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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에 발들인 페이스북 … 구글, 거기 서시오

중앙일보 2014.03.27 00:03 경제 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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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은 공상과학에서나 통하는 얘기였다.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한때 그랬다. (가상현실이란) 새로운 세계를 여는 일을 오큘러스와 함께 시작하겠다.”

저커버그 "모바일 다음 플랫폼은 가상현실"
구글, 신형 글라스 개발 선언하자
관련업체 오큘러스 2조원에 인수
IT 선두그룹 새로운 판서 전면전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 개인 계정에 25일(현지시간) 올라온 글이다. 가상현실 기기 전문업체 오큘러스VR(virtual reality·가상현실)을 인수한다는 발표였다. 페이스북이 오큘러스를 사는 데 들인 돈은 21억8071만 달러(약 2조1500억원). 바로 한 달 전 모바일 메신저 회사 와츠앱를 인수할 때 투자한 190억 달러와 비교하면 10분의 1 정도다. 그런데도 저커버그는 회사 명의로 공식 성명을 내는 방식을 택하지 않고 ‘왜 오큘러스를 매입하는지’를 직접 공들여 소개했다. 가상현실 시장에 처음 내미는 도전장이어서다.



 페이스북의 품에 안긴 오큘러스는 웨어러블(wearable·입는) 기기 부문에서 무서운 신예로 꼽힌다. 개발 중인 게임용 헤드셋 ‘오큘러스 리프트’로 화제를 모았다. 헤드셋을 쓰면 시각과 음향효과로 직접 그 현장에 있는 듯 느끼게 해준다. 저커버그 말대로 공상과학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기기다. 가상현실과 웨어러블 산업은 구글·삼성전자·애플·소니 같은 대형 정보기술(IT) 회사가 각축을 벌이기 시작한 곳이다. 저커버그는 이번 도전을 두고 “모바일은 오늘의 플랫폼이다. 이젠 내일의 플랫폼에 대한 준비를 할 때가 됐다”고 이유를 밝혔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사물인터넷(IoT·사람이 쓰는 여러 기기를 인터넷으로 연결)까지 감안한 노림수다. 그는 “운동장에서 직접 경기를 지켜보고 전 세계 교실에서 수업을 듣거나 바로 의사와 마주 보며 진찰을 받는다고 생각해보라. 단지 집에서 ‘구글링(인터넷으로 검색한다는 뜻으로 검색 엔진 구글에서 따온 말)’만 하면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오큘러스 인수합병(M&A)을 두고 “페이스북이 구글을 뛰어넘기 위한 시도에 나선 것”이라고 풀이했다.



 오큘러스 대표 제품은 게임용 헤드셋이고 구글 글라스는 증강현실 기술을 장착한 안경이다. 품종 자체는 다르지만 웨어러블 기기로 증강현실(눈앞 상황에 가상 이미지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이나 가상현실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오랜 기간 투자하며 사업 기반을 다져왔던 구글로선 무시할 수 없는 경쟁자를 만난 셈이다. 2004년 미국 증시에 상장하며 두둑한 현금을 마련한 구글은 가상현실 산업에 돈을 아끼지 않았다. 2년 반에 걸친 연구 끝에 2008년 7월 3차원 가상현실 서비스 ‘구글 라이블리’를 선보였다. 2009년 증강현실 검색 기능 ‘구글 고글’을 비롯해 연관 서비스를 잇따라 내놨다. 이들 기능을 구현하는 기기 ‘구글 글라스’는 2012년 처음 등장했다.



 구글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스마트 안경인 구글 글라스 개발을 지휘했다. ‘쓰고 다니기 우스운 디자인이다’ ‘사생활 침해다’ 등 각종 논란에도 구글은 꿋꿋이 구글 글라스에 투자했다. 올해 신형 제품 출시도 앞두고 있다. 구글 최고경영자 래리 페이지는 지난 19일 TED 강연에서 “컴퓨터는 이미 한물간 기기”라며 저커버그가 지목한 ‘내일의 플랫폼’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구글은 페이스북이 오큘러스 인수 사실을 공개하기 직전인 24일 안경 전문 업체 레이밴, 오클리와 손잡고 구글 글라스의 디자인을 발전시키겠다 선언하기도 했다.



조현숙 기자



◆오큘러스VR=가상현실 게임용 기기를 전문으로 만드는 회사. 게임과 컴퓨터, 고글 매니어였던 파머 러키(21)가 2012년 창업했다. 러키는 값은 비싼데 기능은 좋지 않은 기존 헤드셋에 불만이 많았다. 대학도 가지 않고 스스로 개발자로 나섰고 창업 1년6개월 만에 2조원의 ‘대박’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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