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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한 해 농사 준비의 마무리, 농작물보험

중앙일보 2014.03.25 00:36 경제 11면 지면보기
권흥구
보험개발원 부원장
24절기 중 입춘·우수·경칩·춘분·청명·곡우는 봄의 절기다. 이 절기들은 계절의 변화와 잘 부합해 농사를 짓는 기준이 된다. 지난 21일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이었다. 이 시기에 농가들은 농사 준비를 하느라 분주해진다. 하지만 큰 태풍 없이 한 해를 무사히 보낼 수 있을지 걱정되는 시기도 역시 이 무렵이다.



 국가태풍센터에서 발간한 태풍백서에 따르면 1904~2010년까지 107년 동안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 태풍은 모두 340건이었다. 그중에서 전국이 피해를 입은 경우는 51회로 2년에 한 번꼴이었다. 식량 주산 지역인 영·호남 등 남부지방에 영향을 미친 태풍은 118건으로 1년에 1회 이상 발생했다. 태풍 피해는 최근 들어 점차 대형화하고 있다. 기상청이 발표한 태풍 재산피해 상위 10위 중 절반인 5개가 2000년대 이후에 발생했다.



 피해 대비책 중 하나가 재해보험이다. 정부는 97년부터 가축재해보험, 농작물재해보험, 양식수산물재해보험 등을 잇따라 도입한 데 이어 보험료를 일부 보조하면서까지 농·어가의 가입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큰 피해가 발생한 이듬해의 농작물보험 가입은 크게 증가했지만 별다른 피해가 없었던 해의 이듬해에는 가입이 감소했다. 2011년 전체 농작물보험의 가입률은 15%였지만, 이 해에 큰 자연재해가 발생하지 않자 2012년 가입률은 13.6%로 떨어졌다. 그러다가 그 해에 덴빈·볼라벤·산바로 이어지는 태풍이 연이어 들이닥치면서 농가가 큰 피해를 입자 2013년 가입률은 19.1%로 크게 높아졌다.



 이 같은 현상은 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비록 정부가 보험료의 일부를 부담하고 있지만 농가 입장에서는 스스로 부담하는 보험료가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가입 농가는 정부 지원액만큼 이득을 보게 되는 것이다. 정부 지원액은 평균적으로 발생하는 피해액을 보전하는 소득 증대의 역할을 하게 된다.



 예부터 입춘(올해의 경우 양력 2월 4일)에 한 해 농사를 계획하고 보리뿌리를 뽑아 흉년과 풍년을 점쳐보는 농사점을 봤다. 단비가 내리고 물이 많아지는 우수(2월 19일)에는 병충해를 막기 위해 논둑과 밭둑을 태우며, 낮·밤의 길이가 똑같이 나뉘는 춘분에는 농사 준비를 시작한다. 날씨가 맑고 밝으며 보리가 무럭무럭 자라는 청명(4월 5일)에는 일꾼을 구하고, 곡식에 필요한 비가 내리는 곡우(4월 20일)에는 볍씨를 담그고 못자리를 만든다.



 풍성한 가을잔치를 위해 봄에 한 해 농사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은 성실한 농가에는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모내기철의 가뭄, 한여름의 지루한 장마와 태풍, 병충해 등 자연재해는 미리 준비한다고 해서 농가가 대비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지역 농협에 들러서 농작물 재해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좋겠다.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가 완료돼야 비로소 농사 준비가 끝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권흥구 보험개발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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