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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이방인 삶, 세상 다르게 볼 수 있게 해줬죠"

중앙일보 2014.03.27 00:42 종합 23면 지면보기
슈발리에의 신작 ?라스트 런어웨이?는 미국에 이주한 영국 여성의 눈으로 미국 노예제도와 사회상을 그렸다. 그는 “영국인이 되기 위해 30년을 보낸 경험을 거꾸로 탐색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아르테]
퀼트는 미국 사회를 닮았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어울린 미국은 여러 가지 천 조각을 이어붙여 아름다운 하나의 작품을 이루는 퀼트와 비슷하다. 비록 미국이 퀼트처럼 다채로운 모습을 갖기까지는 노예제도라는 아픈 역사를 겪어야 했지만.


『진주 귀고리 …』 의 작가 슈발리에
새 소설 『라스트 런어웨이』출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진주 귀고리 소녀』의 작가 트레이시 슈발리에(52)의 신작 『라스트 런어웨이』(아르테)는 미국의 어두운 역사를 다룬다.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퀘이커 교도인 아너 브라이트의 시선을 따라, 19세기 중반 자유를 찾아 미국 남부에서 도망친 흑인 노예를 돕기 위해 북부 곳곳에서 일어난 ‘자유철도운동’을 그려낸다. 작가는 낯선 땅에서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는 아너의 삶과, 자유를 찾아 도주한 흑인 노예들의 이야기를 정교하게 이어붙여 퀼트를 닮은 아름다운 작품을 짜냈다. 작가와 e-메일로 인터뷰했다.



 미국인이지만 그의 소설 속 배경은 늘 유럽이었다. 모국을 다룬 소설은 처음이다. 계기는 2009년 그의 모교인 미 오하이오주 오벌린대에서 열린 노벨문학상 수상자 토니 모리슨의 강연이다.



 “늘 미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쓰고 싶었어요. 그러다 오벌린이 ‘지하 철도’의 정거장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 역사에 중요한 장소라는 이야기를 듣고 주제로 삼게 됐죠.”



 ‘미국판 추노’인 탈주 흑인 노예를 돕는 ‘지하철도 운동’은 당시에 법으로 금지됐다. 퀘이커 교도의 고뇌가 시작되는 이유다. 사람을 재산으로 여기는 데 반대하지만, 법을 어길 수 없어서다. 양심과 제도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들이 이방인인 아너의 눈을 통해 생생하게 그려진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영국에서 30년을 살았죠. 그래서 세상을 다른 관점에서 보는 것에 익숙합니다. 영국인의 관점에서 노예제도를 바라보는 게 독자 도 편할 거에요.”



 퀘이커 교도의 신념보다 이방인으로서 흑인 노예의 자유 의지를 중시한 아너는 노예들의 탈출을 도우며 노예사냥꾼과 가족, 세상과의 위태로운 숨바꼭질을 포기하지 않는다. 미국의 거친 자연과 직설적인 사람들, 심지어 세련된 영국식 퀼트와 달리 화려하지만 단순한 미국식 퀼트마저 이방인인 아너의 외로움을 깊게 한다.



 “이방인이 되는 건 보편적 경험입니다. 태어난 나라에서 살더라도 누구나 한번쯤 이방인이 되죠. 새 학교나 새 직장, 낯선 곳으로의 이사 등. 그럴 때면 누구나 낯선 사람으로 적응해야 하니까요.”



 아너 또한 ‘내면의 빛’을 따라, 다른 미국인들처럼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아너의 ‘내면의 빛’은 어디서든 살도록 하고, 신념을 위해 남과 맞서 싸우게 해주는 자기 인식이에요. 그렇기에 이 소설은 아너의 성장기이자 미국인이 되어가는 과정입니다.”



하현옥 기자



◆트레이시 슈발리에=1962년 미국 워싱턴 DC 출생. 1997년 첫 소설 『버진 블루』로 데뷔한 뒤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그림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를 소재로 한 장편 『진주 귀고리 소녀』로 세계적인 작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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