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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밥벌이로 시작했지만 요즘은 약탈자

중앙일보 2014.03.25 00:51 종합 22면 지면보기
김석균(49·사진) 해양경찰청장이 해적 5000년 역사를 기록한 책 『바다와 해적』(오션&오션)을 발간했다. 해적에서 문화의 전달자가 된 바이킹 등 역사에 영향을 미친 동·서양의 해적을 소개했다. 고대 해양국가와 로마제국시대의 해적부터 현재의 소말리아·말라카 해협 해적 등 다양한 역사도 공개했다. 해적이 출몰하게 된 정치·군사·경제·사회적 요인도 분석했다.


국내 해적 박사 1호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그는 “국민이 해양문제를 쉽게 이해하고 관심을 갖도록 저술활동을 하는 것도 해양청장의 또 다른 책무라고 생각해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책에서 “해적의 역사는 곧 세계의 역사와 같다”고 썼다. 기원전(BC) 2000~600년 소아시아인들이 배를 타고 크레타섬으로 이동할 때도 해적은 있었다. 배의 탄생과 함께 ‘바다의 약탈자’ 해적도 자연스럽게 생겨난 셈이다. 해적의 후예인 바이킹은 배를 타고 북유럽을 정복했다. 콜럼버스도 항해를 통해 아메리카 대륙 근처까지 탐험하는 등 해양의 역사가 세계사의 흐름을 좌우했다. 그는 “바다에는 세계사를 주도한 승자들의 영광의 역사와 그 뒤에 가려진 패자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과 굴욕의 역사, 그리고 해적의 역사가 어우러져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김 청장은 국내 1호 해적박사다. 2004년 한양대에서 ‘아시아 해적문제에 관한 연구’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 청장이 해적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99년 미국 인디애나대학 유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도양 말라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기 시작했다. 이 해역은 한국으로 오는 원유와 수출입 화물의 주요 수송항로. 해적의 발호가 곧 한국 국민의 피해로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그는 “해경 법무계장으로 근무하다가 유학 온 상황이어서 해적 피해가 곧 내 일이기도 했다”며 “적을 잘 알아야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서 관련 자료를 모으고 공부하다 보니 논문까지 쓰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본 역사 속의 해적은 약탈자이면서 생계형이기도 했다. 봉건제도 등 억압을 피해 바다로 나온 이들이 생존을 위해 해적이 됐다는 거다. 오늘날의 해적은 첨단무기와 정보기술을 동원한 기업형 범죄집단으로 발전했지만 시작은 밥벌이였다. 그렇다고 이들을 동정의 대상으로 봐선 안 된다. 해적 피해는 ‘21세기의 재앙’이라고 부를 정도로 폐해가 크기 때문이다.



 김 청장은 “해적은 자유와 평등정신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집단이면서 약탈을 일삼는 무법자이기도 하다”며 “낭만과 동경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은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적에 납치됐다가 극적으로 구출된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은 추천 글에서 “해적의 독특한 문화와 역사, 양면성 등을 세세하게 소개했다”며 “해적에 대한 의문점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책”이라고 평가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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