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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이 차들 연비, 왕이로소이다

중앙일보 2014.03.27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1. 26일 일본 고급차 렉서스의 서울 강남 전시장. 렉서스는 하이브리드 차량인 CT200h의 새 모델(연비 18.1㎞/L)을 이날 공개했다. 이 차의 출시는 한국 수입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독일 디젤차에 대한 선전포고다. 요시다 아키히사 한국도요타 사장은 “한국 시장에서 디젤로 대표되는 독일 프리미엄 모델의 강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하이브리드를 중심으로 렉서스가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이브리드 차량, 바꿔 말해 연비 좋은 차가 렉서스의 주력이 될 것이란 얘기다. 렉서스는 10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NX하이브리드도 한국에 들여온다.

국산·수입 자동차 복합연비 분석
유럽산 디젤차량들 상위권 휩쓸어
국산차, 중형·대형 분야선 힘 못 써
아반떼·모닝 … 연비 좋을수록 인기



 #2. 프랑스 자동차인 시트로앵을 수입하는 한불모터스는 26일 아침 분주했다. 전날 공개한 디젤 다목적차량(MPV)인 그랜드 C4 피카소의 공인 연비가 뒤늦게 확정된 사실을 딜러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였다. 이 차의 연비는 14.0㎞/L다. 7인승 차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다. 이 차는 이미 독일과 영국에서 ‘올해의 MPV’상을 받을 정도로 성능 면에서 명성이 높은 차다. 하지만 공인 연비가 소비자의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연비가 좋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지상 과제가 된 것이다. 한불모터스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다른 건 몰라도 반드시 연비는 확인한다”고 말했다.



 연비가 자동차 선택의 제 1기준이 되고 있다. 작은 차만이 아니라 고급 수입차도 연비를 앞세운다. 하지만 지난해 초 새 연비제도(도심·고속도로 주행 복합)가 도입된 후 신구 연비가 뒤섞이면서 한눈에 비교가 쉽지 않았다. 1년여가 지나면서 신연비 데이터가 1000여 건을 넘어섰다. 본지는 26일 에너지관리공단에 등록돼 있는 국산·수입차의 복합연비를 비교 분석했다.





 종합 성적 상위권은 역시 디젤이었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경차를 제외하면 연비 1등급(16㎞/L 이상) 차 중 가솔린차는 단 하나도 없었다. 디젤 차량이 승승장구하는 이유였다. 소형차 부문의 최고 연비는 프랑스차 푸조의 ‘푸조 208 1.4 e-HDi’(연비 21.1㎞/L)다. 이 차는 지난해 도입된 복합연비 제도 이후 하이브리드와 경차를 포함한 국내외 전 차종에서 연비 기준으로 쭉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는 역시 프랑스 차인 시트로앵의 ‘DS3 1.4 e-HDi’로 연비가 20.2㎞/L였다. 기아의 프라이드(19㎞/L)와 현대 아반떼(18.5㎞/L) 디젤형도 각각 5위와 11위로 선전했다.



 소형차를 사는 운전자의 대부분은 ‘차량의 구입·유지비를 최소화하고 싶다’는 목적을 가지고 차를 고른다. 그렇다면 가격과 연비 면에서 다른 차량을 압도하는 건 현대 ‘엑센트 1.6 디젤’이다. 이 차의 연비는 19.2㎞/L로 소형차 중 3위를 차지했다. 가격이 1384만원부터 시작해 2800만원대부터인 푸조나 시트로앵과 비교해 절반 이상 저렴한 데 비해 놀랄 만한 수준의 연비였다.



 준중형 부문에서 제왕의 자리는 도요타 프리우스가 지켰다. 2012년까지 ‘연비의 제왕’으로 알려졌던 이 차는 복합연비 제도 도입으로 기존보다 연비가 L당 7㎞ 떨어졌지만 여전히 건재했다. 연비 21㎞/L로 2위인 렉서스 CT200h(18.1㎞/L)와는 L당 3㎞ 가까이 차이가 났다. 45L의 비교적 작은 연료통을 가지고 있지만 한번 주유하면 약 1000㎞를 거뜬히 달릴 수 있다. 유럽 차 업체 중에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이 부문에서 저력을 보여줬다. A, B시리즈와 CLA200 CDI가 연달아 3~5위를 차지했다. 국산 차량들도 준중형 부문에서 성적이 좋았다. 현대의 i40 디젤형이 연비 15.1㎞/L로 6위를 차지했고 기아의 카렌스 1.7이 14㎞/L로 뒤를 이었다.



