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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산책] 우울한 기분 다루는 법

중앙일보 2014.03.28 00:01 종합 32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강일구]


혜 민
스님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어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살면서 우울함을 겪는다. 가까이 내 삶만 들여다봐도 우울한 느낌은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손님과도 같았다. 우울증에 대해 토로하는 분들을 만나면 장기간 지속되는 우울증은 꼭 병원 전문의를 찾아가 상담을 받으라고 말씀드리지만, 간혹 내게 불교 심리학적 관점에서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구하는 분들이 계신다. 우울증의 원인이야 천차만별이겠지만, 내 경우에는 노력했던 것에 비해 결과가 반복해서 좋지 않았을 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오해나 충돌이 연속으로 일어났을 때 우울한 느낌이 스멀스멀 찾아왔다. 더불어 사람들이 나에 대해 좋지 않은 말, 사실과 다른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나, 지금의 나쁜 상황에서 도저히 빠져나갈 희망이 없다고 느꼈을 때 우울한 손님은 내 마음의 문을 사정없이 두드렸다.



 그런데 그 우울한 상황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몇 가지 특징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우울한 느낌을 최초로 유발시키고 계속해서 그 느낌이 사라지지 않도록 지속시키는 에너지는 다름 아닌 ‘나의 반복적인 생각’이라는 사실이다. 즉,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느낌이나 감정이 좌지우지된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긍정적인 느낌이 생각과 함께 일어났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똑같이 부정적인 느낌이 생각을 좇아 같이 일어났다. 그리고 우울한 생각으로 만들어진 땔감을 마음의 화로 속에 계속해서 던져 넣지 않으면 우울한 느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생각과 함께 사라진다는 점이다. 결국 우울한 느낌을 이해하려면 느낌을 일으키는 원인 제공자인 생각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관건이다.



 생각이란, 몸의 안팎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대한 내 마음이 만들어내는 일종의 견해이다. 사람은 하루에만 무려 1만7000번의 생각을 일으킨다고 하는데, 그 내용을 보면 주로 과거의 기억에 의지해서 비슷한 생각들이 습관화되어 일어난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그 생각들을 대부분 알아채지 못하고 그 생각 속에 완전히 빠져버려 생각이 이끄는 대로 마음이 끌려다닌다는 사실이다. 즉, 내 마음이 만들어낸 생각이지만 주객이 전도되어 마음이 생각을 부리는 것이 아니고, 생각이 내 마음을 종처럼 부리고 사는 것이다. 더군다나 주로 무의식 속에 생각들이 왔다갔다하기 때문에 그 생각들이 실제 사실인지 아니면 내 관점에서 본 단순한 견해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서 마음에 올라온 생각이 곧 현실이라고 믿어버린다.



 자, 이제 생각의 속성을 좀 알게 됐다면 앞으로 이렇게 해보자. 첫째, 우울한 생각이 떠오르면 그저 잠시 일어난 생각일 뿐 내 인생 전체가 그런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자. 문제는 생각과 나를 동일시하기 때문에 생겨난다. 하지만 생각이란 원래 잠시 일어났다가 곧 사라지는 것일 뿐이라고 한 발자국 떨어져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그 우울한 생각은 더 이상 지속되지 못하고 연료가 곧 바닥나 멈추게 된다. 생각과 나를 무의식 속에서 동일시하면서 붙잡고 늘어질 때, 우리는 우울함의 늪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둘째,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하는 말들 때문에 우울해진다면 한 가지만 기억하자. 그 사람은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실제로는 나를 빗대어 자기 본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 사람이 오늘 기분이 좋지 않고 답답한 일이 있어 괴롭다면, 그 괴로운 느낌의 렌즈로 세상을 바라보다가 자기 시야에 우연히 비친 나에 대해 자신의 이야기를 한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 원래 기분을 나쁘게 만든 것은 내가 아니지 않은가?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든, 그 사람의 심리상태를 드러내는 말일 뿐이다. 그런 말을 가지고 내가 굳이 상처 받을 이유가 없다고 여기고 마음에 담지 말자.



 셋째, 생각의 대부분은 극히 제한적인 내 경험의 관점에서 본 사견들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런 사견들은 고정불변의 진실이 아니고 상황이 바뀌면 변하는 것이라 신뢰할 것이 못 된다. 그런 생각이 일어나면 그냥 그러라고 내버려두고 마음을 지금 현재로 돌려 쉬자. 관심을 주지 말고 생각을 그냥 내버려둘수록, 과거가 아닌 지금 바로 여기에 마음을 둘수록 생각의 구름은 사라지고 고요하고 편안한 밝은 마음 하늘이 펼쳐진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좋은 상황에 있어도 한 생각 잘못하면 우울할 수도 있고, 반대로 상황이 좀 어려워도 한 생각 돌리면 바로 지금 현재의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 상황이 아무리 좋아도 자기 생각 속에 빠져서 주인이 되지 못하면 곧 다시 우울함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혜민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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