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용직의 바둑 산책] "승자 쐐기 박자" 한·중전 개최 열 올리는 중국

중앙일보 2014.03.28 00:12 종합 27면 지면보기
초상부동산배 대회에서 10대 나현(왼쪽 둘째)과 변상일(오른쪽)이 제몫을 다한 한국팀이 밝게 웃고 있다. 한국팀은 2013년 중국전 부진을 말끔히 떨쳐냈다. [사진 한국기원]


21, 23일 양일간 열렸던 초상부동산배 한·중 단체대항전은 중국이 자신들의 위상을 한껏 과시하고 싶어 만든 대회였다. 5대5의 대결이었던 1~3회 때와 달리 이번 4회 대회는 7대7의 대결로 형식을 바꿨다. 지난해 세계대회 우승자 6명과 구리 9단을 선발전 없이 대표로 내세우기 위한 의도였다. 구리는 현재 이세돌 9단과 10번기를 벌이고 있는 중국의 대표적인 기사다.

최근 상승세 과시 심리 뚜렷
다양한 형식 대항전 만들어
한국, 빗장 열고 경쟁 즐겨야



 중국은 세계챔피언 6명을 앞세울 정도로 의욕과 기대가 컸다. 그러나 결과는 한국의 우승이었다. 승패는 7승7패 동률이었지만 주장전에서 박정환 9단이 스웨 9단을 이겼다. 승수가 같을 경우 주장전에서 이긴 나라가 우승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로써 지난해 세계대회에서 연속 패배해 심리적으로 위축됐던 한국은 다시금 반격의 힘을 얻었다. 어려운 일을 해결할 때 얻어지는 자존감은 큰 자산이다. 경쟁은 이제부터다. 차세대들의 실력은 서로 비슷했다. 한국과 중국 모두 10대 2명, 20대 4명, 30대 1명으로 선수진을 짠 이번 대회에서 나현 4단(19)이 2승, 변상일 3단(17)과 미위팅 9단(18), 판팅위 9단(18)이 각각 1승1패 했다.



 단체전과 달리 토너먼트 기전에서 최근 한국의 성적이 나빴던 이유 중 하나는 토너먼트 기전의 제도적 효과 때문이었다. 중국 기사들의 인해전술과 같은 출전 때문에 한국 기사가 4강에 한 명밖에 오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토너먼트 기전에선 참가 인원이 많으면 우승 확률도 높다.



 중국으로선 날로 높아가는 국가의 파워를 확인하고 싶은 충동이 있다. 이제 초점은 한·중·일이 아니라 한·중 두 나라의 대결로 이동했다. 한·중천원전(한국과 중국 공동 주최), 초상부동산배(중국 주최), 10번기(중국 주최), 봉황고성배(중국 주최), 경덕전배(중국 주최) 등 한·중전은 5개지만 중·일전은 아함동산배(일본 주최) 하나뿐이다. 한국을 넘고자 하는 중국의 의지를 알 수 있다.



 한·중 간의 대결은 필연적이다. 세계화를 지향하는 오늘이지만 민족 간의 대립과 갈등은 과거보다 더욱 많이 분출되고 있다. 가까운 이웃이라도 경쟁은 엄존한다. 주강배의 단체초청전, 농심배의 단체승발전, 경덕전배의 개인초청전 등 다양한 방식의 국가 간 대결이 세상의 주목을 받는 이유다.



한·중간의 대결이 심화된다면 다양한 형식의 대항전이 새롭게 태어날 가능성이 높다. 같은 실력이라도 어떤 방식으로 승부를 겨루느냐에 따라 승부의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재 토너먼트 기전은 기사 수가 많은 중국에 유리하고 단체전은 막상막하의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중국과의 경쟁은 한국으로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이미 한국과 중국은 한 울타리 속에 들어가 있다. 2014년 현재 22명의 한국기사가 중국리그에 참가하고 있다. 정상급들은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서 얻고 있다. 이제 한국도 바둑시장의 개방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빗장을 열지 않으면 일본이 보여주듯 시장은 좁아지고 수준은 낮아진다. 중국이 중국리그에 한국 기사를 받아들여 바둑의 인기를 높였던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문용직 객원기자



▶ [바둑] 기사 더 보기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