒤쪽으로 뻗어 있는 여의동·서로도 ‘봄꽃길’로 뽑혔다. 군 비행장으로 쓰이던 여의도가 68년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7㎞ 둘레의 제방을 쌓았다. 도로 옆에는 30년 이상 된 왕벚나무 1400여 그루를 심었다.



 이후 여의도는 꽃이 피는 봄이면 매년 100만 명 이상이 찾는다.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가 됐다. 흔히 ‘윤중로’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이는 일본어에서 유래한 잘못된 명칭이다. 일본에선 섬 둘레로 쌓은 제방을 ‘와주테이(輪中·한글로 윤중으로 발음)’라고 한다. 윤중로는 여기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한글단체의 지적을 받아들인 서울시는 86년부터 윤중로를 여의도 서로와 여의도 동로로 바꿔 쓰고 있다. 여의도 벚꽃길은 9호선 국회의사당역 1번 출구로 나와 국회를 따라 걸어가면 된다.



 동작구 국립현충원에 가면 색다른 벚꽃인 수양벚꽃을 만날 수 있다. 수양버들처럼 가지가 축 늘어진 수양벚나무는 여의도의 왕벚나무와 다른 품종이다. 80그루가 현충원 일대에 퍼져 있다. 77년 심은 것으로 현충원 정문 도로에서 현충문 뒤편까지 수양벚꽃길이 조성돼 있다. 수양벚나무는 처진개벚나무로도 불리는데 봄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이 폭포수를 닮았다고 해서다. 지하철 4·9호선 동작역에서 내리면 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개나리는 3월 25일, 진달래는 3월 26일께 꽃이 피기 시작해 4월 2일 만개한다. 벚꽃은 4월 8일 꽃이 피기 시작해 4월 15일께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봄꽃길 자세한 내용은 서울의 공원 홈페이지(parks.seoul.go.kr/park)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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