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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미사일 2발 왜 쐈나

중앙일보 2014.03.27 01:17 종합 3면 지면보기
북한이 26일 한·미·일 정상회담 시작에 맞춰 노동미사일을 발사하는 무력시위를 벌였다. 지난달 21일 이후 모두 9차례의 미사일과 로켓 발사를 했지만 노동미사일 도발은 사정이 다르다는 게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앞서 발사한 구형 미사일(프로그 계열)의 경우 60~70㎞의 단거리라 한·미 군사연습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든가 1960~70년대 도입한 구식무기의 폐기처리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날 발사된 두 발의 실제 사거리는 650㎞ 내외다. 한반도 전역은 물론 일본열도 대부분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특히 노동미사일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해 대량살상무기(WMD)로 분류된다.


천안함 도발 4주기 동시 겨냥
중국 어선 많은 서해 아닌 동해로
박 대통령 상대 비방도 쏟아내

 평양 북부 숙천기지에서 쏘아올린 노동미사일은 모두 동해 쪽으로 향했다. 한반도를 관통한 셈이다. 군 관계자는 “미사일 발사에 실패할 경우 북한 땅에 떨어질 수도 있는 무모한 행동이었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동해안을 조준한 것은 북·중 관계를 고려한 행동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최근 서해안 지역의 어장을 중국에 대여해 현재 중국 어선들이 대규모로 조업 중”이라며 “항행금지를 하지 않고 기습발사를 하면서 중국 어선에 피해를 줄 경우 북·중 관계가 꼬이는 것을 우려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거리가 긴 미사일을 쏘기엔 동해안이 최적인 데다, 미국이나 일본에 시위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은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공개하고 있다. 26일에는 오전 8시에 이례적으로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노동미사일의 궤적과 우리 군의 대응 등을 소상히 밝혔다. 지난해 들여온 그린파인 대포병 탐지 레이더와 동해안에서 작전 중인 이지스함이 곧바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군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미국 정보를 받아 미국의 동의 없이 공개하기가 어려웠지만 우리가 취득한 정보는 공개 여부를 우리가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린파인이나 이지스함은 지평선이나 수평선의 영향을 받아 일정 고도 이상 높이로 떠오르는 물체만 탐지가 가능하다. 그래서 군은 곳곳에 설치된 방공 레이더 등 감시정찰 장비를 총동원해 북한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다.



 노동미사일 발사는 26일이 북한의 천안함 폭침 도발 4주년이란 시점도 감안한 것으로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이날 오전 “(천안함 사건은) 특대형 모략극”이라고 주장했다. 국방위는 4년 전 북한 소행이란 발표가 나왔을 때 내놓았던 ‘국방위 검열단 파견’을 다시 거론하며 5·24 대북조치 등의 해제를 요구했다.



 북한은 노동미사일 발사와 함께 대남 비난의 포문도 열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집권자’ 운운하며 비방을 쏟아냈다. 이를 두고 김정은 정권이 대남 대화공세를 접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1월 신년사에서 ‘북남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강조했다. 이후 북한은 유화전술을 파상적으로 펼쳐왔다.



 2월 말 한·미 합동군사연습 중에도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을 치렀다. 남북 고위급 접촉에 합의했고, 개성공단 3통(통행·통신·통관)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이달 들어 최고인민회의 선거(9일) 등 내부 정치행사에 치중하면서 남북관계의 속도조절에 들어간 분위기다. 북한은 박 대통령이 지난 4일 상봉 정례화와 서신 교환 등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지시함에 따라 통일부가 보낸 전통문에도 아직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경공업 원자재 차관 상환 요구도 거부해 우리 당국과의 접촉이 끊어진 상황이다.



 대남 비방공세 재개는 한·미·일 정상의 6자회담 수석대표 접촉 추진 합의로 인해 대미 협상과 북핵 6자회담에 치중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북핵을 매개로 한 대화 재개 분위기 속에 대남 유화공세의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미·중의 압박에 밀려 남북관계 개선 제스처를 취했지만 이젠 판을 접는 것 같은 분위기다. 북한의 다음 행보가 어떻게 될지는 박 대통령의 독일 방문에 대한 평양의 추가 반응을 통해 점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영종·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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