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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의 트렌드 노트] 20년 전 이 시계, 기억나십니까?

온라인 중앙일보 2014.03.25 15:05
(왼쪽) 1994년 초대 모델인 ‘DW-520’. 지금 봐도 낯설지 않은 디자인이다. G-SHOCK 로고가 찍힌 것은 1995년부터 여성용 브랜드 ‘베이비 지(Baby-G)’로고를 만들어 사용했기 때문이다. 영문자 G는 ‘중력(Gravity)’의 이니셜이다. (오른쪽) 초대 모델 ‘DW-520’을 재현한 20주년 기념 모델 ‘BGD-500’.


서랍을 뒤지다보면 ‘추억 속의 물건’을 만날 때가 있다. 뽀얀 먼지 뒤집어쓰고 “안녕, 이제야 내가 기억난 거야?”라고 말 걸어오는 물건들. 특히 새 것을 구입하더라도 쉽게 버릴 수 없는 3가지 ‘시계, 안경, 카메라’ 중 하나는 꼭 있다. 망가지지 않은 이상 언제고 쓸 수 있고, 오래될수록 멋있는 아이템들이기 때문이다.



(주)카시오계산기의 ‘베이비 지(Baby-G)’ 역시 그런 존재다. 20년 전 누구나 하나쯤은 갖고 있었을 시계. 1994년 처음 출시된 베이비 지는 남성용 시계 ‘지샥(G-SHOCK)’의 여동생 브랜드다. ‘깨지지 않는 시계’를 컨셉트로 탄생한 지샥은 내충격성과 터프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이 장점들을 그대로 계승해서 크기만 작게 여성용으로 출시한 게 베이비 지다.



1994년부터 2014년까지 출시된 베이비 지 디자인.


‘G남매’는 출시 당시 ‘시계=동그랗고 시침분침이 있는 아날로그 형’이라는 공식을 깬 디지털시계로 유명했다. 또 ‘튼튼함=검정’이라는 공식도 깨고 지금까지 형광색을 비롯 다양한 컬러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그런데 ‘지샥’이 1983년 첫 출시되고 여동생이 만들어지기까지 왜 11년이나 걸렸을까?



자국 시장인 일본에서 지샥의 인기가 초반에는 미미했다. 시계 표면의 유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아래위로 여닫는 고리 장치를 만드는 등 튼튼함을 강조한 건 좋았지만 투박하고 큰 디자인이 일본인들 정서와는 안 맞았기 때문이다. 소리 없이 사라졌을 수 있는 지샥을 살려내고 히트 아이템 반열에 올려놓은 이들은 미국 군인들이다. 글로벌 브랜드였던 (주)카시오계산기가 미국에 지샥을 소개했고 웬만한 충격은 걱정 안 해도 되는 실용성이 미 군인들을 사로잡았다. 90년대 초 일본으로 역수입된 지샥의 인기가 오르면서 ‘더 작은 사이즈는 없냐’는 여성 고객들의 문의가 쇄도했고 넉넉해진 집안 사정을 고려해 여동생 하나쯤은 보자 판단한 게 ‘G남매’의 스토리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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