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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다고 너를 만나냐" … 그런 남자 vs 그런 여자 '노래 전쟁'

중앙일보 2014.03.27 00:40 종합 23면 지면보기
신인 가수 브로의 뮤직비디오
인터넷상에서 때아닌 남녀 성(性)대결이 벌어졌다. 발단은 신인가수 브로(25·본명 박영훈)의 데뷔곡 ‘그런 남자’다. 지난 21일 음원이 공개된 이 노래는 이른바 ‘김치녀’(데이트나 결혼 비용을 남성에게 의존하는 여성을 뜻하며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에서 주로 쓰는 용어)를 풍자하는 가사로 화제가 됐다. “키가 크고 재벌 2세는 아니지만 180은 되면서 연봉 6000인 남자…한 번 눈길만 주고 갔는데 말없이 원하던 선물을 안겨다 주는 남자”가 “약을 먹었니. 미쳤다고 너를 만나냐” 등의 내용이 담겼다. 카카오톡에서 남녀가 대화를 하는 형식으로 만든 뮤직비디오도 주목을 받았다.


신인 남자 '브로' 김치녀 풍자 포문
걸그룹 '벨로체' 가사 비꼬아 반격

 성 대결로 옮겨 붙은 것은 26일 3인조 여성 보컬그룹 벨로체가 커버곡 ‘그런 여자’를 유튜브에 올리면서다. 정식 음원은 아니며 ‘그런 남자’의 멜로디에 가사만 여성의 시각으로 바꿨다. “성형하진 않아도 볼륨감이 넘치는 너를 위한 에어백을 소유한 여자. 성격 좋고 강남 미인은 아니지만, 건전한 일 하면서 내조 잘하는 여자”가 “미쳤다고 너를 만나냐”로 개사하는 식이다. 이 가사는 벨로체 소속사 대표인 박현중씨가 직접 개사했다.



벨로체가 패러디한 ‘그런 여자’
 커버곡까지 등장하자 ‘그런 남자’는 멜론·지니·벅스 등 실시간 음원차트에서 1~3위에 올라섰다. 네티즌들은 원곡과 커버곡의 가사를 놓고 댓글을 달며 논쟁을 벌였다. ‘그런 남자’의 경우 “네 가슴에 에어백을 달아도, 눈 밑에다 애벌레를 키워 보아도, 너는 공격적인 얼굴이야”란 가사가 문제가 됐고, ‘그런 여자’는 “아무리 비싼 명품으로 휘감아도, 차가 있는데 집이 없잖아” 등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작사에도 참여한 브로가 여성 혐오글이 자주 올라오는 ‘일베’ 이용자란 점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브로는 전화 통화에서 “누가 들어도 웃을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가사를 쓰고 싶었다. 페이스북, 다음 카페, 일간베스트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여성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남성들이 술자리에서 할 수 있는 가십거리라 공감해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인인 그는 그동안 라이브 카페에서 일하며 소속사 없이 가수를 준비해왔다.



 이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분분하다. 남녀간의 현 세태를 잘 반영했다는 분석부터 노이즈 마케팅의 일환이라는 의견까지 다양하다. 음악평론가 김작가씨는 “메이저 기획사나 미디어의 도움없이 대중의 선호로 1위를 한 것은 고무적이다. 대중음악의 전형적인 가사를 비꼬면서도 인터넷상에서 벌어지는 ‘키배’(키보드 배틀)를 투영했다는 점에서 일종의 서브컬쳐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대중을 끄 는 힘이 있지만 상대 성을 비난하는 표현이 들어가 있고, 마케팅 측면에선 여성 혐오글이 자주 올라오는 사이트를 통해 적극적으로 확산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유사한 기획이 잇따를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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