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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핵 동결로 시작하는 새 해법 주도하라

중앙일보 2014.03.27 00:17 종합 30면 지면보기
북한이 네덜란드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리던 26일 새벽 동해로 노동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세 정상이 북한의 모든 핵 프로그램 폐기를 촉구하기로 의견을 모은 시간에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탄도미사일을 쏘아올렸다. 사전 항행 경보도 하지 않은 도발이다. 이날은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 사건 4주기이기도 하다. 북한이 노동미사일을 기지가 아닌 이동식차량에서 발사한 것은 주목된다. 300㎜ 대구경 신형 방사포 개발에 이어 새 기술을 선보였다. 한·미 양국은 즉각 미사일 발사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으로 규정하고 규탄했다. 안보리는 그동안 네 차례의 결의를 통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관련 모든 활동을 금지했다. 미국은 “동맹 및 우방국들과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혀 노동미사일 발사가 안보리에 회부될 가능성도 있다.



 이 사안이 안보리로 넘어가고 북한이 여기에 반발하면 다시 유동적인 상황을 맞을지도 모른다. 북한의 유엔대표부 차석대사는 24일 “미국이 핵위협을 계속하면 핵 억제력을 과시하기 위해 추가적인 조치들을 연속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의 이번 노동미사일 발사는 그 일환일 수 있다. 핵안보정상회의 때 제기된 국제사회의 핵 폐기 압박에 대해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메시지도 던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핵무장과 경제건설 병행 노선이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핵개발은 고립과 제재를 부를 뿐이다.



 한·미·일 정상이 이날 북한 비핵화 공조 차원에서 3국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를 추진키로 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3국 결속은 북한에 큰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3국은 북한이 세 차례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통해 핵무기 체계 고도화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정책을 내놓지 못했다. 세 정상이 중국의 건설적 역할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여건 하에서 6자회담을 추진키로 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6자회담은 북한의 핵시계를 되돌려놓는 조치가 전제되는 회담일 때 무용론을 잠재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 정부의 주도적이고도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북핵은 국제 비확산 체제에 대한 도전이기 이전에 우리의 안보 문제다. 남북관계 발전의 최대 걸림돌이기도 하다. 이런 점을 미국· 중국·일본과 공유하고 실효성 있는 대북 공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북한 비핵화의 진전 없는 통일대박론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부는 북한의 핵활동과 미사일 발사를 동결하는 현실적 방도에서 출발해 핵폐기로 가는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달리는 차를 멈추지 않고 바로 후진시킬 수는 없지 않은가. 북한은 영변의 5㎿e원자로의 재가동에 들어갔고, 우라늄 농축시설도 돌리는 중이다. 미국의 북핵 전문가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박사는 북한이 신축 중인 경수로까지 가동하면 2016년에 최대 48기의 핵무기 생산 능력을 갖출 것이라고 추정했다. 북한의 무기급 핵물질 생산을 중지시키는 것만큼 시급한 안보 현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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