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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한 침입" vs "스님 자작극" 대구 동화사에 무슨 일이 …

중앙일보 2014.03.25 01:28 종합 13면 지면보기
불교 조계종 동화사 주지 성문 스님(가운데)이 24일 기자회견을 마친 뒤 법당을 나서고 있다.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불교 조계종 종정인 진제 스님이 방장을 맡고 있는 대구 동화사가 주지 임명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방장 진제 스님이 새 주지 지명
현 주지 "논의없이 진행" 반발

 진제 스님은 지난 20일 총림 임회(회의)에서 차기 주지에 선방 수좌 출신인 효광 스님을 지명했다. 효광 스님은 진제 스님의 비서실장 격인 종정예경실장을 맡고 있다.



 이에 대해 현 주지인 성문 스님은 24일 동화사 설법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차대한 인사를 현직 주지, 총림 주요 구성원들과 한마디 사전논의 없이 진행한 것은 백번 양보해도 총림의 기본정신과 배치된 사태”라며 반박했다.



그는 또 “지난 임회 때 복면괴한을 이유로 공권력을 끌어들인 것은 신성한 도량을 어지럽힌 사상 초유의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종정예경실 자작극 의혹도 있다”고 주장했다. 성문 스님의 임기는 5월 23일까지다.



 20일 총림 임회가 열렸을 때 경찰 병력 3개 중대가 동화사 부근에 배치돼 논란이 일었었다. ‘복면 괴한이 나타나 종정 스님을 위협했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이 진제 스님의 신변 보호를 위해 출동한 것이다. 진제 스님 측은 “19일 저녁에 키가 1m80㎝쯤 되고 복면을 한 괴한이 법당 문을 열어젖히고 ‘큰스님 방이 어디요?’라고 물었다. 깜짝 놀란 스님들이 그때도 경찰을 불렀다. 이를 목격한 스님과 신도들도 여럿 있다”고 말했다.



또 효광 스님의 주지 지명에 대해선 “오래전부터 산중의 원로·중진 스님들이 효광 스님을 천거했다. 이미 내정돼 있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성문 스님 측은 21일 대구 동부경찰서에 복면 괴한의 출현 여부에 대한 수사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동화사는 부산 범어사, 하동 쌍계사와 함께 2012년 조계종의 신규 총림으로 승격됐다. 그해 동화사 대웅전 뒤편에 금괴 40㎏이 묻혀 있다는 주장이 한 탈북자에 의해 제기됐다.



조계종 종헌종법에 따르면 선원과 강원, 율원을 모두 갖춘 총림의 방장이 주지를 지명해서 추천하면 총무원장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조계종의 한 관계자는 “진제 스님이 선방 수좌 출신을 주지에 임명해 동화사에 대한 영향력을 더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진제 스님의 종정 선거 운동과 동화사의 총림 승격을 위해 열심히 뛰었던 성문 스님은 주지 연임을 기대했을 수도 있다. 서운하게 느끼는 것 같다”며 갈등의 원인을 분석했다.



백성호 기자, 대구=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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