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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여성 없는 통일 준비 없다

중앙일보 2014.03.28 00:01 종합 33면 지면보기
최금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개성공단이 다시 열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통일 대박을 언급한 이후 수년간 막혔던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실현되었다. 또한 통일준비위원회 구상이 나오면서 남북통일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커지고 있다. 통일준비위원회는 대통령이 위원장이 되고 50명 정도로 구성된다는 구체적인 윤곽도 잡혔다. 하지만 제대로 통일을 준비하려면 여성정책과 가족정책까지 다시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통일준비위원회에 더 많은 여성이 참여해 보다 많은 역할을 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선 남북 간의 여성·가족제도는 서로 다르다. 예를 들면 호적 및 가족등록제도의 차이, 부부관계와 가족·친족 간 법률관계의 상이, 상속제도의 상반됨, 여성 관련 법의 거리감 등이 있다. 우리는 호적제도가 없어졌으니 묵은 호적부를 뒤져야 남북 주민 간 혈족·인척관계가 밝혀질 수 있게 되었고, 북한은 우리와 다른 가족등록제도를 가지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법정에서 남한의 아버지 유산과 관련하여 북한의 자녀가 혈족 여부를 밝히기 위해 자기의 머리카락을 잘라 한국 법정에 보낸 사례가 있었다. 이 사건에서 북한 자녀의 혈족관계 및 상속권이 인정되었다. 또한 남북 주민 사이의 혼인관계가 중혼이 될 수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2년 2월 10일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었다. 이 법 제6조 제1항은 중혼에 관한 특례를 인정한다. 1953년 7월 27일 군사정전 협정이 체결되기 전에 혼인하여 북한에 배우자를 둔 사람이 남한에서 다시 결혼한 경우에는 중혼이 성립한다고 하여 남북한의 이중혼인을 모두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렇듯 통일 과정에서 남북한 주민 간의 혼인관계 및 상속관계는 매우 복잡할 수 있으므로 통일준비위원회는 가족 및 여성의 관점에서도 여러 상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통일 문제는 여성정책에서도 중요한 정책과제 중의 하나로 다뤄져 왔다. 여성가족부는 제1차 여성정책기본계획(1998~2002) 이래 지난해부터 시작된 제4차 여성정책기본계획(2013~2017)에 이르기까지 통일 과정에서의 여성 역할 강화를 위한 실천과제들을 모색해 왔다. 우리 연구원 역시 북한여성 지위, 남북 여성교류 활성화 방안, 북한여성의 생활 및 실태, 북한이탈주민 가족, 북한의 여성·가족 관련 법제 등의 연구를 수행했다.



 독일의 통일에서 여성·청소년부(가족노인부는 별도로 있었음) 장관을 역임한 인물이 바로 현재 독일의 메르켈 총리다. 독일은 통일로 인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게 여성과 청소년이 통일 과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장려했다. 독일 여성청소년부와 가족노인부의 성과로는 동독지역에서의 연합체 조직의 장려, 독일헌법 제3조 제2항에 실질적 남녀평등 실현을 위한 국가의 촉진의무 명시, 독일연방 남녀평등법 제정, 상이한 임신중절 규정으로 인한 형법 제218조 개정, 통합조약에 따른 상이한 여성 관련법 개정 등을 들 수 있다.



 마침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독일 메르켈 총리와 회담에서 통일에 대한 양국 유대의 틀을 공고히 한 것은 희망적이다. 회담에서 특별히 ‘통일을 위한 여성 역할’에 관해서도 의미 있는 의견을 공유했을 것으로 본다.



 1980년대 동·서독에서는 여성평화운동가들의 활발한 연대활동이 동·서독 전체에 영향을 미쳤으며, 10년 후의 독일 통일에 크게 이바지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과 동시에 남북한 교류협력의 물꼬를 튼 선두주자는 여성들이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고리로 하여 남북 여성들이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교류협력의 의지를 다졌던 것이다.



 곧 출범하게 될 통일준비위원회에서 많은 여성이 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필히 여성가족분과가 설치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이는 각종 정부위원회에 40% 이상을 여성으로 해야 한다는 여성발전기본법의 개정정신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최금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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