 중형차의 연비는 준중형 못지않았다. 디젤차량 라인업이 늘면서 ‘차가 크면 연비가 반드시 떨어진다’는 공식이 깨졌다. BMW 320d 에피시언트(효율성) 다이내믹 모델이 19.7㎞/L로 가장 연비가 좋았고, 이외에도 1시리즈와 3시리즈 차량이 18㎞/L 넘는 연비를 기록했다. 쌍용차의 코란도C가 17.2㎞/L로 쟁쟁한 독일 차를 제치고 6위였다. 노사 문제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은 쌍용차에 코란도C가 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지 답이 분명해지는 대목이다. 현대의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기아 K7 하이브리드도 16.8㎞/L로 연비가 우수한 편이었다. 현대차가 이달 출시한 신형 LF쏘나타의 연비는 12.1㎞/L다. 상용차를 제외한 중형승용차 360여 대 중 160등 정도로 ‘중상위권’에 속했다.





 대형차의 연비 제왕은 단언컨대 BMW였다. 배기량 2500cc 이상의 대형차 부문에서 7시리즈와 5시리즈로 상위 1~7위를 싹쓸이했다. 이 중 1위는 BMW 730d(15.2㎞/L)로 웬만한 준중형급 디젤차보다 연비가 좋았다. 크라이슬러는 300C가 13.8㎞/L로 8위에 오르며 ‘기름 먹는 미국 차’의 이미지를 깼다. 아우디는 A6(13.1㎞/L)가 12위, A7과 A8이 나란히 13위(13㎞/L)에 올라 기술력을 뽐냈다. 신형 제네시스(9.4㎞/L)는 이 부문에 해당하는 차량 570여 대 중 250위 정도였다. 배기량 5000cc 이상의 수퍼카를 제외하면 사실상 대형차 중에선 연비는 아쉬운 편에 든다.



 차급별로 상위 15위(준준형차는 10위)까지 순위를 매겨본 결과 유럽산 자동차의 비율은 평균 80%에 달했다. 디젤엔진에 강한 유럽 자동차업체들이 왜 최근 한국 시장에서 국내 자동차업체들을 몰아붙이고 있는지가 한눈에 드러났다. 연비를 기준으로 차를 고르는 소비자들에게 유럽 차는 국산차보다 훨씬 고를 수 있는 차가 많았다. 현대·기아차 등 국산 차량 몇몇은 소형·준중형 부문에서 상위에 랭크되기도 했지만 중형·대형 부문으로 갈수록 상위권에서 자취를 감췄다.



 연비가 판매량과 비례한다는 점도 뚜렷했다.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국산차인 현대 아반떼의 연비는 14㎞/L. 가솔린 차량으로는 우등생 평가를 받는 수치다. 기아의 모닝은 17㎞/L로 하이브리드와 경차를 제외한 가솔린 차량 중 1위였다. 3위인 현대 쏘나타는 11.9㎞/L로 평균을 상회했다. 수입차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인 BMW 520d의 연비는 16.9㎞/L로 중형 부문에서 우수한 편이었다. 두 번째로 많이 팔린 폴크스바겐의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은 13.8㎞/L, 3위인 메르세데스-벤츠 E300은 10.3㎞/L로 역시 가솔린 차량으로는 상위권이었다.



조혜경 기자



◆복합연비=2013년 1월부터 국내에 시판되는 전 차종에 도입된 새로운 연비 표시 제도. 실제 주행 상황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도심과 고속도로 연비를 각각 55대 45로 합산해 계산하기 때문에 복합연비라는 이름이 붙었다. 고속주행과 급가속, 에어컨 가동, 저온 환경 등을 반영해 실제 연비와의 차이를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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