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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시설 집중된 영변에 화재 나면 체르노빌보다 더 심각한 재앙"

중앙일보 2014.03.25 01:49 종합 6면 지면보기
박근혜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빈손으로 세계 지도자들 앞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연설했다. 국회가 원자력방호방재법안(핵방호법)을 끝내 처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핵안보회의 기조연설

 2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 개회식 기조연설에서 박 대통령은 “핵무기 없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핵안보를 핵비확산·핵군축 그리고 핵안전과 함께 강화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저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하고, 그래서 핵무기 없는 세상의 비전은 한반도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과 유엔 안보리 결의 등을 어기고 핵개발을 추진하면서 핵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다”며 “만약 북한의 핵물질이 테러집단에 이전된다면 세계 평화에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북한 핵시설의 안전성 문제도 큰 우려를 낳고 있다”며 “지금 북한의 영변에는 많은 핵시설이 집중돼 있는데, 한 건물에서 화재가 나면 체르노빌보다 더 심각한 핵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 뒤 “이렇게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비확산·핵안보·핵안전 등 모든 측면에서 심각한 우려의 대상인 만큼 세계 평화와 안전을 위해 반드시 폐기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 핵안보체제의 발전을 위한 4개 항도 제안했다. ▶핵안보와 핵군축, 핵비확산이 서로 시너지를 갖도록 하는 통합적 접근 ▶핵안보에 관한 지역협의 메커니즘의 모색 ▶핵안보 분야 국가들 사이의 역량 격차 해소 ▶원전시설에 대한 사이버테러 대응방안 강구 등이다. 박 대통령은 특히 “미국과 러시아가 2013년 말 완료한 ‘핵무기 물질을 핵연료로 전환하는 사업’을 통해 시너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핵탄두를 해체해 나온 핵무기 2만 개에 해당하는 고농축우라늄이 도시를 밝히는 전기로 전환됐는데, 이것이야말로 ‘무기를 쟁기로 만든 것(swords to plowshares)’”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당초 핵방호법안의 처리를 통해 한국의 선도적인 노력을 강조하려 했다. 하지만 23일 헤이그로 떠날 때까지 핵방호법안이 처리되지 않자 박 대통령은 두 종류의 연설문을 준비했다. 국회가 핵방호법을 처리해 한국이 원자력 안전에 선제적이고 모범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연설문(A안)과 국회가 핵방호법안을 처리하지 않을 경우 수위를 낮춘 연설문(B안)이었다. 연설을 7시간여 앞둔 이날 오후 4시쯤(한국시간) 여야가 협상 결렬을 선언하자 결국 최상의 시나리오였던 A안은 버리고, B안을 들고 연단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헤이그=신용호 기자, 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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