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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 같은 밤 "북 경비정 떴다" … 연평도 바다 OP "잠이 안 온다"

중앙일보 2014.03.27 01:05 종합 8면 지면보기


해군 2함대 소속 장병이 작전을 마치고 전진기지로 복귀하고 있다. 전진기지는 365일 해상에 떠 있으면서 고속정 등 함정에 지원과 보급 임무를 수행한다. [연평도=김상선 기자]

NLL 6㎞ 밖 해상기지 르포
북한, 해안포 열고 비행 훈련
서로 사정권, 출항이 곧 출전





















바다의 최전방 감시초소(OP). 기자가 23일 찾은 해상전진기지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6㎞가량 떨어져 있다. 제1, 2연평해전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있었던 실제 전투지역이다. 부대원들은 4년 전 천안함 폭침사건을 경험한 해군 2함대 소속이기도 하다. 그들은 출항을 곧 출전(出戰)이라 여길 정도로 작전 자체를 전투로 여기고 있었다. 상관들과 악수할 땐 언제나 “싸우면 박살 내겠습니다”고 외쳤다.



 고속정 편대를 이끌고 있는 한상범(39) 소령은 “매일이 천안함 폭침사건 발생 당일의 심정”이라며 “지휘관으로서 매일 밤 잠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북한이 동해안으로 무더기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서해안에도 다시금 긴장이 고조되고 있었다.



 한 소령은 “북한이 동해로 미사일을 쏘 지만 성동격서(聲東擊西) 식으로 서해에서 도발할 수 있어 경계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북한은 서해 해안포 40여 문을 열어 놓고 있다. 태탄비행장에선 야간 비행 활동도 잦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방문했던 장재도와 무도엔 120㎜ 신형 해안포를 배치했다. 모두 연평도를 사정권으로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는 이날 저녁 경계근무 고속정에 편승해 NLL 남쪽 4㎞ 선까지 북상했다. 그동안 해상경계하는 모습은 한 번도 언론에 공개된 적이 없다고 한다. 작전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다짐을 받은 후 군은 NLL 인근까지 고속정을 이용한 기동을 허가했다.



 해군 관계자는 “북한 지역에서 해안포로 사격하면 사정권 내에 있는 만큼 이곳에 투입된 전력도, 위치도, 시간도 모두 보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른 저녁 기동을 시작한 고속정이 어둠이 깔리자 NLL 남쪽 4㎞ 선에서 멈춰 섰다. 함정의 모니터를 포함해 모든 불빛을 끄고 등화관제에 들어갔다. 매복과 같은 경계작전이었다. 북한 잠수정이 출몰하는지 정찰하고 NLL을 넘어오는 선박들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장병들은 “파고는 1.5m로 평소에 비하면 거의 없는 편”이라고 했지만 고속정은 때로 30도 정도 기우뚱하며 넘어질 것 같은 느낌이였다.



 바다에서 생활하다 보면 육지에서 겪을 수 없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이곳은 재미로 근무하는 곳이 아닙니다. 언제 포탄이 날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한 치의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는 말이 돌아왔다.



 함정 한쪽으로 불빛이 보이는 곳은 연평도, 그 반대쪽은 북한이라고 직감할 수 있을 정도로 북한 쪽은 적막했다. 이날 낮에 낙지 등을 낚던 북한 어선도 모두 항구로 돌아가 레이더상에는 수 척의 우리 함정과 북한 경비정만 나타났다.



 우리 고속정이 북상하자 10여㎞ 북동쪽에 떨어져 있던 북한 경비정도 대응 기동을 시작했다. 해군 관계자는 “북한 경비정이 NLL 쪽으로 오면 우리도 대응 기동을 하게 되고, 우리가 기동을 하면 북한 경비정도 움직임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본격 북상을 앞두고 북한군과 교전이 있을 수도 있어 위험하다며 기자에게 배에서 내려야 한다고 했다.



 “이곳은 항상 일촉즉발입니다.” 기지로 되돌아가기 위해 고속작전 보트로 갈아타는 기자에게 해군 관계자가 한 말이다. NLL까지의 근접 경계 체험은 북한이 대응기동을 시작되면서 3시간 만에 끝났다.



 이날 밤 고속정은 기자가 기지로 되돌아간 뒤 매복과 기동을 번갈아 가며 했고, 중국 어선 10여 척까지 NLL 인근에 나타나면서 긴장감을 더했다. 하지만 다행히 남북 경비정 모두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이곳 근무자들은 낮에도 팽팽히 긴장해야 한다. 기지에는 수시로 사이렌이 울리며 “긴급출항 준비! 연평도 서방 X마일 중국어선 관련 긴급출항 준비!” 같은 지시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샤워실, 이발소에 있던 장병들까지 고속정으로 내달리기 일쑤였다.



  오정현 대위는 “고속정 승조원들은 출동태세를 유지하기 위해 식사와 세면시간을 제외하곤 고속정에서 생활한다”며 “명령이 떨어지면 1~2분 이내에 출항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연평도=정용수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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