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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민당 브란트 동방정책 … 보수당 콜이 그대로 계승

중앙일보 2014.03.21 01:59 종합 1면 지면보기


동·서독이 통일되기까진 40여 년에 걸쳐 ‘하나의 독일’을 만들기 위한 정치 지도자들의 통합의 리더십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통일 전 서독은 보수 성향의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과 진보 색채의 사회민주당이 통일정책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하지만 1969년 집권한 사민당의 빌리 브란트 총리가 동독의 실체를 인정하고, 공산권과도 교류를 한다는 동방정책을 제시하면서 정치권은 ‘하나의 통일정책’을 다듬어나갔다. 보수에서 진보로, 진보에서 보수로 정권은 바뀌었지만 통일정책은 계승됐다.

통일은 준비다 <중> 통독에서 배우자



 82년 정권교체에 성공해 집권한 헬무트 콜 총리는 보수당인 기민당 출신이었지만 진보 정권이 추진해온 동방정책을 계승했다. 90년 마침내 통일이 됐을 때 콜 총리는 “통일의 길에 나섰을 때만 해도 마치 늪을 건너는 기분이었다. 안개가 시야를 가렸지만 어딘가에 분명히 길이 있을 것을 확신했다”며 “한 걸음 한 걸음 더듬으면서 앞으로 나갔고 무사히 건너편에 도착했다”고 감회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런 독일의 경험을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파를 떠나 ‘하나의 통일정책’을 폈던 독일과 달리 우리는 정권이 바뀌면 앞선 정부의 정책과 성과가 부정되고 새로운 대북정책 내놓기를 반복했다.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했지만 합의사항 이행문제를 놓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소모적인 논쟁만 되풀이하고 있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은 20일 “연속성 있는 통일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책 입안에서부터 다양한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며 “이번 정권에서 남북관계의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대로 이어질 수 있는 통일정책 하나를 만드는 데 목표를 두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 원장은 “이를 위해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에 분야별로 세대와 이념을 아우르는 사람들을 포함시켜 시간이 걸려도 치열한 토론을 통해 모든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통일정책을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 대장정을 이끌 통섭(統攝)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통일 대박’을 실현하기 위해선 여야와 정파를 초월한 통일 공감대를 만들고 관리할 수 있는 리더십이 절실한 시점이라는 주장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아데나워 총리와 같이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혜안, 브란트 총리와 같은 치밀한 전략가, 이를 현실에 적용하는 콜 총리와 같은 행동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제대 진희관(통일학) 교수도 “대북정책은 여야나 이념 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통일정책은 정쟁 대상이 아니다”며 “독일이 동·서독 통일에 그치지 않고 유럽 통일을 위한 출발점으로 여기고 국민을 설득한 것처럼 우리도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큰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한 치밀하고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기웅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까지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은 분단관리에 초점을 뒀었다. 하지만 앞으론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통일을 지향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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