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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찰·국정원, 이 혼란을 어떻게 책임질 건가

중앙일보 2014.03.25 00:06 종합 30면 지면보기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 조작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국가정보원 권모 과장이 자살을 기도했다. 국정원 간부가 검찰 수사에 반발하면서 극단적 선택을 불사함에 따라 수사가 검찰과 국정원의 힘겨루기로 치닫고 있다. 나라를 대표한다는 기관들이 국민 앞에서 어떻게 이렇게까지 의혹과 혼란을 증폭시킬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駐)선양 총영사관 부총영사인 권 과장은 지난 22일 자살을 기도해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27년간 대공업무를 담당했던 그는 앞서 19~21일 세 차례에 걸쳐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언론사 기자와 만나 검찰 수사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검찰이 수사를 특정한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 “검찰이 대공수사 직원들을 이간질하고 반말로 모욕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문서 요구는 검찰이 해 놓고 모든 책임을 국정원에 떠넘기고 있다”는 불만을 유서에 남겼다. 이에 대해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확한 경위가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잘잘못을 가리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자살 기도가 국정원 협조자 김모(61)씨에 이어 두 번째다. 수사권을 담당하는 검찰과 안보를 책임지는 국정원이 서로 앙앙불락하는 모습은 보기에 민망하다. 더욱이 권 과장 자살 기도로 ‘윗선’ 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가 난관에 봉착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수사와 재판에 관여한 검사들의 공모 의혹을 얼마나 제대로 조사할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수사 과정 자체가 불신을 키우는 모양새다.



 국가기관이 증거 조작에 관여한 것이 사실이라면 사법 시스템을 뒤흔드는 중대범죄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일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고, 수사 결과 문제가 드러나면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그 때문이다. 지금 검찰과 국정원은 있는 그대로 진상을 밝히기보다 책임 떠밀기에 급급한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결국 특검 수사를 피할 수 없음을 두 기관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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