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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천안함 4년, 북은 바뀐 게 없지만 우리는 변했다 … 특히 젊은이들이!

중앙일보 2014.03.25 00:02 종합 31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채인택
논설위원
그 섬에 꼭 가고 싶었다. 서해 최북단 백령도. 4년 전 그 앞바다에서 우리 해군 천안함이 폭침되면서부터다. 지난 주말 드디어 다녀왔다. 인천 연안부두를 떠나 4시간의 항해 끝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섬 서쪽의 ‘천안함 46용사 위령탑’부터 찾았다. 4주기(26일)를 앞두고 해병들이 탑에 조각된 46용사의 금속 얼굴상을 닦고 있었다. 그 앞에 47개의 잔을 놓고 헌주했다. “잊지 않겠습니다”는 말로 46용사와 당시 구조작전 중 서해에서 스러진 ‘UDT의 전설’ 한주호 준위를 함께 추모했다. 묵념에 이어 한동안 빈 바다를 응시했다. 2.5㎞ 떨어진 ‘현장’이 추모탑에서 빤히 보였다. 바다는 고요하기만 했다.



 그렇게 4년이 지났어도 한반도는 변한 게 없어 보인다. 백령도에 머무르는 이틀 동안에도 스마트폰을 통해 북한의 로켓 발사 소식이 계속 전해졌다. 그들은 어떠한 사과도, 반성도 없다. 내부 분열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우리는 정녕 배운 게 없단 말인가.



 하지만 이번 추모여행에서 만난 한 젊은 해병의 눈빛에서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재외동포 2세인 신태수(22) 병장이 주인공이다. 신 병장은 영국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성장하다 영국에서 고교 과정을 마친 국외영주권자 2세다. 영국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그의 부친은 현재 일본에서 대학교수로 활동 중이다. 이런 경우 2004년 바뀐 병역법에 따라 38세가 되면 병역의무가 자동 면제된다. 본인이 원하면 입영희망원을 내고 입대할 순 있다. 영국 대학의 입학 허가를 받아 놓고서도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찾고 싶다”며 고려대 정외과에 진학한 신 병장은 1학년 때 천안함 폭침사건을 접했다. 그는 “이 사건으로 한반도의 냉혹한 안보 현실을 직시하게 됐다”며 “이 사건은 재학 중 휴학하고 해병에 자원입대를 결심한 가장 큰 이유가 됐다”고 말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2004년 이후 신 병장처럼 병역의무가 사실상 없어진 재외동포 2세 중 자원입대자가 1440여 명에 이른다. 현역병 1300여 명에 공익사회복무요원 140여 명이다. 대한민국을 지키며 국민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젊은이는 2010년 천안함 폭침 이후 매년 늘고 있다고 한다. 1970년대 중동전쟁이 터졌을 때 북미나 유럽의 공항들이 귀국해 싸우려는 이스라엘이나 유대계 젊은이들로 붐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백령도에서 해병 소총수로 복무하는 재외동포 출신 신 병장의 선택도 이들과 다를 바 없다. “가장 힘든 곳에서 우리 가족과 나라를 지키고 싶었다”는 이 젊은이를 보면서 대한민국의 장래는 밝다고 확신하게 됐다. 백령도 북쪽 해안에선 황해도 장산곶이 한눈에 들어왔다. ‘튼튼한 안보’야말로 천안함 장병을 잊지 않는 최선의 길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채인택 논설위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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