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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머우 감독, 안중근 영화 만든다 … 박근혜·시진핑 '과거사 공조' 2탄

중앙일보 2014.03.27 00:11 종합 4면 지면보기
중국의 거장 장이머우 감독이 안중근 의사의 삶과 이토 히로부미 저격의 정당성을 조명하는 한·중 합작영화의 메가폰을 잡는다. [중앙포토]
일제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조선총감을 사살한 안중근 의사의 의거가 중국이 낳은 거장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진다. 이세기 한·중 친선협회장을 비롯한 복수의 한·중 양국 관계자들이 26일 밝혔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장 감독이 메가폰을 잡게 될 영화의 대본은 안중근 연구의 권위자인 김영호(단국대 석좌교수)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쓰고 한·중 양국의 톱스타급 배우들이 출연하는 양국 합작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세계 무대에서 지명도가 높은 장 감독에 의해 영화가 만들어지면 안중근 의사의 삶과 의거의 정당성이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대본은 안중근 권위자 김영호 교수
이토 저격 정당성 전 세계에 알려

 영화 제작을 추진 중인 중국 측 관계자는 “지난해 장 감독과 함께 한국을 다녀왔으며 그가 영화 제작에 흔쾌히 동의했다”고 밝혔다. “31세의 젊은 나이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초개와 같이 목숨을 버린 안중근 의사의 삶과 기개는 국경을 넘어 한·중 양국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한 소재”라는 것이다. 장 감독은 최신작 ‘귀래(歸來)’를 완성한 뒤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다. 한·중 양측 관계자들은 장 감독이 다음 달 중국으로 돌아오는 대로 제작 일정 확정 등 구체적인 협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민간 차원이긴 하지만 중국 감독의 안중근 영화 제작은 안 의사에 대한 중국 정부의 달라진 관심을 보여주는 하나의 현상이다. 지난 1월 안 의사의 의거 장소인 헤이룽장성 하얼빈(哈爾濱)역에 표지석을 설치해 달라는 우리 정부 요청에 중국 정부가 안중근 기념관으로 화답한 것은 중국이 안 의사에 대해 새롭게 의미를 부여한다는 걸 알리는 계기였다. 중국 정부는 소수민족의 분리독립 움직임에 민감해 조선족과 같은 핏줄이자 독립운동가인 안 의사를 추모하는 것을 그간 껄끄러워했었다.



 중국의 달라진 행보는 안 의사를 통해 대일 역사투쟁에 한국의 공조를 구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23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양국 정상회담에 앞서 “안 의사 기념관 건설을 직접 지시했다”고 밝혔고 박 대통령이 “한·중 우호협력관계의 좋은 상징”이라고 화답한 것에 대해 ‘안 의사가 한·중 공조의 새로운 매개체로 떠올랐다’고 일본 언론들은 분석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3자 간 협력에 ‘틈’을 만들려는 중국 측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기 한·중 친선협회장은 “장 감독의 영화를 통해 안중근 의사의 조국애와 동양평화 사상을 소개하고 후세에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이 영화를 통해 한·중 우호 협력을 한층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북한에서 제작된 안중근 영화가 상영돼 화제가 된 적은 있으나 중국인 감독에 의해 영화화된 적은 없다. 안중근 의사의 의거는 1979년 북한에서 ‘안중근, 이등박문을 쏘다’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됐으며 국내에서는 최근 유오성이 주연한 ‘도마 안중근’이란 이름의 영화가 제작됐었다.



다롄=예영준 특파원, 서울=이충형 기자



◆장이머우 감독=천카이거(陳凱歌)와 함께 중국의 대표적 5세대 감독. 1987년 데뷔작 ‘붉은 수수밭’으로 베를린영화제 금곰상을 수상한 뒤 ‘홍등’ ‘국두’ ‘귀주 이야기’를 잇따라 내놓으며 입지를 굳혔다. 영화 외에 오페라 작품도 연출해 98년 중국 자금성 특설무대에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투란도트’를 무대에 올려 화제를 모았다. 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을 총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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