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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한국말로 "반갑스무니다" … 박 대통령 무표정

중앙일보 2014.03.27 00:12 종합 4면 지면보기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일본 총리가 지난 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미국 대사관저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세 번째로 발언한 아베 총리가 서툰 한국말로 박 대통령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최근 한·일 관계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헤이그=변선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3개월 만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대화 테이블에 함께 앉았다. 45분의 만남은 그간의 냉랭한 한·일 관계를 녹이는 데는 부족했다. 그런 모습은 회담 곳곳에서 드러났다.

냉랭한 한·일관계 드러난 45분
박 대통령, 취재진 악수 요청 거부
한·일 떨어져 앉게 오바마 중앙에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초청하는 형식으로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린 네덜란드 헤이그의 미국대사관저에서 지난 25일 오후 6시35분(이하 현지시간) 한·미·일 정상회담을 시작했다. 박 대통령이 도착하자 먼저 와 있던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반갑게 박 대통령을 맞았다. 특히 주최자 격인 오바마 대통령은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서로 마주 보도록 유도해 악수를 나누게 했다. 현장을 취재하던 카메라기자들이 세 사람에게 함께 악수하는 포즈를 취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박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회담장 자리 배치는 오바마 대통령을 중심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오른쪽에 박 대통령이, 왼쪽에 아베 총리가 앉았다. 박 대통령이 앉을 때는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의자를 빼 주며 예우했다. 이와 관련, 외교 소식통은 “자리가 자리인 만큼 3국 정상들의 자리 배치까지도 사전에 논의됐다”며 “당초 여성인 박 대통령이 가운데에 자리하는 방안도 제기됐지만 주선자가 오바마 대통령인 데다 박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나란히 자리하는 모양새가 아직은 이르다는 판단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중앙에 앉게 됐다”고 말했다.



 모두발언은 오바마 대통령과 박 대통령의 순으로 이어졌다. 세 번째로 발언한 아베 총리는 “저는 오늘 우리가 미·일·한 3자회의를 갖게 된 것을 굉장히 기쁘게 생각합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께서 이 정상회의를 주재해 주신 데 대해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합니다”고 했다. 이어 서툰 한국말로 박 대통령 쪽을 바라보며 “박근혜 대통령님, 오늘 만나서 반갑스무니다”고 인사하며 미소를 보냈다. 과거사 문제로 껄끄러운 관계였던 박 대통령을 의식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굳은 표정을 지은 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일본 교도통신은 박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발언하는 동안 아래쪽을 보거나 입술을 깨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전하며 “냉각된 한·일 관계를 상징하듯 삐걱거리는 느낌이 감돌았다”고 보도했다.



 긴장된 분위기가 이어지자 오바마 대통령이 말실수를 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을 총리를 뜻하는 “마담 프라임 미니스터(Madam Prime Minister)”라고 잘못 칭했다가 대통령을 뜻하는 “마담 프레지던트(Madam President)”라고 곧바로 정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 3개국이 이런 단결과 의지를 보여 주는 것은, 아태지역에 아주 강한 메시지를 보여 주는 것”이라며 분위기를 돋웠다.



 아베 총리는 이날 정장 재킷에 납북일본인단체를 상징하는 배지를 달고 나왔다. 이날 회담의 핵심 의제가 북한 문제인 걸 감안한 계산된 제스처란 해석이 나왔다.



 이날 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 문제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헤이그=신용호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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