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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식에 무료인데 원생 안 와 … 산업단지 어린이집 '외화내빈'

중앙일보 2014.03.27 00:04 1면
천안지역 산업단지 어린이집들이 자녀를 둔 근로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어린이 수송 차량 확보 같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프리랜서 진수학]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과 천안시가 근로자를 위해 어린이집 확충에 팔을 걷어붙였지만 성과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해 1월 천안시 백석동의 백석산업단지에 직장 어린이집을, 천안시는 지난해 9월 직산읍의 4산업단지에 시립 보듬이나눔이 어린이집을 열었다. 사업비는 각각 19억5000만원, 12억6000만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두 곳 모두 현재 원아 수는 정원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전액 무료로 다닐 수 있는데도 이용률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뭘까. 부모들은 바쁜 출퇴근 시간 때 아이를 데려다 주고 데려오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 불편하다고 말했다.

작년 개원한 2곳, 정원 183명에 94명만 다녀



지난해 1월 13일 백석산업단지에 직장 어린이집이 문을 열었다. 전북 전주와 함께 국내에서 2곳뿐인 산업단지 안 직장 어린이집이다.



지난해 4월 2일 열린 개원식에는 시장·국회의원 같은 지역 인사와 부모들이 하객으로 참석해 성원을 보냈다. 이 직장 어린이집은 근로복지공단에서 추진하는 ‘산업단지 공동 직장 어린이집’ 공모사업에 선정돼 지어졌다. 국비 15억5000만원과 백석산업단지 부담 4억원 등 총 19억5000만원이 사업비로 들어갔다.



 하지만 올해 원아는 51명에 그쳐 겨우 정원(99명)의 절반을 넘겼다. 지난해에도 사정은 비슷했다. 백석산업단지 직장 어린이집은 최신 시설을 자랑한다. 교실마다 채광을 고려한 설계를 했다.



복도 같은 통로에 위험한 장애물도 없다. 모든 원아가 한꺼번에 들어갈 수 있는 넓은 강당과 식당을 갖췄다. 보육료는 전액 무료다. 정부, 근로복지공단, 백석산업단지운영협의회와 STS반도체 등 일부 기업이 운영비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24시간 돌봄이 가능하다.



24시간 돌봄도 가능한 시설인데 …



천안 4산업단지에 있는 천안시립 보듬이나눔이 어린이집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어린이집은 지난해 9월 25일 개원했다. 시비 6억6000만원, 전국경제인연합회 지원 6억원 등 총 사업비 12억6000만원을 들여 지었다. 하지만 현재 원아는 43명으로 간신히 정원(84명)의 절반을 넘었다. 이곳 시설 역시 별도 식당을 갖추고 채광을 고려한 설계로 지어진 최신식이다. 국내 유명 식품회사로부터 새벽마다 식자재를 공급받는 등 안전한 먹거리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이처럼 좋은 조건을 갖춘 두 어린이집이 외면받는 이유는 뭘까. 우선 자녀를 둔 근로자들의 생각과 현실이 많이 다르다는 점이다. 백석산업단지 관리사무소는 직장 어린이집을 건립하기 전에 수요 예측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자녀를 둔 근로자 110명(STS반도체 70명, 나머지 40여 개 기업 40명)이 ‘어린이집이 들어서면 아이를 보내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회사 규모가 크고 어린이집에 가장 많은 지원을 하는 STS반도체가 정원의 60%(60명)를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 원아 중 STS반도체 근로자 자녀는 29명이다. 나머지 기업들의 직원 자녀도 당초 희망자의 절반 수준인 22명만 직장 어린이집에 다닌다. 당초 24시간 운영을 계획했는데 원아 수가 적어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천안시는 4산업단지 보듬이나눔이 어린이집 개원 1년 전에 수요 조사를 했다. 65개 입주업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어린이집 설치 필요성을 물었다. 자녀를 둔 근로자 106명이 이용을 희망했다. 하지만 이 역시 절반 이상 허수였다.



 백석산업단지 입주업체 근로자 상당수는 자녀를 직장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는 이유로 출근 때 데려다 주고 퇴근 시 데려와야 하는 불편함을 손꼽는다. 백석산업단지에서 근무하는 차성희(가명·33·여)씨는 직장 어린이집을 알고 있지만 두 아이를 보낼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조기 출퇴근하는 근무여건상 늦어도 오전 7시30분까지 회사에 도착해야 한다.



목천에서 출퇴근하는 그녀는 아이들을 씻기고 밥을 먹여 함께 나서려면 두 시간 전에 일어나야 한다. 회식하는 날엔 아이들을 데리고 갈 걱정이 앞선다. 그 때문에 그녀는 맞벌이를 하는 남편의 출근시간이 자기보다 늦어 두 자녀를 집 근처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 차씨는 “회사 옆에 직장 어린이집이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내려니 불편한 점이 많고 힘들 것 같아 포기했다”며 “집에서 먼 데다 출근길 교통정체가 심해 아이들이 차 안에서 한 시간 이상 고생해야 하므로 어쩔 수 없이 집에서 가까운 어린이집으로 보낸다”고 말했다.



 보듬이나눔이 어린이집은 만 6세반과 7세반이 없다. 올해 원아 모집을 위해 지난해부터 6세반 15명을 접수했지만 지난 겨울 폭설로 산업단지 진입로를 비롯해 평소에도 정체 구간인 직산 사거리와 종합운동장 사거리에서 극심한 교통체증을 겪은 부모들이 자녀 10명의 입학을 취소했다. 반 편성이 어렵게 되자 나머지 5명도 집 근처 어린이집에 보낸다며 뜻을 바꿨다.



“내년 아파트 입주하면 정원 채울 것”



산업단지 안 어린이집은 자체 수송 버스를 운행하기 어렵다. 곳곳에 흩어져 있는 아이들을 싣고 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보듬이나눔이 어린이집의 경우 지입 차량을 운행하고는 있지만 인근 아파트 단지를 도는 게 전부다. 박영숙 보듬이나눔이 어린이집 원장은 “어린이집이 들어서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부모들도 막상 자녀를 보내려니 각종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망설인다”며 “교육시설이 좋아 지금도 문의는 종종 들어오지만 교통여건·이동시간·날씨·회식 같은 다양한 문제로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천안시 보육팀 관계자는 “두 곳 모두 개원한 지 얼마 안 돼 홍보가 덜 된 측면도 있고 산업단지형 어린이집 특성상 버스가 다니지 못하고 직접 등원시켜야 하는 불편함, 기상 상황, 교통정체 등으로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백석산업단지와 4산업단지 인근인 3산업단지 안에 아파트 4500여 가구가 내년에 입주할 예정이고, 입주기업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면 정원을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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