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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탈원전 논의, 대안 마련이 먼저다

중앙일보 2014.03.28 00:10 경제 10면 지면보기
정재준
부산대 기계공학부 교수
원자력안전 및 방재연구소장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지 3년이 지났지만 수습은 요원해 보인다. 일본 전역에서 탈원전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탈원전 운동이 환경단체와 정치권 등에서 요동치고 있다. 안전성만 보장되면 원자력은 더 말할 나위 없이 좋은 에너지원임이 틀림없는데, 일본을 통해 그 위험성을 생생하게 지켜본 지금 안전성을 쉽게 단언할 수 없다.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탈원전이 화두가 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후 세계의 원전정책은 여러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원전 104기를 운영 중인 미국은 4기를 새로 건설하고 있다. 원전 58기에서 전기의 약 75%를 공급하고 있는 프랑스는 2012년 당선된 올랑드 대통령이 2025년까지 원전 의존도를 50%로 낮추겠다고 공약한 상태다. 하지만 정작 본인 재임기간에는 현상유지를 하고, 원전 축소는 다음 정권 몫으로 넘길 태세다. 영국은 새로운 원전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독일은 후쿠시마 사고 직후 원전 8기를 폐쇄하고 남은 9기를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할 계획이다. 스위스와 벨기에도 이와 유사한 탈원전 계획을 갖고 있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전 세계에서 부패지수가 가장 낮고 투명성이 가장 높은 나라여서 이들의 원전정책은 주목할 만하다. 핀란드는 원전 4기를 운영하며 1기를 건설 중이고 2기를 더 건설할 예정이다. 스웨덴은 1970년대부터 12기를 운영해 왔는데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아일랜드 원전 사고 직후 신규 건설을 금지하고 2010년까지 탈원전하기로 했다. 그동안 안전성 문제로 원전 2기를 폐쇄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2009년 탈원전 계획을 백지화했으며 최근에는 노후 원전 교체를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탈원전하려면 먼저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 탈원전을 대대적으로 시행한 나라는 독일밖에 없다. 독일은 탈원전 대안으로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 설비 약 63GW를 건설했다. 그 결과 2012년 독일은 신재생에너지로 약 25%의 전기를 생산해 수출까지 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그런데 그 이면에 갖가지 어려움이 있다. 태양광발전소는 햇빛이 없으면 무용지물이 돼 연평균 가동률이 10% 정도에 불과하며 풍력발전의 가동률은 30% 전후다. 전기생산이 넘쳐 수출할 때도 있고, 두 가지가 동시에 유명무실할 때도 있다. 보완책으로 독일은 석탄화력발전을 선택했는데 현재 건설계획 중인 화력발전소 용량만 해도 약 30GW에 이른다. 그래서 독일 신재생에너지의 정체는 화력발전이라고 혹평하는 사람도 있다. 화력발전은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이다. 독일의 전기가격은 우리나라에 비해 가정용은 4배, 산업용은 3배 정도 비싸다. 독일이 가진 또 하나의 탈원전 대안은 전기 수입이다.



 한 국가의 원전 정책은 고유한 환경을 고려해 결정된다. 에너지 자립률이 약 3%에 불과하며 전력망은 섬나라처럼 고립돼 자급해야만 하는 우리나라에서 일정량의 원자력은 피할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다만 지금처럼 원자력발전이 가장 저렴하다고 내세우지만 말고 더 비싸더라도 훨씬 더 안전하게 해야 할 것이다.



정재준 부산대 기계공학부 교수

원자력안전 및 방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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