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 Report] 바깥이 영하 8도네요 스마트폰에게 말합니다 "자동차 히터 켜 놔"

중앙일보 2014.03.25 00:52 경제 2면 지면보기


2020년 12월 직장인 김미래(가명)씨는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집어든다. 침대에 누운 채 스마트폰을 몇 번 터치하자 토스터와 커피머신이 작동하며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양치질을 하며 거울을 보니 오늘 날씨가 표시된다. 바깥 온도는 영하 8도. 스마트폰으로 자동차의 히터를 미리 틀어놓고 출근을 준비한다. 회사에 도착해서는 영국 런던에 있는 직원과 3차원(3D) 입체영상(홀로그램)으로 회의를 진행한다. 마치 앞에서 회의하는 것처럼 생생하다.

5G 이동통신이 바꿀 6년 뒤 미래
4G보다 전송속도 1000배 빨라
자동차·가스오븐 등 인터넷 연결
집 밖서 요리하고 알아서 운전
SKT, 서비스 네트워크 구축 채비



 앞으로 6년 후면 우리 주변에서 보게 될 직장인들의 모습이다. 지금보다 최고 1000배 빠른 5세대(5G) 이동통신이 실현되고, 이를 기반으로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초연결(Hyper-Connected)’ 시대가 도래하면서 우리 삶은 이렇게 바뀔 전망이다.



 한국의 이동통신은 1984년 3월 29일 한국이동통신서비스(SK텔레콤의 전신)가 설립되면서 막을 올렸다. 카폰 서비스를 위해 한국통신(KT의 전신)에서 갈라져 나온 것이다. 당시 카폰은 부의 상징이었다. 사람 얼굴 크기에 무거운 무게로 벽돌폰이라 불리기도 했던 모토로라 카폰 가격은 330만원이었다. 승용차 한 대가 500만원이던 시절이다. 84년 이동통신 가입자는 2658명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30년 만에 한국의 이동통신 환경은 극적으로 변화했다. 가입자 수는 2010년 5000만 명을 넘어섰고, 이 가운데 스마트폰 가입자만 3782만 명(올 1월 말 기준)에 달했다. 휴대전화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90년대 중반만 해도 영상통화와 휴대용 TV 서비스가 평범한 기술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앞으로 5~6년 후엔 지난 30년보다 훨씬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5G 기술이 실현되면 데이터 전송 속도는 초당 100기가비트(Gb)급으로 빨라진다. 800메가바이트(MB) 용량의 영화를 1초 안에 내려받을 수 있다. 그야말로 ‘빛의 속도’다. 초창기 스마트폰에 쓰였던 3G에선 7분24초, 롱텀에볼루션(LTE)에선 1분25초, LTE보다 한 단계 진화된 LTE-A(어드밴스드)에서는 43초가 걸렸다.



 이런 빠른 속도를 기반으로 2020년에는 거실에서 TV 대신 홀로그램을 이용해 드라마를 즐기고, 길거리에서 스마트폰으로 고화질(HD)보다 8배 선명한 초고화질(UHD)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어디에 있든지 초고속 네트워크에 접속해 업무를 처리하는 ‘모바일 오피스’ 세상도 열린다.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 해외로 출장을 가 한국에 있는 자신의 PC를 켜고 저장된 자료들을 열어 보는 것도 가능해진다.



 5G 이동통신의 정점은 고화질 영상만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각종 기기가 인터넷으로 서로 연결돼 사람이 일일이 조작하지 않아도 스스로 업무를 처리하는 사물인터넷(IoT)의 세상이 열리는 것이다. 업계에선 5G가 상용화될 2020년에는 전 세계에서 500억 개의 기기가 네트워크로 연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초고속·초대용량 무선통신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냉장고에 연결된 인터넷을 통해 지금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로 만들 수 있는 음식과 요리법을 체크할 수 있고, 가스오븐에 미리 재료를 넣어 두면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집 밖에서 요리를 만들 수도 있다. 시계·안경 등 몸에 착용하는 ‘웨어러블(wearable)’ 디바이스는 내 주변의 상황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거리의 폐쇄회로TV(CCTV)는 범죄자의 이상행동 패턴을 분석·감지해 강력범죄를 예방하고, 신호등은 스스로 교통량을 측정해 신호체계를 자동 조절한다. 자동차도 24시간 무선 네트워크에 연결돼 서로 신호를 주고받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운전자가 신경쓰지 않아도 자동차가 알아서 운전해 주는 ‘무인 주행’이 일상화될 수 있다.



 세계 이동통신사들은 다가올 5G 시대에 대비해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SK텔레콤·버라이즌·보다폰·도이치텔레콤·차이나모바일 등 전 세계 11개 주요 이동통신사는 ‘스마트하고 안전하며 끊기지 않는 네트워크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한 ‘네트워크 2020’을 결성했다. 초연결시대를 맞아 무선 트래픽 증가에 대비하는 동시에 다양한 혁신 서비스에 필요한 네트워크를 구축하자는 의미다. 윤용철 SK텔레콤 홍보실장은 “빨라지고 넓어진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다양한 융합 서비스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한국의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는 것이 이동통신사들의 과제”라고 말했다.



 통신망이 5G로 진화하면 이에 맞춰 빠른 속도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단말기와 통신장비가 나와야 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최근 5G 기술을 2020년까지 상용화하는 내용의 ‘미래 이동통신산업 발전전략’을 확정했다. 민관 공동으로 1조6000억원을 투입해 통신칩 등 관련 기술 개발과 국제 표준화 대응, 기반 조성 등에 나설 계획이다. 이미 미국·중국·일본·유럽 등은 5G 기술 개발과 표준화에 나섰다.



 미래부 윤종록 차관은 “2020년부터 2026년까지 5G 시장에서 총 331조원의 매출이 발생하고, 국내 통신 서비스부문에서 68조원의 시장이 창출될 것”이라며 “5G는 다양한 산업을 활성화하고 해외 진출의 기폭제 역할을 하는 등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손해용 기자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