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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공모' 의혹 풀 블랙박스 어디에

중앙일보 2014.03.25 01:30 종합 13면 지면보기
경찰이 파고다어학원 박경실(59) 회장에게 소환을 통보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4일 “살인예비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박 회장에게 이번 주 중 나와 조사를 받으라고 지난주 출석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소환에 불응할 경우 박 회장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박 회장은 남편인 고인경(70) 전 회장과 파고다어학원 경영권 등을 놓고 민·형사상 다툼을 벌이고 있다. 박 회장은 자신의 운전기사 박모씨에게 “고 전 회장 측근 A씨를 살해하라”는 지시와 함께 검찰 수사를 무마해 달라며 12억원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파고다어학원 수사 어디까지
운전기사"착수금 5억 받아"
박 회장 "먼저 접근, 12억 줘"
본지가 입수한 녹취록에선
"조선족 불러" "현장 덮친다"

 고 전 회장과 6촌 관계로 알려진 A씨는 박 회장의 비위 사실을 조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고 전 회장 측은 회사 돈 10억원을 성과급 명목으로 빼돌렸다며 박 회장을 2013년 1월 검찰에 고발했다.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박 회장이 준 돈은 5억원 상당이고, 이 돈은 A씨를 살해하라는 지시를 받은 후 건네받은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본지는 운전기사 박씨와 어학원 관계자와의 녹취록을 입수했다. 이 녹취록에는 박씨가 “4억 받았다” “조선족 불러들였다” “오더를 주면 현장을 덮친다”는 식으로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하지만 박 회장 측은 “브로커를 자처한 박씨가 고위 인사 등 인맥을 이용해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잘 처리할 수 있다며 돈을 요구해 12억원을 건넨 적이 있을 뿐”이라며 “ 살해지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회장이 운전기사에게 사건 처리를 부탁하며 12억원이나 되는 거액을 줬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판단이다. 경찰은 박 회장 차량 블랙박스에 담긴 메모리카드의 행방을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메모리카드에 박 회장과 운전기사 박씨 사이의 살해 지시와 관련된 대화 내용이 담겨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18일 박 회장의 집무실과 박씨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서도 메모리카드는 발견되지 않았다.



 박 회장은 지난해부터 박씨에게 문제의 메모리카드를 내놓으라고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가 지난해 회사를 그만두면서 메모리카드를 가져갔고 뒤늦게 이를 안 박 회장이 돌려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박 회장 측 변호사는 “메모리카드는 회사 재산이며 박 회장과 지인들 사이의 개인적 대화 내용이 담겨 있을 수 있어 돌려달라고 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 초 브로커 서모(46)씨에게도 9억여원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박 회장에 대한 배임·횡령 고발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수봉)는 당시 이 사건 무마조로 돈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서씨를 조사했다. 그 결과 돈은 오갔지만 이 돈이 실제 로비자금으로 쓰인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 서씨는 뇌물 혐의가 아닌 사기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만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한편 한국학원총연합회 현 회장인 박 회장은 차기선거에 단독 출마했다. 연합회 일부 회원은 “각종 의혹 당사자가 회장 선거에 다시 나선 건 부적절하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고석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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