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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정보화시대에 주민번호라니

중앙일보 2014.03.28 00:10 경제 10면 지면보기
김자혜
소비자시민모임 회장
이제 ‘개인정보’는 더 이상 개인의 정보가 아니라 만인에게 공개된 정보다. 올 초 발생한 카드사 개인정보 대량유출 사고가 채 수습되기도 전에 또 주민번호를 포함한 1200만 건의 KT 가입자 정보가 유출됐다.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지겹도록 반복되는 것은 특정 기업의 보안대책 차원이 아니다. 수집부터 감독 체계에 이르기까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법제도적 환경이 취약하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 카드를 만들 때, 각종 서비스에 가입할 때 우리는 당연하게 주민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제공했다. 그러나 과다하게 수집되는 정보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제대로 관리할 수도 없으면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범죄다. 이용자들의 본인확인 인증기록을 보관하도록 강제하는 통신사들의 본인확인기관 제도부터 폐지해야 한다.



 개인정보 유출기업에 과징금을 부과하면 정부의 권한만 강화할 뿐 소비자에 대한 배상이 될 수 없다. 지금까지 개인정보 대량 유출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해온 정부가 과연 엄격한 제재를 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기업이 보안에 대한 투자를 늘리도록 하려면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높여야 한다. 소비자 집단소송 제도는 피해자에게 정보유출에 따른 보상을 해주면서 기업들의 책임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



 우리 국민의 개인정보는 이미 다 털려버렸다. 주민번호를 신주단지처럼 모실 것이 아니라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2100년이 되면 수명을 다해 더 이상 쓸 수 없는 기술적 문제도 안고 있다. 차세대 번호를 조속히 마련하고 민간에서는 다른 식별체계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국민식별번호를 만능열쇠로 사용하는 국민통제형 체제에서 정보화 시대에 맞는 번호 체제로 개편해야 한다. 현재의 주민번호는 필요할 경우 변경할 수 있는 임의 번호체제로 바꾸고, 제한적인 경우 외에는 민간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김자혜 소비자시민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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